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GRAY
연세대 정문을 지나, 창천교회를 끼고 돌아가면, 좁은 골목길이 드러나지. 일층에 이디야 카페가 있는 바람에 가끔 아메리카노와 카라멜 마끼아또를 찾는 손님이 등장하는 independent pub gray-인디펍 그레이(이하 gray)는 바로 그 곳에 있다.

Here, independent pub gray
*세상 모든 회색분자들이여 이리 오라
술을 파는 곳으로서 좀 더 강렬한 이미지를 원했다면 이 가게의 이름은 independent pub real black 내지는 crimson red 정도가 됐어야 마땅했을 터다. 하지만 이 곳은 흰색과 검은색의 중간에 위치한 “gray”를 표방하고 있다. 다니던 건축회사를 그만두고 pub을 차린 사장님이 스스로 비주류를 자처했고 자신의 가게도 그런 비주류들이 아지트처럼 여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자면, 이 곳만큼은 “비주류들이 주류(alcohol)을 즐기며 주류(main)가 될 수 있는” 곳이다. (…)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취미로 코넷을 부는 사장님이 반기는 비주류일까? gray는 “independent” pub 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디 음악을 응원하는 곳이다. 대통령이 와도 아이돌 음악은 틀어주지 않는다는 이 술집에서는 매주 목요일과 마지막주 금요일에 인디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가게 안에 붙여져 있는 홍보 포스터를 보면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팀도 몇 보인다. 아티스트 쪽에서 먼저 컨택이 오기도 한다는데, 손님 중에서도 출연자가 생긴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같이 술집의 자리를 지키며 라디오헤드의 2집을 신청한 손님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했다. gray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선 단 하나의 룰만 지키면 된다. 자작곡이 있을 것. 자작곡 없이 공연을 시작한 팀들도 사장님의 무언의 압박 덕(?)에 결국 최초의 자작곡을 냈다고 하니 비주류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순기능을 가진 술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달 진행되는 gray의 공연 포스터
*세상 모든 creative들도 이리 오라
없던 곡도 만들어주는 gray의 창작 의욕 고취 기능은 음악 외의 장르에도 영향을 미친다.
굳이 공연을 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오픈 마이크는 항시 대기 중이며, 가게 벽면에는 노트에 펜으로 그린 원피스의 캐릭터들이 붙어 있고, bar의 보드에는 그간 손님들이 남긴 가게 리뷰부터 선곡리스트까지 갖가지 메모들이 즐비하다. 이 creative 정신은 사장님에게도 적용되어서, 메뉴판을 보다 보면 재미있는 메뉴이름을 찾을 수 있다. 메뉴 이름뿐 아니라 메뉴 자체의 창의성도 매일 정진하는 듯한 모습은, 취재를 하며 아직 메뉴판에 있지 않은 닭꼬치를 제공받으며 느낄 수 있었다.

손님이 그린 만화캐릭터들이 벽면에 붙어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감자튀김”은 대체 무슨 맛?
*그리고 우리 가게는 맛도 있지
유명 꼬치집에서 초빙(?)된 직원의 꼬치 굽는 솜씨는 매우 남다르다. 소스를 직접 만드는 것은 기본이요, 주문을 받는 순간 재료를 손질하기 때문에 분명 구워 나오는 꼬치임에도 불구하고 양계장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주류는 소주부터 양주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으며, 에디터가 추천하는 주류는 칵테일이다. 진 토닉, 하이볼 같은 기본적인 칵테일뿐 아니라 듣기만 해도 뇌가 청량해지는 것 같은 창작 칵테일인 브레인 칵테일도 있으니 음용에 참고하자.

영상팀이 혼을 담아 찍은 닭꼬치
Gray의 사장은 본인의 가게가 학창시절에 하나쯤 가질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 그리고 모든 비주류에게 열린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언제든 편하게 와서 형, 나 맥주 하나만 말아줘, 라고 말할 수 있는. 하지만 글쎄, 손님이 드문 것이 에디터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지는 이 곳에 더 이상 손님이 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은 큰 욕심일까.
independent pub GRAY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49-1 2층
open 시간 : 18시
예약/문의 : 02-313-9891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indiepubgray?fref=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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