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위샐러듀

1호점에서 샐러드를 먹는 그날까지, 기다려~
“아, 여기서는 식사를 하실 수가 없어요! 2호점으로 가셔야 해요.”
분명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초록색 포털창에 ‘위샐러듀’를 검색해 발걸음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2호점에 가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옆에서 공사 중이라서 이 곳에서는 식사가 힘들어요.”
안 그래도 위샐러듀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그 좁은 골목에 들어서기 전 꽤나 많은 고민이 있었다. 건물들 사이의 틈새가 골목이라는 것을 인지하는데도 오래 걸렸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좁은 골목에 가게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위샐러듀의 맞은편에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장님께서는 손님들에게 2호점에 가야 샐러드를 맛볼 수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놓았다고 덧붙이셨다.
“가게에서 2호점으로 가야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고요?”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한 사장님의 의아한 기색이 얼굴에 스친다. 지금껏 방문했던 가게 중 닫히거나 공사 중인 공간들은 스리슬쩍 그것들을 진행했다. 물론 그 가게들이 나쁜 의도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곳에 문 두드리는 입장에서는 기껏 간 곳이 공사 중이거나 리뉴얼 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던 경험이 꽤나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다시 되돌아갈 방문객들의 소소한 마음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 괜스레 따뜻했다.
“그럼 저, 벽 인테리어 사진만 하나 찍어도 될까요?”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다. 위샐러듀의 작명 과정이 엿보이는 벽면이었다. 어떻게 위샐러듀라는 이름을 지었는지, 샐러드를 하나의 일반동사로 생각한 발상이 특이했다.
“‘LOVE’라는 동사가 머리를 스쳤어요. 명사도 되고 동사도 되잖아요. 샐러드(Salad)도 명사지만 동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죠. 저희는 가게가 ‘We hope to SALAD you’, ‘We want to refresh you with salad’와 같은 말을 하길 바랐거든요. 이런 의미를 담다보니까 ‘We SALAD you(위 샐러드 유)’가 ‘위샐러듀’로 줄어들게 되었어요.”

취재하고픈 마음을 뿜!뿜! 시킨 1호점 벽.
‘샐러드’의 동의어가 ‘생기를 불어넣다’, ‘미소짓다’, ‘용기를 북돋다’, ‘신의 은총을 내리다’라고 설명한다면 많은 이들이 볼멘 목소리로 그 이유를 물을 것이다. ‘샐러드 먹으러 가자’ 라고 말하면 절반의 사람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이어트 때문에?’라고 묻곤 한다. 나머지 절반의 육식주의자들은 ‘야, 식사로 무슨 풀을 먹냐. 고기나 먹으러 가자’하고 살살 구슬렸던 것 같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은 샐러드를 그저 ‘맛없는 음식’, ‘풀떼기’ 정도라고만 생각한다. 그런 샐러드의 척박지에서 온전히 샐러드만 판매하는 가게를 꾸리는 데에는 꽤나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제가 이 가게를 내기 전에는 NGO쪽 관련 일 때문에 꽤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냈어요. 그러다보니까 유럽, 특히 지중해 지역 출신의 많은 사람들과 지내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과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샐러드가 메인 디쉬(main dish, 주요리)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요. 한국에서는 그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행하고 있었거든요.”

사장님의 인솔 하 발걸음했던 2호점, HELLO!
샐러드를 좋아해서 샐러드 가게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다보면 십중팔구 ‘샐러드바’가 등장하거나 파스타 등의 양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에서 손바닥만한 샐러드를 제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 찰나에 샐러드에 온 정성을 쏟은, 샐러드만 대접하는 위샐러듀는 갓 만들어 식탁에 올린 샐러드만큼 신선하고 반가웠다.
“건강하지만 맛있을 수도 있는, 그런 음식으로 샐러드를 맛보고 나서 국내에 들어왔을 때 사실 그런 샐러드를 파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파는 곳은 가격이 정말 비쌌고요. 하지만 샐러드는 어떤 특제 레시피나 특제 소스에 의해 맛이 좌우된다기보다 좋은 재료를 쓰면 아주 좋은 맛이 나는, 정직한 음식이거든요. 샐러드는 그래서 거짓말을 못해요. 간단히 말해 샐러드는 요리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시도할 수 있는, 장벽이 비교적 낮은 음식인거죠.”

