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 안인서, 에디터 3호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학교 영문학부 24학번에 재학 중인 안인서입니다. 잔치에서는 3호라는 에디터 명으로 플레이스 팀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숫자가 들어간 잔꾼명은 3호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3호라는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일단 에디터 명에 무조건 숫자를 넣고 싶었어요. (왜요?) 튀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숫자를 넣은 이름이 전에 있었나? 궁금해져서 잔치 웹사이트를 뒤져봤죠. 그러다 지금까지의 잔꾼명이 쫙 정리가 된 글을 봤어요.
어떤 글인지 알 것 같아요. <잔치 천글을 기념하며, 모든 잔치꾼에게!> 맞죠?
맞아요. 그 글을 봤는데, 지금까지 숫자를 쓴 잔꾼명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숫자를 넣으면 저 많은 이름 중에서도 딱 보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22’, ‘33’ 이런 식으로 지으려고 했죠. 그런데 뭔가 어감이 좋지 않은 거예요. (웃음) 그래서 숫자랑 단위를 같이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숫자는 3으로 정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3이거든요. 그래서 3 뒤에 온갖 단위를 붙여봤는데 다 이상한 거예요. 3층을 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최종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3호였죠.
꽤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진 이름이군요.
맞아요. 그리고 3호라는 이름을 떠올린 뒤, 사전에 3호를 쳐봤어요. 다른 뜻이 있으면 조금 더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웃음) 그랬더니 삼호잡지라는 말이 있는 거예요. 짧게 출간된 잡지를 말하는 단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에 관해 쓰는 데 짧게 출간하고 말면 너무 아쉽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3호에서 더 이어서, 쭉 써가겠다는 마음으로 3호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3호는 어쩌다가 잔치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거에 대해 표현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거기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가 잡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잡지에서는 어떤 대상에 대해 과하게 깊은 내용의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으니까요. 부담 없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형태의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잔치를 알게 된 거예요. 수많은 동아리 중에서 잔치가 가장 들어가고 싶은 형태였기 때문에 지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정말 매거진이 좋아서 잔치에 들어오게 된 거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제가 지원하려고 찾아봤을 무렵에는 이미 모집이 마감된 거예요. 그래서 망연자실하고 있던 와중, 다음 날에 혹시 몰라 검색을 다시 했더니 추가 모집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운명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날 새벽에 급하게 지원글을 써서 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평소에 매거진을 즐겨 읽는 편인가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엄청 다양하게 읽는 건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관련된 것들을 주로 읽죠. 캐릭터나 소품처럼 귀여운 것들을 다루는 매거진도 좋아하고, 서브 컬쳐에 관련된 매거진도 읽어요. 일단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글이나 인터뷰가 있으면 꼭 읽어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매거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예전에 서브 컬쳐*랑 소품 같은 것들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간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책자를 하나 샀거든요. 그리고 그걸 읽으면서 이걸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고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결과물로 만들고, 그걸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때부터 잡지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올해 초에 방문했던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에서 그런 글을 봤어요. 사람의 인생이 잡지와 닮아 있다고 하더라고요. 소설이라는 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의 인생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죠. 또, 우리 삶은 저마다의 관심사로 채워져 있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인생이 잡지와 닮아 있다는 글이었는데, 그걸 보고 나서 또 한 번 잡지는 정말 멋있는 거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서브 컬쳐: 서브컬처는 주류 문화에 대비되는 하위 문화 또는 부차적 문화. 특정 집단이나 계층이 공유하는 독특한 행동양식, 가치관, 예술적 표현을 포함하며, 전체 문화와 상호작용하며 독자성을 유지한다.
3호는 잔치에 들어오게 될 운명이었네요. (웃음) 그렇게 들어와서 만난 잔치는 어땠나요?
