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장명지
장명지(23)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저는 잔치 플레이스팀에서 에디터 에몽으로 활동하고 있는 23살 장명지라고 합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벌써 17년도 상반기가 끝나고 7월이 됐는데요. 명지씨는 상반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저는 일단 1월엔 여행을 다녀오고 2월에 잔치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3월에 개강을 했지만 3월 말에 중도 휴학을 했어요. 중도 휴학을 한 이후에는 정말 ‘休(쉴 휴)’자에 맞는 휴학생활을 보냈습니다.
중도휴학이라니,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이번 겨울에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일을 겪었는데, 개강하고 나서도 잘 극복이 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몸과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수강신청을 해서 그런지, 수강신청한 과목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고민하던 참에 부모님이 먼저 “너를 먼저 챙기는 것이 중요하니까 휴학을 하는 건 어때?”라고 제안해 주셔서 휴학을 하게 되었어요.
딸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따뜻한 부모님이시네요:)
먼저 제안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했어요. 휴학을 하고 싶었지만 죄송해서 말도 못 꺼내고 있었거든요.(웃음)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을 때 한, 제대로 된 휴학이었겠네요. 그럼 휴학생으로서 가장 좋았던 점이 있다면 뭘까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애초에 어떤 목적 없이 제대로 쉬기 위해 한 휴학이라서 온전히 저 자신만을 보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었거든요. 학교를 다닐 때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생각하기가 힘들었어요. 학점을 챙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너무 심했거든요. 그런데 휴학을 하니까 제가 좋아하는 영화도 많이 보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게 되더라고요! 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그럼 그러한 휴학생활을 겪은 지금,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사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23년 동안 만들어진 저인데 어떻게 휴학 4개월 만에 변하겠어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어떤 터닝포인트들이랄까. 그런 것들을 얻은 것 같아요. 지난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제 스스로 잘 풀리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휴학을 하고 쉬면서 나를 돌아보니 ‘내가 생각보다 예쁜 구석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된 거죠.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활동이 ‘잔치’인데요. 잔치에는 진짜 열정적으로 멋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 사람들과 섞여서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좀 더 책임감이 생기고 일에 대한 즐거움을 배운 느낌이에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겠지만요.
철학과라서 그런가요? 명지씨는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멋진 사람같아요. 혹시 철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철학과는 사실 별 의미 없이 선택했어요.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과 ‘생활과 윤리’를 공부했었는데 재미있어서 철학과를 지원했어요. 그렇지만 대학 와서는 생각보다 저랑 맞지 않아 좀 힘들었어요.
어떤 부분이 안 맞았나요?
저는 학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철학은 순수학문이라 너무 순수해서 감당하기가 버거웠어요. 철학은 정말 기초부터 시작해서 생각의 과정을 거듭해야 하거든요. 저에게 그런 과정이 너무 힘들었죠. 처음에는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싫었는데 다행히 한 좋은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이후로는 열심히 해보기로 했어요. ‘내가 철학과에 안 왔으면 이런 생각의 과정을 언제 공부해볼 수 있겠어.’라는 마음으로요.
그럼 주제를 바꿔서, 휴학하는 동안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생겼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시간에 즐기는 취미생활이 있나요?
이것 저것 시도를 해봤었는데요. 처음에는 미술동아리에 들어가서 미술을 해볼까 했었지만, 알바 시간과 겹쳐 자연스럽게 접었고요.(웃음) 영화를 많이 봤어요. 원래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시간이 생기니까 볼 기회가 많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학교를 다닐 때에도 항상 즐겨하던 취미긴 한데 열심히 롤을 했습니다. 책도 읽어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아무래도 대학 와서 책 읽는 법을 까먹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있나요?
저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골라본다면 쓸데없이 심오한 것들을 좋아해요. 특히 우울한 느낌을 좋아해요. 분위기 자체가 그로테스크하면서 암울한 그런 거 있잖아요? 예를 들자면, 최근에 재밌게 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같은 영화요. 그냥 그 우울한 기분에 빠지는 게 너무 좋아요. 이상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수성인 것 같습니다.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제가 인간의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런 영화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독특한 심리상태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네요.
그럼 롤에는 어떻게 빠져들게 된 건가요?
제가 빠른 96년 생인데 신입생 때 96년 생 모임이 있었어요. 지금도 자주 만나는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이랑 같이 대학 입학하자마자 롤을 시작했어요. 열 명 남짓 되는 친구들과 같이 시작했던 것 같은데 모두 잘 못하니까 즐겁게 했어요. 정신차려 보니 저는 4년 차 ‘롤쟁이’가 되어있었죠. 여전히 그 친구들과 즐겁게 롤을 즐긴답니다.
4년 차 롤 플레이어로서 롤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롤을 추천해준다면 어떻게 말해주고 싶나요?
게임 자체를 얘기하자면 게임이 생각보다 건전한 취미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돈도 얼마 안 들고 시간도 스스로가 조절한다면 친구들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취미죠! 어머니가 게임은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을 가지던 분이셨는데 4년 동안 열심히 건전한 취미라는 것을 주입했답니다. 롤은 게임의 승패가 어떤 오브젝트나 하나 하나의 실수로 뒤집어질 수 있는데 거기서 오는 쾌감이 바로 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승패를 끝까지 모르거든요. 무슨 일이든 끝까지 열심히 하면 결과는 모른다는 인생의 진리를 롤을 통해 깨달았죠. 아, 그리고 이스포츠(e-sports)로서의 매력도 굉장해요. 제가 유일하게 하는 덕질이 바로 롤 이스포츠예요. 그래서 사실 이후에 이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와, 단순한 취미에서 진로로 이어진 거네요. 이스포츠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학점이 낮아서 조금 부끄럽지만 로스쿨 생각을 하고 있어요. 변호사가 된다면 선수들의 권리를 보다 잘 챙겨주고 이스포츠 내부 규율과 법을 더 체계화 하고 싶어요. 그런 일이 존재하는 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만약 법과 관련해서 이스포츠 일을 하게 된다면 그런 방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성공하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롤의 선순환 아닙니까. 저도 응원할게요! 그럼 마지막으로 잔치꾼으로서의 질문을 해볼게요. 이번 학기 잔치꾼으로 들어와서 쓴 글들 중 스스로 가장 맘에 든 글이 있다면?
플레이스 ’70. A to Z Cafe’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글을 쓸 당시에 평소와 장르를 조금 다르게 해보자고 플레이스팀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사진을 위주로 글을 써보자 했는데 생각만큼 글이 나오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정말 거의 울면서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갓’편집장님과 ‘갓’플레이스 팀원들이 A부터 Z까지 단어를 만들어서 넣어 보는 거 어떠냐고 제안을 해주어서 탄생 했습니다.(웃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Kiaaaaaak”이에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제가 해놓고도 진짜 어이없었는데 귀여워서 제일 좋았어요. 역시 글은 정신을 반쯤 놓고 쓰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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