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신촌 오빠네 옛날 떡볶이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지금으로부터 1n년 전, 초등학생이던 에디터에게 행복이란 꽤나 단순한 것이었다. 학교 앞 노점에서 친구와 컵떡볶이를 하나씩 사들고 놀이터에 가는 것. 삐걱삐걱 그네를 타며 한 입, 칠이 벗겨진 녹색 정글짐에 올라가 한 입, 미끄럼틀을 휙 타고 내려와 또 한 입. 촌스러운 종이컵에 담긴 500원짜리 떡볶이는 초등학생의 용돈으로도 살 수 있는 값싼 행복 중 하나였다.
하지만 동전 하나로 손쉽게 행복을 살 수 있는 시절은 누구에게나 한 때뿐이다. 어느새 가로와 세로로 훌쩍 커버린 이들에게 행복이란 꽤나 어려운 단어다. 문제도 답도 어느 하나 명쾌한 것이 없고, 인생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점심 식사 메뉴 선택 정도일까. 모든 게 간단하고 즐거웠던 그 시절이 그립다면, 옛날 떡볶이와 함께 그 때의 기분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빨간 소스와 떡을 형상화한 듯한 간판. 사장님의 빅픽처?
‘신촌 오빠네 옛날 떡볶이(이하 신촌 오빠네)’는 술집이 즐비한 창서초등학교 근처 골목 안, 초등학교와 어울리는 몇 안 되는 가게 중 하나다. 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이라는 익숙한 위치와 어디선가 본 듯한 새빨간 간판은 추억을 조작해버리기 십상이다. ‘어라, 내가 창서초 출신이었나? 왜 이렇게 정겨운 거야!’

삼촌이라 불러야 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느낌.
신촌 오빠네의 사장님께 전해 들은 가게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1994년 현대백화점 앞 노점으로 시작해, 단속이 심해진 2000년에는 창서초등학교 앞 건물로 옮겨 오셨다고. 노점상 시절까지 치자면 신촌에서 올해로 23년째 생일을 맞는 셈이다.
에디터가 인터뷰하는 동안 어린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앞니가 얼마 전 빠진 듯한 저학년 개구쟁이부터 꽤 의젓한 여학생들까지. 이들을 반갑게 맞는 사장님은 가게 주인보다는 아빠나 삼촌에 더 가까워 보였다. 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장난치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굳이 묻지 않아도 신촌과 창서초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어묵 하나와 컵떡볶이 하나를 사이좋게 나눠 먹던 꼬마 손님들.
“요즘엔 전처럼 많지 않아요.”
초등학생 손님이 많냐는 에디터의 질문에 사장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전교생이 300명도 안 되는데, 그나마도 다들 멀리 살 거든요. 연희동이나 연남동 같은 동네에요. 저기 셔틀버스 지나가는 거 보이시죠? 그래서 아이들을 입학식 때부터 졸업식 때까지 보다 보니 얼굴도 다 외우고, 학부모님들이랑도 잘 알고 지내요.”

동방예의지국의 튀김들이 예의 바르게 줄 서 있는 모습.
초등학생 손님이 줄어 힘들지는 않냐고 묻자, 그래도 사장님은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대답하셨다.
“강원도에서 찾아오시는 분도 있고, 전에 연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미국인 친구도 한국에 또 와서 저희 떡볶이를 꼭 찾더라구요.”
밝은 표정으로 너스레를 떠시던 사장님은 에디터가 연세대 학생이라는 말에, “어, 연세대로도 배달 많이 가는데. 어제도 삼성관까지 갔다왔어요!” 라며 덧붙이셨다.

솔직히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반칙 아닌가?
사실 신촌 오빠네의 메뉴는 평범한 편이다. 분식계의 삼위일체인 떡볶이와 튀김, 순대,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어묵과 꼬마김밥이 전부다. ‘오랜 시간 신촌에서 버텨온 만큼 물론 맛은 있겠지. 그래도 치즈니, 당면이니 온갖 부재료가 주체 못할 정도로 올라간 떡볶이들이 판을 치는 마당에 경쟁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입지 조건은 좋지만 생각보다 초등학생 손님도 별로 없다고 하시고. 이 가게 앞으로도 괜찮으려나?’
이것 저것 속으로 따져보며 걱정하던 에디터에게 사장님은 온 김에 맛이나 보라며 종이컵 하나에 떡볶이를 가득 아주셨다. 재차 사양했음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에디터의 손에는 결국 따끈한 떡볶이 한 컵이 쥐어졌다. 항상 시간에 쫓겨 뛰어다니던 연세로를 컵떡볶이와 함께 느긋하게 걸으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에 조퇴증을 끊고 혼자 조용한 하굣길을 걷는 느낌이랄까.

작은 종이컵 하나는 의외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아, 이거구나.’ 에디터는 한 입 가득 떡볶이를 우물거리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길거리에서 먹는 떡볶이는 참 정겨웠다. 신촌 오빠네 떡볶이가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데에 복잡한 이유는 필요 없다. 신촌은 걱정 많은 ‘어른이’들로 북적대고, 어른이들에게도 가끔 하굣길 컵떡볶이가 필요한 법이니까.
쫀득하고 폭신한 밀떡과 짭쪼름한 어묵은 맛있었다. 에디터는 맛있는 걸 먹으니 행복해졌다. 너무나 간단한 행복의 공식이다. 위로가 필요한 날엔 컵떡볶이 하나 사들고 무작정 신촌 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취직이니 연애니 하는 복잡한 문제들은 제쳐두고 오늘은 그냥 그렇게 걸어보는 거다. 컵떡볶이 한 컵과 함께 오늘의 걱정거리를 먹어치우면, 내일은 조금 더 행복한 어른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 5다길 22-7 (창천초등학교 정문 앞)
연락처 : 010-9825-0802
영업 시간 : 오후 12시 ~ 오후 11시 (배달은 오후 1시~오후 10시.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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