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네이버후드
괴테의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책은 고통을 주지만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영원한 것은 맥주뿐!’
독일의 문호 괴테나 대학생들이나 고통스러운 책을 덮고 “맥주 최고!”를 외치는 것은 마찬가지인걸까. 추석 연휴, 겹겹이 쌓인 프린트들을 바라보던 철학과 3학년 에디터는 익숙한 듯 맥주를 찾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키고 생각한다. 왜 이전에는 이 맛을 몰랐을까. 카X, 하X트만 맥주인 줄 알던 그 때는 맥주란 쏘맥을 말 때가 아니면 의미 없는 부수품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고든 램지도 반해버린 국산 맥주의 그 맛을 에디터가 잘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외국 맥주들을 하나 둘씩 접하면서 맥주의 맛을 서서히 알게 되었고 에디터의 삶에서 맥주는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미처 에디터가 몰라봤던 것 뿐, 맥주는 맥주 그 자체로 곁에서 항상 빛나고 있었다.

Shining Beer..✨
맥주의 맛을 알게된 이상, 먹고 또 먹어도 그 매력은 끝이 없다. 아마 맥주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는 그런 개성 넘치는 맥주의 특성이 극대화된 맥주이다. 특정 개인이 직접 자신의 취향에 따라 *홉을 넣기 때문에 어떤 향의, 어떤 맛의, 어떤 목넘김의 맥주가 탄생할지 모른다. 따라서 각각의 특색을 가진 크래프트 비어의 맛을 표현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달콤한, 쌉싸름한, 상큼한, 톡쏘는, 시원한, 신, 가벼운, 무거운, 강렬한, 풍부한…’ 이외에도 한정적인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런 맛을 가진 크래프트 비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크래프트 비어 : 수제맥주.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든 맥주.
*홉 : 맥주 양조 시에 사용되는 원료. 맥주의 특유한 방향과 상쾌한 맛을 주고 방부보전의 성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맥주의 거품을 내는 구실도 한다.

거기 친구, 피맥이나 한잔 하자고! 두둠칫 둠칫둠칫-
그렇다면 크래프트 비어는 어떤 안주와 어울릴까? 소시지, 치킨, 버거, 감자튀김 등등 많은 안주들이 맥주와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지만 피자만큼 환상의 짝꿍은 없는 듯 하다. 치맥이 온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은 가고, 피맥의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맥주 중에서도 크래프트 비어가 피자와 유독 더 잘 어울린다. 수제맥주의 다양성만큼 피자의 조합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어떤 치즈를 어떻게 어떤 토핑과, 어떤 도우를 통해 만드느냐에 따라 개성 넘치는 피자들이 탄생한다. 젊음과 청춘의 공간인 신촌에도 당연히 요즘의 트렌드, 피맥집이 있다. 저 골목 어딘가 신촌 피맥집의 시초가 존재하노니, 바로 ‘네이버후드’다.

밖에서는 좁아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신촌 깊은 골목 어딘가, 네이버후드가 자리하고 있다. 추석연휴 기간에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쪽의 테이블은 거의 가득 찬 상태라 자리가 있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다행히 안으로 들어서자 좀 더 넓은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각형의 공간 두개가 대각선으로 위아래에 맞물려진 다소 특이한 구조였다. 곳곳에는 크래프트 비어와 연관된 여러 포스터들이 붙어있었고, 피자 그림들과 수많은 비어탭들이 피맥집으로서의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시끌벅적 네이버후드 안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 사장님도 눈에 띄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사장님이 메뉴판과 함께 빠르고 굵게 메뉴를 추천해주신다. 먼저 크래프트 비어는 크게 ‘더 랜치 브루잉 컴패니’, ‘갈매기 브루잉 컴패니’, ‘수입맥주 온탭’ 으로 나눠진다. 각 크래프트 비어의 향, 맛, 도수 등에 대해서는 메뉴판에 써져 있고, 맛이 다양한 만큼 맥주 하나만을 고르기 힘들기 때문에 각 컴패니에서 4종을 골라 조금씩 마실 수 있는 샘플러를 판매하고 있다. 안주에는 대표적으로 피자가 있고, 이 역시 반반 피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줄여준다.