김이 모락모락나는 징거 샐러드. 따뜻한 샐러드의 온기가 느껴져 마음도 모락모락.

엔돌핀이 샘솟는 샐러드. 맛있는 게 최고야 !
“1호점에서는 사실 샐러드랑 ‘도우’를 함께 준비했어요. 아직까지도 샐러드를 먼 음식이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시다보니 비교적 가까운 형태인 피자의 느낌을 드리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추구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지중해 식 샐러드’이다 보니까 2호점에서는 도우 대신에 지중해 빵인 ‘피타’를 함께 제공해요. 지중해 스타일이면서도 주머니처럼 생긴 빵이라 가운데 빈 공간에 샐러드를 넣어먹으면 도우의 느낌이 나거든요.”

벙어리 장갑 같이 생긴 빵 사이에 샐러드 끼워 먹는 거 너무 재미있쟈나… 맛있쟈나…
“그렇게 지중해 식 샐러드를 지향하다보니까 저희가 꼭 샐러드에 넣는 것들이 있어요. 익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쿠스쿠스, 피타.”
샐러드는 차가운 것이라고만 믿어왔지만 따뜻한 기운이 온 몸에 퍼지는 오징어, 익힌 양파, 새우와 차갑고 푸르른 채소를 함께 먹는 것은 환상 그 자체였다. 한동안 말없이 나무로 된 포크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샐러드를 ‘흡입’했다. 탄수화물 덕후로서 샐러드를 먹으면 아무래도 채소다보니 허한 기분을 참을 수 없었는데 빵과 함께 먹으니 제대로 된 식사의 느낌이 났다. 주머니에 넣어먹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고 빵빵하게 채워 한입 베어물면 요상하게도 호빵느낌까지 났다. 포만감과 영양을 함께 선사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장님은 지중해 덕후인가요? 저는 위샐러듀 덕후입니다!
“굉장히 특이한 컨셉의 샐러드 가게였네요. 그렇다면 이 가게를 굳이 신촌에서 여신 이유가 있나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애슐리, 미스터피자, 스타벅스 모두 1호점이 이대 근처였어요. 트렌드가 읽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곳에서 성공하면 그것이 트렌드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1호점과 2호점 모두 이대 근처에 열었어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라.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도,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도,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그 밖에 수없이 무수한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신촌은 정말이지 어떤 것이든 시작하기 좋은 곳이 아닐까.
사실은 샐러드를 먹으면서 샐러드가 무언가를 시작하는 이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샐러드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여린 잎들은 말그대로 ‘여린’ 잎이다. 그래서 칼에 닿아 조각이 나면 빠른 시간 내에 시들어간다. 종종 채소의 모양새를 잃고 당장이라도 쓰레기통에 던져 넣어야 할 것 같은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그렇기에 샐러드는 그 어떤 음식보다 신선함이 생명이다. 칼에 닿아 찢긴 상태라면 사람들이 빨리 먹는다거나 간단한 조리를 하는 등의 재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샐러드를 먹는, 그 사람들의 속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의 웃는 낯 속에는 싱싱한척 하지만 주변에서 던지는 날카로운 칼을 맞고 빠르게 시들어가는 마음들이 가득할 것이다. 이미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거멓게 죽어가고 있는 마음들도 있을 것이다. 샐러드를 먹는 그 마음도 어쩌면 ‘동병상련’, 샐러드와 아픔을 교감하는 그런 절절한 마음들이 있지는 않을까, 라는 웃픈 생각이 들었다.

Salad = [동사] Encourage. 상처받아 죽어가는 우리들, 용기를 가지자.
1호점의 주황색 벽면에는 Salad가 Encourage(용기를 붇돋다)와 동의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다. 나오는 2호점의 벽에도 Courage(용기)라는 글자가 네온사인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샐러드가 정말 나의 용기를 북돋아준 것 같다는 플라시보 효과가 슬슬 느껴졌다. 혹시라도 상큼했던 당신의 마음이 누군가가 던진 서늘한 칼에 맞아 시들어 있다면 아삭아삭한 소리가 들리는 샐러드를 먹어보는게 어떨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하고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말이다. 당신이 ‘위샐러듀’에 발걸음할 때까지 위샐러듀는 묵묵히 다른 이들은 미소짓게 하고,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그들의 용기에 힘을 싣고 있을 것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56-53 (1호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2호점)
영업시간: 매일 오전 7 시 – 9시
연락처: 02-363-0113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