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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6 · 11 · 25

58. 연희동 사진관

Editor 승연

바야흐로 손에 쥐어진 핸드폰 하나로도 수백장의 사진들을 찍어낼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는 그 사진들을 사진이라는 실물로서 두고두고 남기고 보는 습관을 잃어버렸다. 너무나도 쉽게 찍을 수 있지만, 그저 컴퓨터로 옮겨지는 순간 영원히 봉인되어 버리는 것이 요즘의 사진이다. 이러한 ‘디지털’시대에서는 어쩌면, 우리의 사진 한 장을 인화해내는 ‘아날로그’식 사진들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또 필름을 암실에서 직접 손으로 출력해내는 과정들이 익숙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눈 앞에 남는 사진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북적거리는 신촌의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러한  고민들로 사진 한 장 한 장을 신중히 찍는 사진관이 있다. 바로 연희동 5거리 골목에 위치한 ‘연희동 사진관’. 마치 연희동을 대표하는 듯이 자랑스런 간판을 내 건 이 곳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디지털 인화가 아닌 암실에서 직접 사진을 현상해내는 필름사진관이라는 것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여기다 싶은’ 5거리가 나온다.

 

‘이거 좀 줄이지, 이건 먼지네. 됐다. 이 정도로 뽑으면 되고, 여기는 좀 휘었으니까 이쪽으로 가야겠다, 아주 살짝만.’

사진관 안에서 이런 대화가 들려온다면 보통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을 포토샵하고 있는 사진사와 직원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여있던 것은 컴퓨터 화면이 아닌 사진 한 장. 사진사인 사장님은 이 사진이 암실에서 손으로 출력 중인 사진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현상 작업을 하다 보니 현상 온도, 시간 등 신경 쓸 것이 많다고. 디지털 사진과 달리 필름 사진은 이 한 장이 잘못되면 끝이기 때문에 더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저희가 필름 사진만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아날로그 필름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흑백 밖에 현상 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폴라로이드 필름은 흑백 컬러 모두 하고 있고 디지털 사진도 찍고 있어요. 손님들이 다 원하는 게 있으시니까 그걸 맞춰주는 게 또 가게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맞는 거죠. 지금 증명 사진도 3팀 작업이 남아있는데 (웃음)”

물론 여러가지 사진을 다 제공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연희동 사진관이 특별한 이유는 흑백 필름 사진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흑백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요즘에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관에서 일하시는 직원 분의 흑백 사진

 

흑백 필름 사진관을 열게 된 계기는?

“원래는 웨딩 스튜디오를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웨딩 스튜디오는 오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잖아요. 물론 다 다른 사람들이지만 ‘웨딩’이라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죠. 그러다 보니까 항상 사진을 많이 찍고는 있지만 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다뤘던 필름 사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흑백 필름 사진으로 전향하자고 마음 먹은 거는, 웨딩 한지.. 한 4~5년 됐을 때? 근데 그 마음을 먹자 마자 한 1~2달 만에 결정을 하고 그냥 차렸어요.”

원래 필름을 다루던 세대다 보니 익숙한 필름 사진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전향했다는 김규현 사장님. 흑백 사진이라고 하면 마치 역사책에 나올 것 같은 오래된 사진 촬영 방식 같지만, 우리가 디지털로 사진을 찍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이 현실. 수없이 찍어내고 리터칭하던 웨딩 촬영과는 달리, 컷 수가 정해져 있는 필름으로 오랜 시간을 걸쳐 현상 작업을 하는 필름 사진이지만 그는 아주 만족하는 눈치다.