가장 특이했던 건 서로를 에디터 명으로 부르는 거였어요. 그렇게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는 행위 자체가 되게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친해 보이고, 끈끈해 보인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글을 봤을 때도, 여러 기능을 써가면서 알록달록하게 글을 꾸미는 것도 귀엽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렇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봄이 훌쩍 지나 어느덧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네요. 요즘 3호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요?
최대한 여한 없이 놀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했거든요. 최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켓볼을 쳐봤는데, 이게 은근히 손에 맞더라고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연 같은 것들도 보러 다녔고요.
어떤 공연을 봤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내한 온 아티스트들의 공연이나 밴드 공연 같은 것들을 보러 다녔어요. 최근에는 친구가 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 다녀왔고요. 최대한 이번 여름은 여한 없이 놀고 싶어요.
이유가 따로 있어요?
아뇨. (웃음)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3호는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글을 써왔죠. 3호가 아끼는 공간을 공유받은 것 같아서 좋았던 기억이 나요.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스 팀은 3호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팀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플레이스 팀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작년 이맘때에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혼자 전시나 공연을 보고, 소품샵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그때 생긴 거예요. 그때부터 공간 혹은 장소가 주는 매력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플레이스 팀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아트팀이나 피플팀은 저랑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물론 플레이스팀 에디터 3호가 정말 잘 어울리지만, 다른 팀에서 글을 쓰는 3호도 궁금했거든요.
피플팀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대화를 끌어내서 인터뷰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제가 그걸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어요. 그리고 아트팀은 예술을 다루는 팀이니까, 저에게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다른 에디터분들이 워낙 잘 어울리고, 잘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웃음)
지난 학기 3호의 글을 보면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정말 가득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3호의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3호가 주로 취재했던 건 소품샵이었죠. 그 장소의 어떤 매력이 3호를 끌어당겼는지 궁금해요.
앞선 답변에서 작년 이맘때쯤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잖아요. 그때 주로 가던 곳이 소품샵이에요. 소품샵에 들어갔을 때, 그 공간을 꾸민 사람의 애정이 눈에 보이는 게 좋았어요. 작고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게 보이잖아요. 그럴 때면 정말 그 공간에 압도되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어요. 그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공감해요. 그 공간을 가꾼 사람의 애정과 손길이 묻어나는 공간에 발을 들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웃음) 그래서 그때부터 소품샵이나 작은 소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건 인형이나 피규어, 가챠 이런 분야인 것 같아요. 보고 있으면 귀엽잖아요. 가끔가다가 소품들, 그러니까 캐릭터 뒤에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들이 있어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고, 그 뒤에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알게 되면 또 한 번 애정이 생기죠. 그리고 가챠 같은 경우는 내가 원하는 게 나올까, 하는 도파민적인 요소가 있는 게 큰 매력이에요.
저는 글을 쓸 때 늘 제목을 정하는 게 가장 어렵거든요. 늘 3호가 쓴 글의 제목은 제 취향을 정확히 관통했어요. 제목을 정할 때 3호만의 기준이나 방법이 있나요?
저도 제목 정하는 게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아마 모든 에디터가 공감하지 않을까요? (웃음) 그래서 저는 피드백을 받을 때도 제목에 대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 같아요.
일단 첫 글의 제목은 <스티커… 좋아하세요?> 였죠. 이건 다들 알 수도 있지만, 슬램덩크에 나왔던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대사를 패러디 한 거예요. 아무래도 이 대사를 아는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서 ‘어, 이거 그 대사 패러디네!’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 글의 제목은 <시골 여름으로 가는 타임머신>이에요. 여기에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어요. 제가 글의 첫 문단에 ‘매미 소리가 들린다면 이미 늦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당신은 5살이 되어 시골 할머니 댁에 도착한다.’라는 문장을 썼거든요.
당시 제가 고민했을 때, 이곳의 시공간은 근처 홍대의 다른 곳이랑 구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썼던 문장이었어요. 그리고 제목도 그런 느낌에서 영감을 받아서 지은 거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코후꾸 잡화점의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문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 공간의 의도를 잘 캐치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웃음)

글을 쓸 때, 장소를 선택하는 3호만의 기준이 있나요?
