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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7 · 12 · 07

82. 타코로코

Editor 이메진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 펠리스 나비다!”

 

하나쯤 있을 것이다.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오면 괜히 앞 구절만 웅얼웅얼, 뜻도 모르면서 따라하는 노래 말이다. 어느 새 돌아온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뜬 에디터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 문득 궁금해졌다. ‘펠리스 나비다’라는 국적 불명의 가사 뒤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나오는 걸로 보아 캐롤은 확실한데, 대체 펠리스 나비다의 뜻은 무엇이란 말인가?

초록창에 대충 비슷한 발음으로 검색을 해보니 너무나도 쉽게 그 뜻과 노래를 찾을 수 있었다.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는 스페인어로 ‘기쁜(Feliz) 성탄(Navidad)’이라는 뜻이란다. 캐롤의 제목은 매우 정직하게도 “펠리스 나비다.” 푸에르토 리코 출신 맹인 가수 호세 펠리시아노(Jose Feliciano)의 곡으로, 아직까지도 크리스마스 때마다 여러 가수들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스테디셀러다.

그 흥겨운 리듬을 듣고 나니 에디터의 마음만은 이미 자체 종강, 항공권 예매를 거쳐 입국 심사 후 남미 땅을 밟은 채였다. 그러나 전기장판 밖으로 나가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슬픈 현실. 에디터는 오감이라도 남미의 정열에 취해보고자 신촌의 멕시칸 음식 전문점 “타코로코(Tacoloco)”로 향했다.

 

군더더기 없이 강렬한 외관. 신촌 뒷골목을 걷다 보면 한 번쯤 봤으리라.

 

신촌에서 멕시칸을 파는 곳은 은근히 많다. 최근 “비아메렝게(Via Merengue)”라는 신흥 강자가 등장했고, 지금은 사라진 타코계의 조상님 “초이스타코”, 연세로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타코벨”, 그리고 타코로코까지. 이중 주변인들에게 가장 평이 좋았던 곳은 타코로코였다. 이른바 “현지의 맛”이라는 후기가 압도적. 에디터 또한 이전에 방문해 브리또를 만족스럽게 먹은 기억이 있기에 이번에는 색다른 메뉴에 도전하리라는 결심을 하며 타코로코의 문을 열었다.

 

음,,,아,,,잘 모르게쒀요,,,멕시코인 거 같기도 하구,,,한국인 거 같기두 하구,,,

 

가게의 내부는 아담한 편으로 사인석 테이블이 두세개 정도고, 창가를 따라 있는 바 좌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덕분에 혼자 방문한 손님들도 편하게 먹다 갈 수 있는 분위기였다. 에디터 또한 혼자 방문하였기에 바 자리에 앉아 경건하게 ‘혼밥’ 준비를 한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록색 벽지와 강렬한 색의 멕시코 국기 등 총천연 색들이 주를 이뤘지만, 요란하다는 느낌보다는 시골집과 같은 따뜻함과 소박함이 느껴졌다.

 

아보카도 타코를 먹고 싶게 만드는 초록 벽지. 사장님의 큰 그림 성공!

 

Loco는 스페인어로 ‘미친’, ’광인’이라는 뜻이니, 타코로코를 해석해 보자면 ‘타코 광팬’ 정도가 되겠다. 파는 메뉴 또한 이름에 걸맞게 타코를 필두로 브리또와 퀘사디아 등 대표적인 멕시칸 음식들이다. 하지만 에디터가 지인에게 추천 받은 메뉴는 타코가 아닌, 비프 엔칠라다(Beef enchilada)였다. 멕시칸 음식을 자주 접한 이들이 아니라면, 엔칠라다라는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쪽 줄에 있는 거 다주세요”라는 말을 해보는 꿈을 여기서 이뤄보고 싶어졌다.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우리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타코나 브리또 등의 유명한 멕시칸 음식들은 대부분 옥수수 전병인 또띠아를 기반으로 조리법이나 재료에 조금씩 차이를 둔 것들이다. 타코는 반으로 접은 또띠아를 튀기고 그 안에 고기와 채소, 살사와 콩 등을 넣은 일종의 멕시칸 샌드위치다. 부리또는 타코와 속재료는 비슷하지만 추가적으로 밥이나 감자가 들어가며, 이때 또띠아는 살짝 찌거나 구워 부드러운 상태로 만든다. 퀘사디야는 또띠아에 속재료를 넣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구운 요리로, 바삭한 또띠아 안에 눅진한 치즈가 숨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에디터가 주문한 엔칠라다는 고기와 채소, 치즈, 콩 등을 또띠아에 넣고 소스를 뿌린 후 오븐에 구운 것이다.

 

경찰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여기 비주얼 깡패가 있어요!

 

엔칠라다 한 입이면 멕시코는 열린 문.

 

정갈하게 잘 차려진 멕시코 한 상. 엔칠라다의 첫 인상은 그랬다. 새빨간 접시 위에 다소곳이 올라간 통통한 엔칠라다와 양상추, 그리고 그 위에 정성스럽게 뿌려놓은 사워크림과 각종 소스들까지, 참으로 보기에 흐뭇한 광경이더라. 게다가 썰어보니 생각보다 더 두툼해서 한 입에 넣기가 약간 버거울 정도였다. 그 버거운 한 조각을 기껍게 먹어보니, 또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사실 ‘맵찔이’인 에디터는 엔칠라다를 둘러싸고 있는 붉은 소스가 내심 두려웠는데, 막상 입 안에서 제일 먼저 느껴지는 것은 부드러움이었다. 살짝 짭조름하고 퐁신퐁신한 치즈가 쫄깃한 또띠아와 소스, 그리고 다른 속재료들과 어우러지면서 최상의 밸런스를 선보이는 느낌이랄까. 대책없이 자극적이기보다 부담 없는, 기분 좋은 매콤함이었다.

 

“엔칠라다를 몰랐던 과거의 나, 꿀밤 백 대… 흑흑.”

 

이제 크리스마스까지는 약 이 주 남짓 남았다. 9월부터 12월까지 어떻게 흘러온 건지 도무지 감도 안 잡히게 바쁘게 살아온 당신. 그런 당신에게 크리스마스란 도대체 어떤 날이 되어야 할까. 에디터의 경우, 근 몇 달간의 고통에 대한 보상심리때문인지, 12월이 시작되자마자 크리스마스에는 뭔가 굉장한 하루를 보내야만 할 것만 같은 강박에 휩싸였다. 그런데 타코로코에서 엔칠라다를  먹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전기장판, 수면바지, 다 못 본 영화 시리즈물. 그리고 여기에 엔칠라다 한 입. 확 쏘는 특별한 맛은 없어도 편안하고 적당히 자극적인, 어찌 보면 그저 그런 일상일 수도 있는. 그런 하루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이번 연말에는 뜨끈하고 매콤한 엔칠라다 한 입, 소중한 이들과 나눠먹으며 보내볼까 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남미의 크리스마스만큼 따뜻하고 느긋한 하루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문을 외워본다.

“펠리스 나비다, 펠리스 나비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34-1

영업시간 : 매일 11:30~23:30

전화번호 : 02-333-6469

이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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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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