 

 

필름은 찍을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어요. 필름 한 롤이 가지고 있는 컷 수는 보통 많이 쓰는 소형 필름 같은 경우는 24컷 내지 36컷. 그 한 롤을 가지고 주어진 컷은 정해져 있으니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찍게 되죠. 제가 쓰는 필름은 12컷짜리 중형 필름인데, 12 컷에 어떤 그림이 나와야 할지 머리에 그리고 그걸 계산해서 찍잖아요. 그런데 디지털은 그런 게 없어요. 어쨌든 많이 찍으면 되니까 여러 컷 찍어서 하나 건지자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돈이 드는게 아니잖아요. 반면 필름은 찍을 때 마다 필름이 들어가니까 돈이 드는 거죠. 이미 카메라에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마음 가짐이 달라요. 필름카메라냐 디지털 카메라냐에 따라서. 필름은 한번 찍었을 때 잘 찍어야 되니까. 그 때 망하면 돌이킬 수가 없어요(웃음)”

어찌 들어보면 필름 사진이 디지털 사진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손해보는 장사같이 느껴지는데도, 필름 사진과 디지털 사진의 차이에 대해서 역설하는 사장님은 필름에 대한 애정이 넘쳐 보였다. 한 번 찍을 때 잘 찍어야 하는 필름 사진은 말그대로 촬영 이후의 수정 과정이 없는, 그 ‘순간’을 담아내는 매력을 가진 듯 했다.

 

 

연희동 사진관에서 흑백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흑백 필름 촬영이고, 다른 하나는 폴라로이드 촬영이다. 흑백 필름 촬영은 현상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때문에 손님이 많아져도 일주일에 12팀 이상은 못 받는다고. 반면, 폴라로이드 촬영은 찍으면 바로 들고 갈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덜 부담된다. 또, 폴라로이드는 흑백과 컬러 모두 가능하다.

“흑백 필름 밀착 같은 경우에는 현상하고 인화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그래서 아침 10시, 11시, 12시, 1시까지 받고 안 받아요. 반면에 폴라로이드는 흑백 사진 체험의 느낌이에요. 흑백사진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알아볼 수 있는. 저희 폴라로이드가 색감이 좋아서 컬러 폴라로이드도 추천은 드리는데 흑백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까 다들 흑백을 많이 찍으시죠.”

 

처음 구경해보는 암실. 사실 사알못인 에디터는 들어가서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찾아온 손님들 중에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는 기념 사진, 웨딩 사진, 가족 사진, 그리고 영정 사진 등 찍으러 오는 목적이 다양해요. 근데 저는 그 중에서도 영정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어요. 사진은 특이한 게,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같이 가요. 일생을 가장 사실적으로 담을 수 있죠. 그래서 영정 사진을 찍으면서 죽음에 담긴 느낌 자체,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담고 싶어요. 표정이든 어떤 느낌이든 그것을 단시간에 뽑아내는 게 제 역할이겠죠. 아직은 그런 사진을 찍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목표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손님이 오신 적이 있어요.”

그 손님은 사진관을 연 초창기에 방문한 할아버지와 그의 딸, 그리고 손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진은 할아버지와 손자만 찍어, 촬영을 마치고 딸에게 이유를 물었는데 그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고.

“제 아들이랑 아버님의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어요.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별로 안 됐는데 어머님과 아들이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버지랑은 꼭 찍어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초창기에 찾아온 할아버지와 손자

사장님은 이 사진이 어떻게 보면 인생의 처음과 끝을 담았던 사진인 것 같다고 했다. 영정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엔 특이하기도 했지만, 이내 공감할 수 있었다. 보통은 좋은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때문에 맘 놓고 웃을 수 있는 반면, 영정 사진을 찍는다 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맘 놓고 웃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어떤 삶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어떤 감정을 담아내기도 한다. 지난 삶에 대한 회고, 그리고 알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을 억누르는 인물의 영정 사진은 어떤 사진 보다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색상 없이 오직 밝기로 인물을 집중 시키는 흑백 사진은 영정 사진을 비롯한 인물 사진에 참으로 어울리는 사진이다.

연희동 사진관에는 흑백 사진을 찍는다는 점 말고도, 또 하나 특색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외관이다. 어딘가 고풍스럽고 깔끔한 외관은 걷다 보면 확 트이는 5거리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관은 직접 디자인 하신 건가요?

