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타코몽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낙엽을 무심코 밟으면서도,여섯 시도 안 됐는데 벌써 깜깜한 것을 보면 곧 겨울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잘 먹고 다닐 채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적으로 외부 온도가 낮으면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비축해 둬야 하기 때문은 개뿔 그냥 에디터 본인이 먹을 때가 제일 즐겁기 때문이다.
추운 날 식당에 앉아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 안도감을 느낄 줄 안다면, 귀와 손이 녹을 때쯤 식사가 나와 아이처럼 기뻐하고 감사한다면, 겨울에 식당을 찾는 자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춘 셈이다. 이제 그 마음가짐으로 타코몽의 문을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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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는 일본어로 문어라는 뜻이다. 멕시코 요리 아니다.
문어의 탱탱하면서도 질긴 식감을 좋아하는가? 혹은 생선이나 어패류처럼 바다 향이 잘 살지 않는 연체동물 특유의 냄새는? 고수나 돼지 내장만큼은 아니지만, 놀랍게도 문어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다. 그러나 문어를 잘 먹지 않는다고 말했던 사람들도 타코몽에 데려가면 크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어가 본인의 취향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문어 요리, 그것이 바로 타코몽에서 파는 타코야끼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고 싶다면, M모 패스트푸드 사에서 득템한 듯한 장난감으로 미니 골프 게임을 즐기면 된다. 아이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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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타코야끼 (기본 20개 11000원)

2인분을 주문하면 위 사진과 같이 나온다. 마요네즈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담백하다. 살짝 느끼할 때쯤이면 옆에 같이 나오는 초생강채를 먹으면 되는데 이 생강채는 엄청난 매움을 자랑하므로 한 번에 한 가닥씩만 먹는 게 좋다. 갓 나온 타코야끼를 사진으로 담으려는 친구가 있다면, 적당히 닦달해서 빨리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처음 나왔을 때 팔랑거리는 양파껍질같이 생긴 고명은 가다랑어를 다듬어 만든 ‘가쓰오부시’다. 개인차에 따라 천국으로 이직한 문어의 영혼이 담긴 것 같은 가쓰오부시의 움직임에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당황하지 말고 타코야끼에 약간 얹어서 먹어버리면 된다.
| Tip) 둘이서 오면 최소 20개 이상의 타코야끼(기본세트)를 주문해야 한다. 혼자 온 손님은 1인분에 해당하는 타코야끼 10개 세트를 5000원에 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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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로 승부하는 생맥주 한 잔 (3500원)
마요네즈가 적정비율로 곁들여져서 퍽퍽하진 않겠지만, 타코야끼만 먹으면 서운하니 주류를 시켜 궁합을 맞추도록 한다. 간바레 오또상 같은 일본주도 팔지만 에디터 본인은 지갑사정을 고려하여 매번 생맥주를 마시곤 했다. 만약 여러분이 그 날의 첫 생맥주를 주문한 손님이라면, 직원 분이 생맥주 뽑는 기계를 힘겹게 꺼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국산 맥주. 묽다… 하지만 무지 시원하고 가격이 착하니 이해해 주자.
짜릿해! 늘 새로워! 야끼우동이 최고야! (12000원)

타코야끼는 타코몽의 대표 요리이기도 하고 포장 판매도 하기 때문에 은근히 오래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현명한 타코몽 고객이라면 야끼우동을 같이 주문해서 타코야끼로 이어지는 한 편의 코스요리를 즐길 것이다. 타코몽의 야끼우동은 절대 손님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음식이 나오면, 위에 올려진 반숙 계란의 노른자를 터뜨려서 우동면과 섞은 다음, 같이 먹을 친구에게 반숙을 터뜨려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순서가 왠지 바뀐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단 저지르고 나면, 부드러운 계란과 우동면, 그리고 아래에 깔린 아삭아삭한 야채들의 제대로 된 케미를 전도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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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 가득히 붙은 손님들의 유쾌한 낙서. 누군가 종이에 적은 방문 날짜는 점차 과거가 되고, 그런 종이들이 벽을 메워서 타코몽의 일기가 된다.
우동이든 타코야끼든 싹싹 비우고 나면 기름진 배를 매만지며 빈둥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세월아 네월아 노닐어도 되는 것은 아니고, 이용시간이 정해져 있다. 평일은 120분, 주말은 100분이 지나면 다음 손님이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줘야 한다. ‘조그마한 가게라 죄송합니다’ 공손한 부탁이 메뉴판에 작게 써 있다.
타코몽은 규모가 아담해서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가득 메우는 식당이다. 자리가 꽉 차서 허탕치는 날도 가끔 생기겠지만, 테이크 아웃도 가능하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포장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타코몽에 들어가기 전의 그 쌀쌀한 초겨울을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나 식사 전과는 달리 몸도 마음도 가게만큼 따뜻해졌다는 차이가 있었다. 겨울에 먹는 타코야끼 한 접시가 주는 은은한 행복을 직접 느껴보려면, 약간의 시간을 내어 타코몽을 찾아가서 천국 먹고 문어 가시길 바란다.

아름다운 타코야끼에 축복을!

주소: 서대문구 신촌로 49 (창천동 112-14)
영업시간: 17:30 ~00:30,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연락처: 02-334-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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