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안산
드디어 때가 왔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려 온 5월의 연휴가 왔다!
에디터는 부푼 마음으로 놀고 먹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이번 연휴가 얄밉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연속으로 쭉 쉬는게 아니었다. 수요일에 쉬었다가 금요일에 쉬었다가 그 다음주 화요일에 쉬고. 띄엄띄엄 어디 멀리 놀러가기 애매하게 쉬는 날이 이어진다. 교수님의 휴강 선언을 간절히 기도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얄궂은 연휴 때문에 멀리 가긴 힘든데,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풀냄새를 맡고는 싶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에디터가 야심차게 5월의 휴양지를 추천한다. 경기도 안산 아니다. 서대문구 신촌의 ‘안산’이 그 주인공이다.

킁킁 풀냄새~ 여기 신촌 맞습니다.
4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에디터는 안산 자락길을 다녀왔다. 연대 동문 쪽에 위치한 절인 봉원사부터 연희동까지 즐거운 등산(?)을 했다. 사실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정상인 봉수대로 가는 코스는 오르막길이 어느 정도 있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자락길은 산기슭을 넓게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기 때문에 가볍게 산책하기 적당하다. 이번 글에서 에디터는 안산의 넘치는 매력을 장소, 자연, 그리고 사람으로 나눠 소개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에피타이저일 뿐, 안산의 메인디쉬는 직접 찾아간 사람만이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신~촌의 명품길~ 안산을 소개합니다~
장소
에디터는 이 코스로 안산을 탐험했다.
봉원사–>무악정-->메타세쿼이아길–>봉화약수터–>너와집–>서대문구자연사박물관–>연희동
사실 후반은 에디터의 취향에 따른 먹방이고, 에디터의 코스말고도 안산 탐험 방법은 넘쳐난다. 하여간 봉원사부터 살펴보자.
-봉원사
한국불교태고종의 총본산이라는 봉원사. 석가탄신일을 맞이해 봉원사는 알록달록 색깔의 연등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실 서울, 그것도 신촌에 있는 절이 괜찮아봐야 얼마나 괜찮겠어, 라고 생각했던 에디터의 생각이 무색하게 봉원사는 그 오랜 역사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삼봉(三峯) 정도전의 친필로 쓰인 명부전(冥府殿)부터 한글학회가 창립된 미륵전(彌勒殿), 그리고 수령 약 500년의 보호수까지. 절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알록달록 연등 하나에 소망 하나
-안산 자락길
봉원사를 지나면 안산 자락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안산의 또다른 이름은 무악산(毋岳山)으로,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의 산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처럼 정겨운 산길을 걷다보면 고즈넉한 정자 하나가 보인다. 바로 산의 이름을 물려 받은 ‘무악정(毋岳亭)’이다. 무악정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고, 그 옆에는 다양한 운동 기구들이 있다. 에디터 역시 무악정에 올라가 친구들과 셀카를 찍고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무악정을 지나쳐 조금만 걷다보면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숲’이 펼쳐진다. 그 이후 몇몇 갈림길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어느 곳을 선택하든 안산은 편안함과 충만한 자연을 선사할 것이다. 에디터 역시 발길 닿는대로 표지판 하나 제대로 보지 않고 무작정 길을 나섰지만, 결과는 언제나 훌륭했다. 그 이후 나온 ‘봉화 약수터’에서는 예쁜 노란 꽃과 인사할 수 있었고, 또 의도치 않게 ‘너와집’을 만나 예쁜 매화와 너와지붕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에디터가 너와집를 ‘너’와 ‘집’이라고 착각했던 건 안비밀!
에디터가 간 코스 이외에도, 독립문 쪽에서 혹은 서대문구 박물관 쪽에서 혹은 연대 기숙사 쪽 산길에서 등등 안산 자락길로 가는 코스들은 신촌 어디서든 열려있다. 각자에게 맞는 코스에 따라 즐거운 안산 소풍을 하자.

무악정, 힘들면 조금 쉬어도 돼.

갈림길에서도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연희동
혹시 등산의 완성은 먹방이라고 들어봤는가? 아마 못들어봤을 것이다. 에디터가 방금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열심히 등산한 후 먹는 밥과 막걸리는 최고다. 연희동은 숨겨진 맛집 투성이니 꼭 등산 전 혹은 후에 들려서 먹방을 잔뜩 찍어보자.

등산 후 막걸리, 짜릿해!
자연
안산은 한국에서 드문 메타세쿼이아 숲부터 냉대수림에서만 자란다는 자작나무, 그리고 전나무 숲 등 여러 종류의 나무숲으로 이뤄져 있다. 푸르게 우거진 나무 숲과 제철을 맞아 만개한 꽃들을 걷다 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안산의 매력에 녹아든다. 천천히 자락길을 거닐며 청설모와도 등산하는 강아지들과도 놀아 보자.
조금만 위로 올라가도 서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까지 갖추고 있는 안산. 탁트인 풍경이 보이는 바위 위에서 기념 촬영은 필수다. 안산은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게 행복한 자연의 쉼터다.

다양한 나무 군집을 이루고 있는 안산 자락길. 왼쪽부터 자작나무, 전나무, 메타세쿼이아다.

햇빛을 찾아 올라가는 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굳세어라, 홍매화!
사람
좋은 곳에 사람이 빠질 수 없다. 에디터는 안산을 찾은 ‘안산러’들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만난 세 남매.
에디터 안산은 처음 오시는건가요?
안산러1 네! 신촌에 살지만 이렇게 와본건 처음이에요.
에디터 처음 와본 안산의 느낌은 어떠세요?
안산러1 일단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는 줄 몰랐어요. 자연도 좋고 걷기도 힘들지도 않고 좋아요! 요즘 같이 걷기 좋은 때 걸어야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던 오손도손 귀여운 세 남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안산에 올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 화목해진 분위기는 보너스다.

안산 자락길 구석에서 만난 향우회 어르신들. 비빔밥을 찰지게 비비고 계셨다!
에디터 안산은 처음 오시는건가요?
안산러2 어휴, 안산은 셀 수 없이 많이 왔죠~
에디터 안산은 계속 찾게 되는 이유를 꼽으신다면 뭔가요?
안산러2 일단 서울에서 오기가 너무 편하고, 자연 좋고 그렇죠 뭐. 거의 주말마다 모여서 와요. 이렇게 좀 올라와서 막걸리랑 비빔밥 먹는게 얼마나 좋은걸요.
감사 인사를 드리자, “학생들! 그냥 가지말고 막걸리 한잔 먹고가요!” 라던 어르신들. 이런게 안산의 인심 아닐까.

새로운 방문자는 언제나 환영이야 ♥
연휴가 굳이 아니더라도, 수업이 끝나고 혹은 별일 없는 주말 가볍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안산이다. 산이라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만 갈 것 같고 엄청난 오르막길로 힘들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편견이다! 안산에는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안산에서는 하드한 코스를 피해 가벼운 둘레길 산책을 할 수 있다.
푸르른 자연을 보고 탁 트인 서울의 전경을 보고 싶다면 침대에서 당장 일어나자. 한 두시간만 내서 안산 자락길을 방문한다면 분명 당신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혼자의 여유를 즐기러 가도 좋다.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얘기를 나누며 가볍게 걷기도 좋다. 안산은 언제나 서대문구에서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테니까.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안산은 열린 문~ :D

<서대문구 안산>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봉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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