이건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매거진이니까 다른 사람이 읽는 글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컨셉을 잡고 확실히 밀고 나가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게 독자들이 제가 좋아하고, 말하는 것들에 대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첫 글을 쓸 때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마구잡이로 소품샵 3개를 골라서 쓰면 읽는 입장에서 모호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컨셉을 스티커를 파는 소품샵으로 잡고 제가 좋아하는 장소 세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엄선한 거예요. (웃음)
당시에 3호의 글을 읽고서 당장이라도 스티커를 사서 다이어리를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요. 두 번째 글의 장소였던 ‘코후꾸 잡화점’을 다루게 된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어요.
다른 전문 매거진에서 홍대 쪽에 있는 소품샵을 인터뷰한 글이 있었어요. 그 글을 읽다가 ‘코후꾸 잡화점’도 정말 괜찮은 곳인데, 인터뷰를 안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내가 해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음 학기에 쓰고 싶은 글이나, 담고 싶은 장소가 있는지 궁금해요.
이제 신촌이나 경숲길, 이대 쪽에 있는 소품샵은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하게 된다면 컨셉이 겹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생각 중인 건, 서브 컬쳐를 다루는 곳을 써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사실 그런 걸 또 좋아하거든요. 오늘 입은 티셔츠도 건담이 그려져 있잖아요. (웃음) 그리고 신촌에도 은근히 서브컬쳐와 관련된 공간들이 꽤 있거든요. 그런 곳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글을 쓰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에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나, 글을 쓰면서 생겼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저만의 루틴이긴 한데, 저는 글을 썼던 장소를 꼭 한 번 더 방문해요. 글이 올라간 다음 그 장소에 방문해서 사실 글을 제가 썼다! 이렇게 깜짝 공개하기도 하죠. (웃음) 그러면서 사장님들과 말할 기회가 생기고, 가끔 어떤 사장님들은 귀여운 선물을 주기도 하세요. 떡 메모지나, 그 소품샵 굿즈들 같은 거요. 판다 굿즈들도 받았구요. 그런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전에 판다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어요. 판다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판다의 매력은 일단 무채색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눈 주변이 검은색인데, 이게 다크서클처럼 보이잖아요. 그래서 피곤해 보이는 눈이 귀여워요. 이런 것들이 모두 판다의 매력이죠. 일단 중요한 건 귀엽다는 거예요. (웃음)
3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3호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확실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제가 금사빠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일단 좋아하는 거나, 궁금한 게 생기면 잘 찾아보는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재밌다고 느꼈으면 그 애니메이션에 대해 찾아 보고 알아가려고 해요. 혹은 지나가다가 우연히 귀여운 걸 보게 되면 저건 뭘까? 하고 바로 검색해 보죠. 그렇게 찾아보다 보면, 당연하겠지만 그것들에 대해 잘 알게 돼요. 저는 그런 순간에 애정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궁금해지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요. 무언가 궁금해지고, 그래서 그것들에 대해 알아보고, 그렇게 애정을 가지게 되는 거죠. (웃음)

잔치에서 글을 쓰기 전에도 글 쓰는 걸 즐기는 편이었나요?
일기 같은 건 꾸준히 썼던 것 같은데, 글을 자주 쓰는 편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글을 쓴다고 해봤자 블로그에 헛소리 쓰는 거 정도? (웃음) 그래서 저는 잔치에 들어온 게 정말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기분이라고 할까요? 잔치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글을 쓰면서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순간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지난 학기 내도록 소품샵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서 글을 썼잖아요. 그래서 글의 패턴이 단조로워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글의 구성이 대부분 여기서는 어떤 것들을 팔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설명하고… 그런 순서의 반복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쓰는 글들이 다 비슷하지는 않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3호는 글을 쓸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나요?
