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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8 · 01 · 23

193. 강예림

Editor 최유자

 

강예림(25)

 

잔치꾼 예림씨,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림대학교에서 언론을 전공하고, 지난 9월부터 잔치 피플팀에서 에디터 ‘조청’으로 활동한 강예림입니다.

 

잔치 활동은 1년으로 알고 있어요. 아직 예림씨가 잔치와 함께한 건 6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활동한’이라고 소개하신 이유가 있나요?

그러게요, 저도 활동하고 ‘있는’ 이라고 쓰고 싶지만 ‘활동한’으로 써야하는 게 정말 속상하네요. 사실 제가 잔치를 너무 늦게 알았어요. 잔치를 시작한 때가 4학년 2학기를 다니던 중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정말 1년을 계획하고 들어왔는데, 아무래도 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준비하며 잔치를 병행하기는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잔치와 작별인사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군요. 대학에서 사회로 나갈 준비를 마치고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요.

사실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요. 다들 어렸을 때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사회인이 되려니 무섭고 막막해요.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교육과정에 따라 어느 정도 경로가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취업이나 사회로 나가는 경로는 정말 이제 제가 만들어나가야 하는 거니까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기대보다는 막막함이 더 큰 것 같아요. 솔직히 취업준비를 하면서 헬조선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것도 사실이구요. 어렸을 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했던 말들을 주워 담고 싶네요.(웃음)

 

저도 최근에 친구와 마흔 살 전에는 어른이 되자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예림씨나 저나 나이로는 어른이지만, 어른이란 건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림씨에게 어른이란 어떤 존재예요?

맞아요. 웃기게도 저는 아직도 ‘내가 어른이 되면’이라는 말을 해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아직 어른이 아닌 거죠. 제가 생각하는 어른은 ‘경제적인 독립은 기본이고 자신이 한 일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경제적인 독립’을 생각한 이유는 경제적 조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스스로 후회나 반성이 된다면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 또 하나 덧붙이자면 자신의 생각과 경험만을 신뢰해서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요. ‘끊임없이 배우려하고 자신이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예림씨가 말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선 취업이란 넘어야만 하는 산 중 하나겠네요!

네. 맞아요. 그래서 피할 수 없는 관문이라 생각하고 주사를 맞듯이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경제적으로 하루 빨리 독립하고 싶어요. 취직하면 돈을 조금씩 모아 엄마를 모시고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아직은 용돈을 받는 딸이라 항상 죄송해요.

 

 

삶이 팍팍해도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마냥 힘들다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그렇죠, 마냥 지치고 힘이 든다고 투정만 부릴 순 없죠. 그런데 힘이 든다기보다는 사실 힘이 빠져요. 아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거죠. 우리나라의 취업구조나 경제구조, 여러 가지 사회적인 구조들이 힘 빠지게 하는 게 사실이거든요. 이럴 때 저에게 힘이 되는 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사실 취업 준비를 하다보면 스스로 참 많이 깎이게 되요. 점점 자신 있던 부분들도 자신이 없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낮아지고. 그럴 때 주변에 소중한 분들이 저보다도 더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안 될 거라고 말해도 주변분들이 더 “될 거다. 잘 할 거다.”라고 말해주시는데 그런 게 참 힘이 많이 돼요! 정말로! 이런 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저는 다시 정신 차리고 앞에 일들을 더 열심히, 더 최선을 다해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힘들 때 정말 사람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더라고요.

 

사실 답변을 듣는 제가 느낀 건 행복한 줄만 알았던 가족의 눈물을 본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활발하고 분위기 메이커인 예림씨가 무의식중엔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그거에 주목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직 저의 다른 모습을 보지 못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타인 앞에서의 저와 홀로 있는 제가 엄청 다르진 않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거든요. 전 사실 그렇게 엄청 밝기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와 가까운 사람들은 알지만 저는 생각보다 진지하고 어두운 부분도 안고 사는 사람이죠. 그래서 가끔 저도 모르게 제가 숨기고 싶은 어두운 부분이 나오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지만 저 혼자 깜짝 놀라는 불편한 부분들이 보이기도 하죠.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필사적으로 감추려고만 했었어요. 저는 멀리서 볼 때에는 밝고 유쾌한 느낌이 강한 사람이라서 진지하고 어두운 부분들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저에게 실망하거나 불편해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저의 진중하고 어두운 부분들도 나의 모습으로 여겨주고, 저의 유쾌하고 밝은 모습도 이런 진중하고 어두운 부분과 공존할 때 더 빛을 발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저는 생각보다 진중하고 어둡기도 한 사람이에요. 그래도, 그게 저예요.

