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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11 · 21

185. 아틀리에 미묘 강미진 사장님

Editor 최유자

# 프로젝트 세 번째 이야기

낙엽을 촤르륵 휘날리던 바람이 숨 쉴 틈 없이 불어와서 목구멍을 막아버렸다. 잠시 숨이 멈추고 삶이 멈추어버린 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끅끅 애써 몸에 숨을 불어 넣으려는 노력이, 얄궂게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내 현실처럼 느껴져서 괜시리 슬프다. 삶은 짧고 예술은 길다던데 그 짧은 삶이 언제부턴가 거대해져 길게 남을 우리의 예술의 혼을 잠재워버린다. 크레파스를, 붓을 들었던 때가 있는데 말이다.  “그거 해서 뭐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질문에, 예술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 얼마나 돈이 되는지로 평가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린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꿈을 이루고 있는 아이돌에 열광하고 화가를 선망하고 영화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동경하는 건 아닐까싶다. 사실 그런 이들은 멀리떠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작업실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미묘처럼 말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이화52번가에서 아틀리에(Atelier) 미묘를 운영하고 있는 강미진이라고 합니다. 아틀리에 미묘는 작가의 개인 작업실 겸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들과 같이 공간을 공유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클래스를 통해서  그림을 어떻게 그리면 좀 더 편하게 그릴 수 있는 지 같이 배우고 있어요.

 

아, 그렇다면 크로키를 배우고 싶다하면 크로키를 배울 수 있는 건가요?

아직은 크로키를 배우고 싶다고 하신 분은 없으셨어요.(웃음) 제가 기본적으로 한국화 작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나 클래스 진행이 한국화 관련해서 준비되어있기도 하고요.

 

클래스를 통해 여러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수강생분이 있을 것 같아요.

수강생은 아니었지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길거리에 외국인들이 많았어요. 어느 날은 제 작품을 특색있게 본 백인들이 혹시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일본에 가려고 하다가 상황상 한국을 경유하게 됐는데 탑승시간까지 6시간정도 공백이 생겨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서 말이죠. 영어에 자신이 없기도 했고, 종이가 이동중에 파손될 위험도 있고, 그림이 충분히 말라야 되는데 찢어지는 것도 염려가 되고 그리고 어떤 작품이든 하나를 완성할 때 두 세시간의 시간을 투자해야하는데 공항까지 늦지 않고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포기하고 갔어요.

 

 

한국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기다려야 하는군요.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끼신건가요?

그런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기다리는 걸 좋아한다기보다 작업방식이 여러가지잖아요. 한 번에 강한 색감을 이용해서 감각적인 작업을 하기도하고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작품을 변화시키기도하고요. 그 중에서도 전 후자에 가까워서 재료의 물성이 저한테 맞았거든요. 또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계속 그려왔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전공하면서 섬유미술을 전공 했어요. 그런데 섬유미술에서 하는 조형적인 작업보다 붓으로 하는 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붓에 매력이 있다고 하셨는데 물을 적게 묻히냐 많이 묻히냐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의 느낌 때문인건가요?

저같은 경우에는 입체물보다는 평면작업에 궁합이 좀 더 맞았어요. 아무래도 섬유는 조금 더 입체적인 오브제를 많이 만들거든요. 물론 오일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물을 이용하면 경험할 수 있는 스미는 느낌을 좋아하긴 했지만 제가 지금 물로 농담을 조절하는 먹작업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러면 어떤 분들이 아틀리에 미묘를 들리면 좋을까요?

생각보다 그림을 그리면서 급할 때 쉬어갈 수 있는 기분이 크게 들거든요. 그래서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편하게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장소는 아무래도 이화여대 근처이니까 학생분들이 많이 오시지 않나요?

저도 학생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대학생들보다는 연령대가 있는 편이에요. 대학원생이나 아니면 조금 연령이 높으신 분들. 학생들은 그림을 배울 여유를 내기가 조금 힘든 부분이 많이 있나봐요. 한국화 물감을 쓰니까 아무래도 그림 자체에서 연령이 높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간이지만, 학생들의 발길이 잘 닿지않는 공간이라니 새롭네요.

학생들이 많이 지나가기는 하는데, 이미 배우고 있는 공간이 있어서 혹은 학교에서 열심히 뭘 배우는데 그 근처에서 또 다른 것을 배우기에는 힘이 닿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또 대학생 때 그랬던 것 같고요.(웃음)

 

사실 학교생활 중에는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죠. 사장님은 대학시절 신촌에 많이 놀러오셨나요?

저는 계속 성남시에서 거주하고 있었는데 대학원을 홍대에서 다녔어요. 그래서 다른 서울 지역보다는 신촌이 익숙하고 놀러 올 기회도 많이 있었죠. 대학원 생활이 워낙 매일 작업하기 바빠서 주변으로 잘 놀러다니고 그러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제 기억 속의 신촌은 활기찬 대학생들도, 즐겁게 다니는 연인들도 많은 공간이에요. 확실히 다른 데보다 연령층이 젊다는 생각이 들죠. 이 바탕에는 사실 젊은이의 거리라는 신촌의 컨셉이 크게 작용했어요. 제가 보여지는대로 학습이 잘되는 타입이라서요.(웃음)

 

 

원래 작업실 마련을 꿈꾸셨던 거예요?

전에는 회사도 다녔어요. 그 동안에 창업에 대해서도 꾸준히 생각을 해왔고 작업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잘 맞아서 52길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작업을 혼자하고 있으면 작업실 고정비용도 문제지만 되게 외롭기도 하고 잘 안가게 되거든요. 이곳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어서 아무래도 혼자서 처음하는 모든 걸 결정하는 것보다 주변에 상의할 사람이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되죠.

 

오랫동안 여기에 머무르실 계획이신가요?

저는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하려는 작업에 비해서 공간이 협소해요. 수강생 네 분이 앉았더니 제 자리가 없어서 옆 가게에서 테이블도 빌려오고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또 여기가 수도시설도 안 되어 있어서 제가 반층 올라가서 물을 길어오고 있거든요. 수도가 없으면 물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버리는 것도 문제가 되고요. 수강생분들도 “이대로 괜찮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셔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이 근처에 있을 거긴한데 약간 위치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처럼 작업실을 만들 수 없다면 작업실을 공유하고, 작업실을 공유할 수 없다면 집에서 작품을 만들어보고, 작품이 부담된다면…. 에휴, 예술을 할 수 없는 수 만가지 이유 중에 예술을 해야하는 한 가지 이유를 찾는 사람이 예술가가 된다고 한다. 무언가에 도전하기도 전에 수백가지의 사소한 이유로 단 하나의 의미있는 이유를 가리고 있지는 않은가? 거창하게 현실을 떠나 천지창조를 만들자 도모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기 집 거울 앞에서는 모두들 자유롭기에, 우리의 삶의 붓은 우리가 쥐고 있음에 우리는 충분히 아티스트이고 언제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오늘은 따끈한 칼국수를 먹었다’부터 시작해도 말이다.

 


<아틀리에 미묘>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33

연락처 : 010-5883-9067

영업시간 : 평일 오후12시~오후8시, 토요일 오후2시~오후9시

블로그 : blog.naver.com/mimyo0152


*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 2016년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시작된 곳이다. 이화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공간으로서 학생, 지역 주민 등 52번가를 찾는 모든 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인간-대학-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혁신과 공유’하는 큰 의미를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 내고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최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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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자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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