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고고좋담 권혜진 사장님
#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

괜찮은 책방을 시작으로 작은 골목인 이화 오이길에 들어섰다면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가보자. 더 이상 이어지는 길이 없을 것 같은 골목의 끝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고고좋담’을 만날 수 있으니까. 유리창 건너로 보이는 나무 고양이가 환영해주는 조그만 공방의 미닫이 문을 살짝 열어보면 다채로운 고양이의 향연이 펼쳐진다. 턱시도, 치즈태비, 고등어, 삼색이. 냥냥.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원래는 제품디자인을 전공해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고양이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해서 지금은 고양이 그림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혜진이라고 합니다.
입구의 나무 고양이가 정말 귀엽던데요.
성냥팔이 고양이에요! 입구에 있는 나무 고양이 컨셉을 계속 바꾸는데, 좋은 생각이 안나서 인스타그램에서 아이디어를 모집했어요. 30가지 정도 받았는데 그중에 4가지(우쿨렐레 고양이, 성냥팔이 고양이, 온천욕 고양이, 뜨개질 고양이)를 선택해서 만들고 있어요. 지난달엔 우쿨렐레 고양이였고요.

안녕하냐옹~성냥팔이와 우쿨렐레 고양이야옹~ @gogojodam
그렇다면 ‘고고좋담’은 고양이가 좋담, 뭐 이런 뜻인가요?
‘고양이가 좋아서 고양이를 담았습니다’라는 뜻이에요. 세로로 썼을 때의 앞글자만 따온 거죠. 그림이든 사진이든 여러 방식으로 고양이를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지었어요.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정말 키우고 싶어했는데 키우지 못하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대신에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죠. 이제는 자연스럽게 고양이가 소재인 가게까지 운영하게 됐네요.
보통 어떤 모습을 굿즈에 담아내려 하시나요?
저는 고양이와 배경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풍경을 좋아해요. 그래서 일상과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사진과 그림에 담으려고 하고 있어요.
아, 그래서 고양이 사진도 벽에 많이 게시되어 있네요.
네.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는걸 좋아해서 여행다니면서 고양이들을 찍어서 전시하고 엽서로도 만들어요.
제가 길에서 만난 애들은 사진 찍으려하면 다 피하던데.
맞아요. 제가 마주친 고양이들도 엄청 많이 도망가요. 그래서 저는 도망가지 않는 친구들 위주로 포착하려해요. 음, 한 발짝 다가가서 바로 도망가면 안 찍고 안 도망가는 애들을 찍는 거죠.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사실 백 장 찍어서 한 장 건지는 거예요.(웃음)

사장님이 생각하는 고양이의 매력은?
고양이의 특별한 매력은 일부러 귀여운 척을 안해도 정말 귀엽다는 거예요.(웃음) 또 고양이는 무늬가 다양해서 그림을 그릴 때도 재밌거든요. 무늬마다 다른 매력이 있어서요.
좋아하는 대상과는 닮는다고 하더니 사장님은 고양이와 비슷한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장님은 어떤 고양이를 제일 좋아하세요?
저는 노란 고양이요. 치즈태비!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제일 귀여운 것 같더라고요. 삼색고양이도 좋아해요. 검은색, 노란색, 흰색 무늬가 점박이처럼 있는 아이예요. 아, 혹시 그거아세요? 삼색 고양이는 여자아이밖에 없대요. 유전적 특성상 남자아이는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지나가다가 삼색고양이를 보면 얘는 여자애구나하고 딱 알 수 있어요. 정말 신기하죠.

인터뷰 시작하시고 제일 해맑아 보이세요. 아무래도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다보니까 그런 거겠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스트레스는 좀 덜한가요?
스트레스를 받긴 하죠. 그런데 회사 다닐 때 받는 스트레스랑 종류가 좀 달라요. 회사 다닐 때는 일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지가 요즘 고민이에요. 아무래도 고양이에 특화된 가게다보니 강아지나 다른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수용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동물 시리즈도 만드는 식으로 조금 더 영역을 넓혀볼까 고민중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오이길에 공방을 열겠다고 하셨을 때 주위 분들이 만류하지 않으셨나요?
신기하게도 회사 동료분들은 다 지지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일했던 디자인 업계는 경제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많이 힘들거든요. 그래서인지 회사를 그만두고 고양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니까 나아갈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고 좋게 봐주셨어요. 그 분들도 독립을 많이 꿈꾸시거든요.
모두의 꿈을 대신 이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전 로망을 실현한 것 같아요. 지금 가는 길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개인 공방을 가지고 싶었고 한가지 주제로 상품을 꾸준히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사장님이 선물로 안겨주신 치즈태비와 고등어
여기는 보통 손님들이 어떻게 찾아오세요?
이 길을 지나다니다가 궁금해서 들어오신 분들도 있으시고, 마켓이나 페어(Fair)에서 만났던 분들이 오시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문의가 많아서 네이버 스토어팜으로도 뵙고 있어요.
(인터뷰 도중 갑자기 크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역이 근처에 있어서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소리예요. 30분, 40분마다 크게 들리는데, 처음에는 친구들이 공방에 와서 이 소리를 듣고 ‘비 온다!’ 하더라고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 장소의 나름의 매력이라고 느껴요.
아, 이 근처에 신촌기차역이 있죠! 사장님은 공방을 열기 전에 신촌에 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사실 저는 은평구에 살기 때문에 청년몰 시작하면서 신촌에 처음 오게됐어요. 신촌에서도 작은 골목인 이 곳이 정말 괜찮을까 싶어서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직접 방문하고 보니까 음식점도 있고 공방도 있고, 생각보다 골목길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일을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이대가 바로 옆에 있다보니까 대학생들이 가져다 주는 활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화 스타트업52번가가 아니었다면 이런 재밌는 곳을 모를 뻔했죠. 이대에 와도 이대 정문 방향이나 신촌 기차역 큰 길쪽으로 다니지 여기는 들어올 일이 없거든요. 근데 이 길이 참 좋아요. 숨겨진 가게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마지막으로 ‘고고좋담’ 사장님이 알려주는 고양이랑 친해지는 팁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면 안돼요. 친해지려면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게 필요하죠. 고양이는 경계 대상이 있으면 지켜보다가 마음이 열리면 오랫동안 가만히 머물러 있곤 하거든요.
<고고좋담>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7
연락처: 010-3802-8190
영업시간: 11:00-20:00, 주말 오픈은 일정에 따라 다름
인스타그램: @gogojodam

*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 2016년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시작된 곳이다. 이화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공간으로서 학생, 지역 주민 등 52번가를 찾는 모든 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인간-대학-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혁신과 공유’하는 큰 의미를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 내고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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