고민을 덜어드립니다. 샘플러 맥주와 반반피자.
샘플러 맥주와 피자를 주문하자, 샘플러 맥주가 먼저 준비됐다. 에디터는 갈매기 브루잉 샘플러를 시켰는데, 음오아예- 취향저격이었다. 약간 쌉싸름한 맛과 상큼한 향이 나는 크래프트 비어를 즐기는 에디터에게 갈매기 브루잉 컴패니의 맥주 4종류는 부족함이 없었다.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피자가 나오기도 전에 2종류를 다 마신걸 조심스레 고백해본다. 각각의 맥주는 비슷한 듯 다른 색깔, 맛, 향을 가지며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그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크래프트 비어는 ‘노란단풍’ 이라는 맥주로, 상큼하고 쌉싸름한 맛의 정석이었다. 씁쓸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면 몇백번이고 추천한다.
맥주의 맛과 향에 잔뜩 취해있으니, 최고의 궁합인 피자가 등장했다. 노말한 피자가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에디터는 모짜렐라 피자와 페퍼로니 피자 반반을 주문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피자도 당연히 맛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크다. 도우, 치즈, 소스, 토핑 뭐 부족한게 없는 맥주의 완벽한 짝꿍이었다. 핫소스를 살짝 뿌려 한 입 배어 먹어보자. 폭신폭신한 치즈와 살짝 매콤한 핫소스. 그리고 그와 어우러진 짭쪼롬하면서 단 토마토소스와 고소름한 도우까지. 피자 한 입에 맛의 향연이 시작된다. 그 향연의 끝맺음은 맥주 한모금이다. 상큼한 과일 향과 함께 약간은 쌉싸름한 끝 맛을 가진 맥주까지 마시고 나면 깔끔하게 피맥의 향연이 마무리 된다.

뉴질랜드 짬에서 나오는 Vㅏ이브가 있어요~
인터뷰를 할지 말지 고민을 참 많이 했다. 그냥 에디터가 느끼는 대로의 네이버후드를 쓸지, 아니면 사장님의 목소리를 담을지. 하지만 피맥을 한 후 마음이 굳어졌다. 이 피자와 맥주의 정체를 밝혀야겠다고. 밀려든 손님으로 내내 바쁘시던 사장님이 어느 정도 한가해졌을 때, 에디터는 살며시 다가가 네이버후드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했다.
“네이버후드의 자랑이요? 저희는 피자랑 맥주가 정말 맛있어요. 피자를 네이버후드 공동대표이자 제 남편인 스태포드가 직접 만들어요. 케찹 빼고는 모두 직접 만드는거에요. 한국에 오기 전에 뉴질랜드에서 살았었는데, 그 쪽에서 19년동안 바(bar)일 등 외식업을 했었어요. 피자에 그 노하우가 담겨있죠. 부산의 ‘갈매기 브루잉 컴패니’도, 최근에 들여온 대전의 ‘더 랜치 브루잉 컴패니’도 다 저희가 직접 참여하는 양조장이에요. 이런 맛있는 수제 맥주들이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네이버후드의 자랑은 당연하게도 다양한 수제맥주와 맛있는 피자였다. 피자 이외에도 팔고 있는 소세지도 스태포드가 직접 만드는 수제라고 한다. 가게에 대해 말하는 내내 사장님에게서 신촌 피맥집으로서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신촌을 선택한 이유는요. 음, 이미 피맥집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이태원 같은 곳에 네이버후드를 열었어도 분명히 잘됐을거에요. 그런데 앞서도 말했지만, 저희는 맛있는 피자와 맥주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요즘엔 피맥집이 꽤 많이 생겼지만 저희가 가게를 열 때는, 그러니까 4년 전에는 신촌에 피맥집이 없었어요. 신촌에서도 맛있는 피맥을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게 저희가 처음으로 신촌 피맥집을 열었죠. 최초이기도 하지만 저희가 제일 맛있어요. 정말로요.”

에몽이랑 피맥하러 가실 분 ! ₍₍ (ง ˙ω˙)ว ⁾⁾
네이버후드. Neighborhood. 근처 동네, 혹은 이웃이라는 뜻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디서 만날래?” 라고 하면 “네이버후드에서!” 라는 식의 대화가 자주 이뤄진다고 한다. 사장님은 한국에서도 쉽게 사람들이 동네에서 맛있는 수제맥주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네이버후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덕분에 이제 신촌에 사는 주민들 혹은 자취생들, 그리고 신촌에 상주하는 대학생들. 즉 다양한 신초너들이 <네이버 후드>에서 쉽게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에디터는 신촌에 살진 않지만 학교를 다니거나 놀거나 하는 이유로 일주일 내내 거의 신촌에 상주한다. 반복적인 일상 속에 에디터는 종종 진부한 획일성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에디터도, 신초너들도 모두 각자의 특색을 가진 다양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씁쓸해지는 밤이면 맛있는 맥주가 떠오른다. 맥주도 다 똑같은 맥주같지만 사실은 모두 다르다. 다양한 맥주의 달콤쌉쌀함과 상큼함이 시려운 씁쓸함과 이유 모를 외로움을 덮을 때 쯤, 우리는 생각한다.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영원한 것은 맥주뿐!’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41
연락처 : 010-6688-0415
영업시간 : 매일 17:00 – 01:0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159. [신촌특집 대토론] 신촌,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https://wsrv.nl/?url=64.media.tumblr.com%2Ff6240b9a63a94cc4b9143b173e405897%2F1a1f39f649ef10dd-e5%2Fs2048x3072%2F089a05b78d4abbdbf182669a43af62db1595bfb0.jpg&output=webp&q=80&w=800&we=&l=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