“컨셉과 전반적인 스케치 같은 걸 저랑 와이프가 같이 시작했어요. 저희는 약간 나무를 이용해서, 격자무늬, 한옥의 창호 느낌도 가지고 싶었고… 나무도 너무 가공된 느낌이 아니라 나무 자체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프로그래밍은 잘 못하니까 디자인 하는 친구한테 부탁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한옥 목수 분을 써서 직접 공사에도 참여했어요. 조금 엉성할 수는 있지만 누구한테 맡겨서는 이렇게 못 나와요. 공사 현장도 하루도 안 빠지고 계속 나오고, 디자인을 완벽하게 같이 보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첫번째는 사장님과 아내가 함께 고안한 스케치, 두번째는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보다시피 실제 외관과도 거의 같은 모습이다. 열정에 감탄을…

 

사장님의 말 속에서 진한 자부심이 묻어 나왔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옷집이었던 이 장소에서 원래의 흔적은 에어컨과 싱크대뿐일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를 바꿨다는 사장님. 많은 돈을 들였지만 그만큼 스튜디오보다는 오래 가는 동네 사진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덕분에 공사 중 오고 가는 많은 동네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졌다고 한다. 사장님이 그린 건물의 모습과 같이, 현재 연희동 사진관은 건물이 높지 않은 골목 골목에서 참으로 어울리는 동네 사진관 느낌이다.

“ 연희동이라는 곳에 사진관을 차리기로 마음 먹은 이유도 따로 있어요. 처음에 사진관을 차리기 위해서 찾아본 동네가 몇 군데 있었는데, 경리단길, 방배동 사잇길 서래마을, 해방촌… 그 동네들의 특징이 모두 건물이 높지 않은 곳이었어요. 높은 아파트 안 상가 형태는 아파트 주민을 위한거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건 아니거든요. 근데 저는 누구나가 접근할 수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1층을 선택한 것도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거에요. 연남동도 고려는 했지만 너무 핫한 곳은 싫었어요. 연희동은 알아본 곳 중에서도 가장 사람이 없는 곳이었죠 (웃음)”

아니 장사가 1차적인 목적이 되는 사진관에서 가장 사람이 없었다는 연희동을 장소로 꼽고, 수백장을 찍고 선택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을 뒤로 한 채 컷마다 돈이 드는 필름 사진을 택하는 논리는 어떤 논리일까? 사장님은 연희동에 지하철이 다니지 않아 한산하고 좋다는 말로 논리의 방점을 찍었다. 잠시 에디터는 사장님이 집을 보러 왔던 건지, 아니면 사진관 터를 보러 왔던 것인지 고민했다. 하지만 너무 장사치 같지 않은 그 마음이 좋았다. 흑백 사진이라는 정서에 맞는 그 한산함이 좋았다. 그는 사진에 대한 본인의 소신과 장사를 동시에 갖추어 나가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엄청난 홍보를 하지는 않지만 연희동 사진관은 꽤나 유명해졌다. 더불어 비교적 숨어있던 연희동도 서서히 인기를 얻는 중이다.

흑백은 어쩌면 색상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단풍이 든 낙엽이라든지, 알록달록한 꽃다발이라든지 다양한 색깔이 색이 아닌 밝기로 표현된다는 것은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대신 배제되는 것으로 인해 집중이 되는 장점도 있다. 특히 인물 사진에서는 색이 배제되면서 표정이 더 살아난다고 하니 흑백 사진이 인물에 잘 어울림은 확실한 것 같다.

그저 jpg라는 확장자 코드에 갇힌 사진이 아닌, 특별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다면 ‘연희동 사진관’으로 발걸음 해보자. 폴라로이드는 상관 없지만 필름 사진은 하루에 4팀씩 받는다고 하니 헛걸음질을 피하려면 전화는 필수!

 


연희동 사진관

주소: 서대문구 연희동 115-1 1층
영업시간: 오전10시 ~ 오후7시 (매주 월요일 휴무)
연락처: 010-9207-4742
www.yhsajin.com

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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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

신촌 발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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