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조은솔

조은솔(23)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는 잔치 운영팀 조은솔입니다.
은솔씨는 어떤 계기로 불어불문학과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고 싶어서 전공을 선택했어요. 학창시절에 영어를 재밌게 배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게 힘들진 않았나요?
막상 대학에 들어와보니까 불어만 배우는 게 아니더라고요. 불문학, 그러니까 프랑스 문학을 배우고 또 언어학을 배워요. 어려운 부분이 많았죠. 불어를 대학에 와서 처음 배웠는데 교재가 다 불어로 써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작년까지는 일단 불어를 배우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작년 2학기에는 프랑스로 방문학생을 다녀오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그런데 불어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서 전공 수업을 들으니까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문학 수업 같은 경우에는 교수님이 원문텍스트를 한 줄씩 해석해주시면 그걸 다다다 받아 적고 달달달 외워서 시험지에 그대로 적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내가 대학에 와서까지 이런 식으로 공부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물론 원문텍스트에 덧붙여지는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프랑스 문학을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순 있었지만요.
그래도 불문과의 매력이 있다면?
불어불문학과에서 배우는 언어학이 묘하게 재미있어요. 언어가 생각보다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가끔은 이런 것까지도 연구해야하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요.(웃음)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화용론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지난 대선 때 한 교수님께서 대통령 후보들의 발화를 토대로 각 후보들의 성격을 분석한 연구를 보여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렇게 보면 문학보다 언어학 쪽이 좀 더 제 흥미를 끄는 것 같아요.

그럼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은솔씨를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단순함, 웃음이 많음, 기록이요. 저는 일단 단순해요. 그래서 표정에 기분이 그대로 드러나요. 예를 들어서 배고플 땐 어두웠다가 배부르면 밝아지는 사람이죠. 그리고 웃음이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제가 개그코드가 좀 특이한 지 ‘아재개그’에 터지더라고요. ‘아재개그’는 개그보다는 언어유희라고 생각해요. 인류는 언어유희 없이는 문학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게 분명해요. 근데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레전드로 꼽고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말해도 될까요?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친구가 log 문제가 어렵다고 해서 제가 ‘로그아웃’하라고 했어요. 웃기지 않나요?(웃음) 문제는 어렸을 때는 제가 아재개그를 해도 ‘어리니까 귀엽다~ 개그코드가 특이하네~’ 정도로 받아들여졌다면 이제는 제가 나이가 들어서 아재개그를 하면 사람들이 진짜 아재처럼 본다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저는 기록에 집착해요. 작년에 프랑스에서 생활했을 때에는 하루에 일기를 A4용지 3-4장에 걸쳐서 쓰곤 했어요. 나중에는 지쳐서 제대로 쓰지 않았지만요. 일기 외에도 티켓은 기본이고 영화DVD, 음반, 여행기념품 등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해요.
그럼 이제 추억으로 남을 2017년 상반기 23살의 조은솔은 어땠나요?
작년에 제가 휴학을 하고 교환학생을 갔다와서 1년만에 신촌으로 돌아왔는데요. 신촌에서 떨어져 지내면서 학교생활이 많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반기에는 잔치를 포함해서 새로운 활동을 네 가지나 시작했어요. 라크로스라는 새로운 운동도 배워보고, 학생회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고요.
일을 한번에 많이 시작한 건데 고비는 없었어요?
아무래도 너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다 보니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그리고 이 세상에는 좋아하는 걸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좋아하기만 할 뿐인데 말이죠. 그래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매년 하는 생각이지만,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올해도 했네요.
잘하는 것을 찾는 건 항상 어렵죠.
한번은 아는 언니들이 하는 공연에서 제가 ‘자칭’ 매니저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일을 너무 잘한다고 저를 칭찬해주는 거예요. 사실 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냥 그 사람들과 그 공연이 좋아서 한 일이거든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야 되는데 조금 울적하더라고요. 나는 결국 잘하는 사람들을 서포트하는, 딱 그 역할밖에 못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울적해하면 남는 게 없잖아요. 반대로 생각해보니까 그런 일도 잘해내는 게 어디야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내가 잘하는 일은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챙겨주는 일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어요.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까 기분 좋은 칭찬이더라고요.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챙겨준다는 역할은 잔치 운영팀하고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잔치 내에서 보이지 않지만 모든 방면에서 분투하는 게 운영팀이잖아요. 그럼 잔치 운영팀에서의 활동은 어땠어요?
맞아요. 잘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다 보니까 제가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이 모두 운영팀하고 연관되는 일이더라고요. 전반적인 일을 기획하고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것. 한마디로 일 벌이는 거요! 잔치 운영팀의 단톡방의 공지가 한동안 ‘우리는 일을 벌릴 거야.’ 였어요.(웃음) 또 잔치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인 단체다 보니까 굉장히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매주 있는 회의도 즐거웠고, 이번 학기에 처음 들어왔는데 다 아는 사람인 것처럼 이상하게 친근했어요. 좋은 사람, 좋은 공간을 많이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고요. 신촌에 온지 꽤 오래됐는데도 아직 제가 모르는 공간이 참 많더라고요.
우리 셀프칭찬을 한번 해보죠. 운영팀으로서 이거 잘했다!
저희가 상반기 말에는 서대문구청 청년프로젝트에 선정되어서 일을 진행했는데, 신촌의 지하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언더더신촌’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이 네이밍을 제가 했습니다! 그리고 저번 피플팀 인터뷰이였던 승연이한테 잔치막내라는 닉네임도 제가 지어줬어요.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러주세요. 그런데 사실 운영팀은 정말 다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저 혼자 잘했다고 할만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항상 고마울 뿐이에요.
잘하는 걸 얘기해봤으니까 좋아하는 것도 얘기해 봐요. 요즘 제일 빠져있는 관심사가 있나요?
요즘 제일 빠져있는 건 사진이에요. 노트북이랑 웹하드 용량이 꽉 차서 방학하고 고향 집에 오자마자 하루 종일 사진 정리를 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필름 카메라도 이번 방학 땐 꼭 사고 싶어요.
카메라를 사고 나면 어떤 것을 찍고 싶어요?
요즘에는 제 주변 사람들을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인물사진에 관심이 많아요. 학교 축제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동아리 사람들 사진을 다 찍어줬어요. 사람들이 제 사진을 받아서 프로필사진을 설정해놓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마음에 든다는 거니까요.

23살의 반이 끝났어요. 나머지 반은 어땠으면 좋겠어요?
23살이라니, 그것도 벌써 반이 끝났다니 아직도 어색하네요. 일단 방학 때는 지친 몸 좀 회복하고! 남은 반년 동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좀 더 탐구해보고 싶어요. 필름카메라도 배워보고 싶고 플레이스팀에서 글도 써보고 싶네요. 그리고 이제 이십대 중반으로 들어서는 만큼 스스로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당장 이번 방학엔 어떤 계획이 있나요?
이번 방학 때에는 한 학기 동안 다닌 신촌 맛집들을 카드뉴스로 만들어보려고요! 사실 몇 년 전에 찍은 음식사진을 다시 보니까 누구랑 먹었는지, 어디였는지 기억이 벌써 희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남겨놓으려고요. 여름방학 숙원사업 중 하나에요. 누구 보여주려고 만드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보고 기억하려고요. 그리고 남은 반년을 원하는 대로 그려가기 위해 좋아하는 것에 미리 빠져볼 생각입니다. 책도 많이 읽고 사진도 많이 찍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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