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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11 · 10

183. 괜찮은 책방 임다해 사장님

Editor 최유자

# 프로젝트 첫 번째 이야기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혹은 ‘이화오이길’로 불리는 곳을 들어보셨나? 올 해 상반기만 해도 삭막하던 이 골목은 어느샌가 사람냄새나는 활기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22곳의 가게로 이루어진 이 거리, 어디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면 따스한 이곳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가게가 작아도, 사장님 혼자 계셔도 들어가기 부담스럽지 않고 구경만 하고 나가도 민망하지 않은  ‘괜찮은 책방’이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5월에 오픈한 ‘괜찮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임다해라고 합니다. 혼자 운영하는 가게이지만 제가 이화여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수업 갈 때나 일이 있을 땐 다른 분이 가게에 계실 거에요. 저를 도와주는 친구들이니 부담없이 편하게 들어와주세요.

 

‘괜찮은 책방’ 이름을 지으실 때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사실 별 게 없어요. 물론 많은 고민을 하긴 했죠. 처음에는 그림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는데 그림책만으로 가게를 채우기는 무리가 있었고, 상권을 고려했을 때도 한계가 있었죠. 대신 한 켠에, 제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사람들이 접해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게 성격의 범위를 넓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동화적인 혹은 아기자기한 이름으로 고민을 하다가 컨셉이 바뀌면서 “아, 괜찮은 이름은 없나”하고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어요. 지식인에 “어디에 괜찮은 책방 없나요?” 같은 질문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 이거 괜찮겠다” 싶어서 바로 특허청에 검색해 보니 등록된 것도 없더라고요.(웃음) 괜찮은 책방은 말 그대로 괜찮은 책방이란 뜻과 위로를 건네는 “괜찮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에세이, 동화, 소설 등 다양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어요. 선택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선물샵을 컨셉으로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든지 스스로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라든지를 고려해서 들여놓는 편이에요. 또,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품들을 구비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부담스러워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이런분들도 소품들을 보고 편하게 들어오시기도 하는데 이런 계기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사실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그림책 같은 건 읽고 가셔도 괜찮거든요. 열려있는 공간으로서 이 장소가 부담없이 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없어진 책도 있고 새로 생기는 책도 있고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게 있지

 

괜찮은 책방의 주인은 어떤 책을 괜찮아하는지 궁금해요,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저는 작은 책들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다닐 때 책 한 두권씩 가지고 다닐 때가 많거든요. ‘민음사 쏜살문고’ 시리즈같은 책이 휴대하기 좋죠. 여행지에 가져간 책을 거기서 만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오기도 하고, 제가 읽고 오기도 하는데요. 사실 저는 여행가이드 책은 안 좋아해요. 대신 제가 가는 곳과 책을 매치시키는 것을 선호하죠. 전 헤르만 헤세를 좋아해요. 그래서 전엔 혼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갈 때, 헤세의 시와 소설을 챙겨 갔어요. 자전적 소설이 많다보니까 헤르만 헤세 생가에서 작품 속에 있는 장소가 정말 제 눈 앞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책을 가지고 여행을 가신다고 하면, 예를 들어 순천을 간다면 무진기행을, 이스탄불을 간다면 오르한 파묵이란 작가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니까 그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답변으로도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웃음) 책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회사 다닐 때는 책을 한 권도 못 읽었어요.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했고 대학 전공도 소설이었다보니 월급의 몇 퍼센트는 항상 책을 샀어요. 대리만족도 있고 신간이나 좋아하는 작가 책이 나오면 궁금한 게 있잖아요. 그런데 하나도 못 읽고 쌓여가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책을 더 이상 안 사게 되더라고요. 어차피 읽지도 않고 짐이 되니까요. 그런 마음을 알기 때문에 손님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아요. 오셔서 책을 사는 것을 망설이시거나하면 제 소장책은 빌려드리거나 여기서 읽고 가시라고 하기도 하고요.

