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책다방 위숨
정적. 신촌에서 가장 찾기 힘든 것 중 하나다. 불빛이 사라질 때까지 사람과 차와 물건들이 웃고, 움직이고, 부딪히는 소리가 연세로를 가득 채운다. 신촌 소재 대학교를 다니는 에디터는 오늘도 정신 없이 수업을 마치고 이 시끌벅적한 거리를 걷는다.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꽤나 쌀쌀하고, 저녁놀이 지는 거리는 속도 모르고 북적거린다. 노트북과 전공책이 점령한 커다란 가방은 또 어찌나 무거운지. 아직 할 일은 남았는데, 괜히 학교에 남아있기 싫어 빠져나온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센치’해진 탓에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더 안으로. 마침내 붉은 술집 간판들 사이로 목적지가 보인다. 정적이 조용히 숨어있는 피난처, ‘책다방 위숨’이다.

그렇다면 제 젊은 날은 파업 중인 걸까요…

달처럼, 별처럼. 독특한 조명이 은은하게 내부를 밝혀준다.
글귀가 쓰인 계단을 오르면 금세 위숨의 첫 번째 층에 들어서게 된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각종 책과 편안한 의자가 있는 위숨은 북카페이자 스터디카페다. 신촌 골목에 오픈한 지 6개월 정도 된 이 따끈따끈한 카페는 현직 기자로 일하고 있는 신완순 씨와 그의 어머니 김지연 씨, 그리고 신 씨의 친한 동생인 강주한 씨의 작품이다. 위숨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보다 신 씨, 그의 오랜 ‘신초너(Shinchoner)’로서의 경험과 관찰이었다.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생인 그는 오랜 시간을 신촌에서 머무르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스터디카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집중이 안 될 땐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뽑아 읽어보자.
편안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료. 신 씨의 바람대로 위숨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특히 위숨의 장점인 안락하면서도 젊은 센스가 돋보이는 인테리어는 그의 친한 동생인 강주한 씨의 실력이다. 독특한 조명부터 나무 소재 중심의 가구들까지, 건축공학을 전공 중인 학생이자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해 본 강 씨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구석에 놓인 작은 소품까지도 특별해보이는 이유는 역시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깃든 애정이 크기 때문이리라.

잘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도 위숨의 철학과 열정이 가득하다.
위숨의 메뉴는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등의 커피류는 물론, 에이드와 쿠키, 케이크 등 당을 톡톡히 채워줄 만한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다. 에디터의 추천은 단연 바닐라라떼. 시럽을 절반 이하로 넣어도 은은한 바닐라향이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눈에 띄는 다른 메뉴로는 ‘아무거나(5,000원)’와 ‘저에게 주고 싶은 커피(5,000원)’가 있다. 머리가 복잡한 이들을 위한 선택지일까? 결정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면, 고민하지 말고 ‘아무거나’라고 시원하게 외쳐보는 건 어떨까. 위숨의 바리스타이자 신 씨의 어머니인 김지연 씨가 기꺼이 지친 당신을 위한 특별한 음료를 만들어 줄 것이다.

따뜻한 바닐라라떼 한 잔으로 위로 받으실래요?
“개강해서 그런지 방학 때보다 이 시간대에 오는 손님이 줄었어요. 그런데 오후엔 자리가 꽉 차서 못 앉고 다시 나가는 손님들도 많아 죄송하기도 하죠.”
장사가 잘 되냐는 에디터의 다소 직설적인 물음에 김 씨는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은 징조였다. 하루 걸러 가게가 들어왔다 나가는 신촌에서 새로운 가게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란 어렵다. 김 씨도 처음엔 아들이 개인 카페를 차리겠다는 것에 걱정이 많으셨다고. 그러나 지금은 아들의 확신 덕분에 시작한 위숨에서의 하루하루가 즐겁다 말하시며, 재차 거절하던 에디터에게 결국 카페라떼 한 잔을 쥐어 주셨다.
“카페를 하는 입장에선 별 것 아니지만, 받는 사람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니까요. 그래서 택배기사님들처럼 가게를 들르는 분들에겐 꼭 한 잔씩 음료를 드리곤 해요.”

노란 화분이나 새파란 하늘처럼, 별 것 아니지만 하루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은 참 많다.
공간은 사람을 닮는 법이라 위숨은 구석구석 온기와 배려가 느껴진다. 아래층은 그룹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위층은 좀더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눈 점도 그렇다. 아래층이 조금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라면, 위층은 넓은 탁자와 풍족한 콘센트가 매력 포인트다. 탁자나 선반 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있는 것은 아래층과 마찬가지. 책장에 정갈하게 꽂혀 있는 것보다 이렇게 놔두는 것이 더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단순한 스터디카페라기보다는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 느껴지는 이유는 이런 크고 작은 배려들 덕분일 것이다.

위층의 전경은 없던 학구열도 만들어 준다. 두뇌풀가동!
위숨(visum)은 라틴어로 꿈, 혹은 환상을 뜻한다. 온갖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신촌에서 피어나는 꿈은 셀 수 없이 많고 많다. 그리고 신촌은 그 꿈을 연료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다. 하지만 과열된 기계가 결국 고장 나듯이, 꿈과 열기를 추구함에도 휴식이 절실할 때가 있다. 신촌의 소음 속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찾는 것은 무언가의 해답, 혹은 결승선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아무리 뛰어도 결승선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잠시 숨을 고르고, 땀을 닦고, 한 번쯤 뒤를 돌아보자. 돌아본 뒷골목 안, 정적이 숨어있는 이 골목에서 결승선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잠들지 않고 꿈꾸는 자들이 함께 숨쉬는 공간, 위숨.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9길 34-1
연락처 : 070-4147-1681
영업 시간 : 매일 11:00 – 23:00 / 시험기간에는 24시 운영
사실 신촌에 술먹는데만 많았지 이렇게 편하게 휴식을 취할 공간이 없었거든요. 정말 부담없이 편안한 공간인 것 같아요.
여기 라떼 너무 맛있어요 같이 주시는 하리보도 너무 센스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