문장을 간결하게 쓰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일단 매거진이니까 화려하고 유려한 문장보다는 읽을 때 바로바로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읽다가 중간에 멈추는 것 없이 한 번에 쓱 읽히는 그런 글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문장이 간결하고 짧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퇴고하기 전까지 문장을 다듬고, 잘 읽히는지 확인하고… 그런 것들을 가장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평소에 시간이 나면 주로 어떤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만화책 보는 걸 되게 좋아해요. 다양하게 보는데, 요즘 많이 보는 건 단편 만화예요. 한 권짜리 짧은 만화요. 긴 만화를 보려면 그만큼의 시간이나 감정 소모가 필요한데, 단편은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취미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집에 기타가 있기는 있어요. (웃음) 작년 여름에 기타를 조금 쳤는데, 날이 너무 더우니까 기타를 조금만 쳐도 땀이 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치기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겨울에 쳐야겠다, 하고 미뤘는데 지난겨울에 기타를 까먹어버려서 또 여름이 와버렸어요. (웃음)
그렇다면 다가오는 올해 겨울에는 기타를 치는 건가요?
일단 계획은 쳐보고자 합니다. (웃음)
좋아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조금 먼 겨울 이야기는 잠시 묻어두고, 남은 여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생산적인 계획을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아쉽게도 생산적인 계획은 없어요. 일단 최대한 무엇이든 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일단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보려고요.
어느덧 인터뷰도 거의 막바지가 됐어요. 제가 만난 인터뷰이 모두에게 했던 질문인데요. 이번 학기 잔치의 종이 잡지 주제가 ‘행운’이죠. 3호는 살면서 행운을 마주했던 순간이 있나요?
일단 아까 말했듯이 잔치에 들어온 것도 저에게는 행운 같은 일이었죠. 모집 기간을 놓쳤는데 운이 좋게도 추가 모집을 발견해서 지원하게 되었으니까요. (웃음) 그리고 사실은 행운을 마주했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사소한 순간들이라 하나하나 떠올리는 게 쉽지 않네요.
공감해요. 저도 이 질문을 준비하면서 나는 어떤 행운을 마주했는지 고민했는데,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아, 방금 생각난 일화가 하나 있어요. 정말 사소한 일이기는 한데, 친구가 일본 여행을 간다길래 제가 갖고 싶었던 가챠를 뽑아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가챠는 랜덤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갖고 싶었던 게 나올까, 걱정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친구가 제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다 뽑아 온 거예요. 이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가 없죠. (웃음)
잔치와 함께한 지난 학기, 어땠나요?
잔치는 제가 대학 와서 처음으로 했던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단 저는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는 편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스무 살을 돌아봤을 때 한 게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뭐라도 해보자고 다짐하고 잔치에 들어오게 된 거죠. 그렇게 들어 온 잔치에서 좋은 사람들도 정말 많이 만났고, 그만큼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재밌는 활동도 많이 했고요. 무엇보다 평생 남을 글을 세 개나 썼죠.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쓴 글이잖아요. 그런 점들이 정말 좋았어요. 다시 생각해도 잔치에 들어온 건 행운이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제가 묻지 않아서 하지 못한 말이나,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살면서 인터뷰를 해볼 일이 정말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하게 돼서 정말 신기하네요. 일단 답변을 하면서 제가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것들을 입 밖으로 내뱉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었는지 구체화 되는 걸 느꼈어요. 인터뷰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웃음) 즐거웠습니다.

다르지 않기를 강요하는 이 세상에서
흔들림 없이 무언가를 애정하고, 저만의 올곧은 취향을 가지는 것은
저에게 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3호와의 대화를 더욱 오래도록 곱씹었어요.
어느 여름, 우연히 길을 걷다 매미 소리가 들리는 오래된 가게를 만나게 된다면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네 삶 중간 그 어디에서
좋아하는 것들로 그녀만의 삶을 채워 나가고 있을 3호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3호만의 취향으로 꾸며진 세상은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로 가득 차
그녀를 똑 닮아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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