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19 · 03 · 13

106. 레인트리

Editor 왕 잔치

매섭기만 했던 바람이 어느새 살랑살랑 기분 좋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꽁꽁 싸매던 두꺼운 외투들은 고이 넣어두고 슬슬 얇은 옷을 꺼내기 시작한다.

거리에는 얇은 자켓을 입고 한껏 멋을 부린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 그리고 신촌 거리에는 과잠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어…과잠? 과잠….?!

맞다. 개강이다……!!

늦잠도 못 자게 일찍 시작해버리는 강의들, 벌써부터 쌓여가는 과제들, 팀워크는 무슨 불신만 커져가는 팀플들, 답도 없는 시험까지… 개강을 하면 슬픈 일이 잔뜩 생긴다. 하지만 개강을 해서 좋은 점도 있다. 바로 학교 근처에 내가 애정 하는 곳들을 자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개강을 위로해줄 학교 앞 나의 최애 플레이스를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뚝딱이가 좋아하는 플레이스의 필수 요건을 설명해주려 한다.

첫째, 나만 아는 특별한 곳일 것.

둘째, 편안히 쉴 수 있을 것.

셋째, 맛있는 것이 있을 것.

이 쉽지 않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바로 카페  “레인트리”이다.

 

 

나만 아는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했기에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이유 때문에 레인트리를 알게 되기까지 쉽지 않았다. 신촌의 아주 구석진 골목 한 건물의 2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한 명이 꽉 차게 올라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지나면 적색 빛을 띄는 레인트리의 문이 보인다. 이 문을 열면 오묘한 색의 천들이 휘날리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폴폴 풍기는 레인트리가 나타난다.

내부에는 테이블 자리와 좌식형 자리가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큰 공룡 인형이 있는 맨 구석 왼쪽 좌식형 자리이다. 천으로 가려져 있어서 편안히 쉴 수 있고 귀엽고 거대한 인형에 몸을 기댈 수도 있다.

 

 

자리가 무척 편안하기도 하고 손님이 항상 적은 편이라 조용하게 쉴 수 있어 좋다. 여행 기자였고 지금도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듯한 사장님의 여행 앨범이 가게 곳곳에 있기에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카페의 메뉴는 굉장히 다양하다. 커피, 스무디, 밀크티, 차… 그리고 라씨가 있다. 독특하게 인도식 요구르트 음료인 라씨를 팔고 있다. 인도 요리 전문점이 아니고서야 쉽게 만날 수 없는 라씨, 레인트리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 추천한다.

하지만, 나는 라씨보다는 밀크티 라떼를 자주 마신다. 학교 근처에 밀크티 가게가 굉장히 많은데, 특히 레인트리의 밀크티는 다른 가게보다 우유 폼이 많고 부드러워서 좋다.

 

조그마한 과자는 덤

 

그리고 여기 오면 음료와 더불어 꼭 시키는 메뉴가 있다. 바로 팬케이크다.

요즘 유행하는 수플레 팬케이크보다는 집에서 해먹는 팬케이크에 가깝지만 이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아주 잘 부풀어 올라서 푹신을 넘어 퐁신하기까지 한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을 넉넉히 적시고 생크림에 포옥 찍어서 먹으면….! 천상,,그 자체,,,

 

 

푹신한 인형과 쿠션들에 둘러싸여 반쯤 기댄 상태로 부드러운 밀크티 라떼 한 모금, 퐁신한 팬케이크 한 입 하면… 아 개강의 슬픔을 모두 잊게 된다.

 

내 최애 자리를 지키는 다이노소어

 

원래도 카페를 자주 가지만 특히나 레인트리에 올 때만큼은 작정하고 늘어질 생각을 하고 온다. 학교 친구들을 자주 데리고 오는데 실제로 모두들 레인트리에만 오면 잠이 쏟아진다며 꾸벅 꾸벅거리다가 잠이 들기 일쑤다.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료와 따땃한 팬케이크를 먹고 배를 불린 후 쿠션에 파묻혀 스르륵…..

나 또한 다른 장소들보다 레인트리를 더 편안하게 여기고 더 애정을 준다. 마치 나의 쉼터 같은 곳. 힘들 때 지칠 때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


 

“인도에는 정말 ‘레인트리’가 있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이 나무 밑으로 들어와 비를 피하고 비가 그쳐 사람들이 떠나면 그제야 나뭇잎에 맺혀있던 빗방울들이 하나둘씩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무에서 비가 내리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 커다란 숲을 이루는 레인트리. 그 밑에 앉아 있으면서 내게도 이런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삶에서 갑자기 생각지 못한 소나기를 만났을 때 비를 피하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 쉬어갈 수 있도록 너른 그늘을 내어주는 곳.

그리고 1년 뒤 거짓말처럼 내게도 진짜 ‘레인트리’가 생겼다.”

⁃ 서른 여행(다르게 시작하고픈 욕망), 한지은


레인트리 속 레인트리

 

우리들은 항상 말로는 자퇴와 휴학을 외치지만 실제로 레인트리 사장님처럼 대범하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않다. 앓으면서도 버티고 또 버티며 힘든 생활을 영위해나간다. 개강하자마자 종강을 외치고 다니는 우리들이지만 그럼에도 이 힘든 학교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학교 앞 나만의 작은 쉼터들 덕분 아닐까?

힘들고 지친 신초너들이 레인트리에 들러 갑작스러운 과제와 시험을 피할 수 있길!

 

 

 

 


레인트리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2가길 24

 

영업시간: 오전 11:00 ~ 오후 10:30

 

연락처: 02-6406-2172

왕 잔치
AUTHOR PROFILE
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