 

이번 달 컨셉은 DRAWING

 

남다른 사장님이신 것 같아요! 그런 분에겐 남다른 손님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오픈 전에 여기 놀러오셔서 책을 보다가 가신 손님이 계세요. 제가 네트망 위에는 컨셉에 변화를 주면서  게시하는 책을 자주 바꾸는 편이거든요. 근데 마침 있던 책이 손님이 제일 좋아하는 책이었던 거예요. 그래서인지 마음을 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게 연이 되어서 오픈식 때도 찾아와 주시고, 지금은 졸업한 이화여대 학생인데 지금도 가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부를 주고 받아요. 또, 기억나는 분은 얼마 전에 알게 된 손님이세요. 이 분은 우연히 저희 가게를 와주신 다음부터는 필요하신 책이 있으면 저에게 주문을 해주세요. 사실 그런 건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제 생각에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훨씬 더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을 텐데, 일부러 저한테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가 찾으러 와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죠.

 

듣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져요. 이곳이 좋은 분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가 있을까요?

공간이 취향을 탄다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소소한 걸 좋아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시는 분들이 와주시니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매장이 붐비고 규모가 큰 곳은 왔다가 그냥 나가도 되는데, 작은 곳은 마음 먹고 들어오거나 진짜 봐야겠다 싶은 것이 있을 때 들어오시잖아요.

 

원래 책방 사장님을 꿈꾸셨나요?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했고,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래도 우연하게 청년지원 사업을 알게된 것이 큰 계기가 되었죠.  제가 만약 이 사업을 독자적으로 하려고 했으면 되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위치도 그렇고 인테리어, 월세, 운영방식 등 고려할 게 많죠. 그런데 이화52번가는 정부지원을 받아서 운영되다보니깐 빠르게 진행 되더라고요. 이미 장소도, 오픈일도 언제라고 정해져있고요.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오래 할지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하는 데까지는 잘 해보고 싶어요.

 

인터넷 사업이 너무 확장되어서 오프라인으로 책방을 운영하기를 마음먹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있었죠. 가게를 운영하기 전에도 이런 아기자기한 책방을 좋아해서 자주 보러 다녔었거든요. 물론 그 때는 무슨 아이템이 있을까하고 탐방수준으로 다닌 건 아니어서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요. 사업을 하려고 돈을 벌어야겠다고 책방을 여신 분들은 거의 제가 못 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정도로 그게 쉽지 않아요. 단가도 낮고 마진율도 좋지 않은 편이니깐요. 그래도 좋아하니까, 좋아서 하는 거죠.

 

 

신촌은 사장님에게 어떤 공간으로 느껴지시나요?

누군가를 만나러 오는 곳? 식당이 많아서 그런지 약속장소의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신촌은 워낙 자주 바뀌어서 현대백화점 뒤에 몇 개 식당 정도 빼고는 바뀐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은 차없는 거리를 하면서 주말에 행사가 많잖아요. 그런 변화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참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왔다갔다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구경도 하게되고요. 지난 번엔 프랑스 거리 음악 축제를 구경하기도 했어요. 종종 플리마켓에 이 지역에 있는 상점들도 참여하시는데 그럴 때는 응원차 가기도 하고요.

 

신촌에서 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으세요?

책방이 상업적으로 괜찮은 장소는 아닐 지 몰라도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다가 새로운 음식점이 생기면 “저기서 뭐 먹어봐야겠다” 내지는 “맛있는 냄새 맡으니까 배가 고프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도 영향이 있다고 보거든요. 지나가다 들려서 “어, 책 한 번 읽어볼까”라든지 “이런게 있네” 하고 알게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경험을 할 곳이 거의 없다보니까 일부러 대형서점을 가지 않는 이상 필요한 책에만 관심을 가지고 주문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상 받은 책이 이거구나”, “새로운 게 나왔네”하면서 사람들이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려면 책방이 필요하지않을까해요. 많아지면 좋겠어요.

 

 ‘괜찮은 책방‘ 즐기는 하나의 포.인.트

“괜찮은 책방에서 만난 한 문장이라고 해요. 책장을 보면 눈에 띄는 책들이 있잖아요. 그럼 그 중 책 하나를 딱 펴요. 그 페이지에 있는 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적는 거죠. 그럼 내가 관심이 가는 책을 조금 더 살필 수 있고, 타인이 찾은 문장에서 새로운 책에대한 흥미를 발견할 수도 있어요.”

 


<괜찮은 책방>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

연락처 : 02-393-7297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imfine_bookshop


*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 2016년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시작된 곳이다. 이화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공간으로서 학생, 지역 주민 등 52번가를 찾는 모든 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인간-대학-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혁신과 공유’하는 큰 의미를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 내고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최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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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자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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