 

 

잔치든 신촌이든 주로 연대, 이대 학생들의 주된 공간으로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죠. 그러던 중 잔치에 예림씨는 정말 반가운 등장이 아닐 수 없었어요. 어떻게 잔치를 알게 되고 지원하게 됐는지 알려주세요!

제가 잔치를 알게 된 건 운명이었어요. 너무 주관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저에겐 정말 그랬어요. 글에 대한 꿈은 어렸을 적부터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작년 여름방학 때 월간지가 있는 출판사에서 인턴을 하다가 에디터라는 직업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급하게 에디터로 활동할 수 있는 대외활동들을 찾아봤는데 여름방학이 끝나가던 중이라 다 마감이 됐더라고요. 그 때 저에게 운명같이 나타난 게 잔치꾼 모집 글이었어요. 그때 이전 잔치꾼 분들이 쓰신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아마추어가 쓴 글이라고 믿기 힘든 좋은 글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잔치 지원서를 인턴 지원서보다 더 열심히 썼었죠. 사실 전 잔치에 이렇게 연대, 이대 학생들이 많이 계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운명이라니! 그렇다면 지난 한 학기는 원래 잔치에서 이루고자 한 것을 이룬 시간이 되었나요?

그럼요, 정말 백퍼센트도 넘게요! 잔치에 들어와서 매주 잔치꾼들의 좋은 글들도 읽을 수 있었고 저의 글도 많이 성장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 이상이었던 건 잔치꾼들이었어요. 다들 워낙 열심히 살고 심성이 좋은 친구들이라 같이하는 모든 일이 항상 즐거웠어요. 말 그대로 ‘좋아서 하는 잔치’였죠. 그래서 잔치 활동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건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매주 보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생각만 해도 벌써 다들 보고 싶네요.

 

지금 답변도 그렇고 예림씨 글을 보면 형용사나 빗대는 단어들이 예사롭지 않아요. 이게 예림씨의 글의 매력 중 하나인가요?

예리하게 보셨네요. 저는 말할 때도 형용사나 비유를 굉장히 많이 사용해요. 듣는 사람이 더 재밌고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용하다보니 이게 체화가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게 글에도 전해지는 것 같네요.(웃음) 이게 제 글의 매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성인 것 같기는 해요. 제 글을 읽다보면 음성지원이 된다고 하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아요. 제 글에 제가 담긴다는 게. 나다운 글이 가장 멋진 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어떤 글을 쓰던 ‘조청’으로 기억되면 좋을까요? 물론 글을 쓰는 게 잔치가 마지막이 아닐 테지만요.

저는 사람 냄새나던 글을 쓰던 조청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속해있던 팀이 피플팀인데 피플팀이 가장 잘 담아내야하는 부분이 바로 ‘사람냄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피플팀을 지원했던 이유도 바로 이거였고요. 삶이 팍팍해지고 정감 없는 세상이 되더라도 마지막까지 우리가 애정 해야 하는 건 이 ‘사람냄새’ 아닐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냄새를 알려주세요!

변태라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저는 옷에 밴 집냄새요. 사람마다 옷에 자신의 집 냄새가 배는데 그 냄새가 참 포근하고 좋아요. 꼭 그 집에 놀러간 기분도 들고.

 

악, 제 질문의 의도는 ‘사람냄새’였는데…

다시 말씀드릴게요. 잊어주세요…

 

이게 바로 예림씨의 사람냄새죠!

제 처음 인터뷰이였던 임채언씨의 사람냄새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피플팀으로서 첫 인터뷰이기도 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렇게 구체적이고 깊게 들은 적이 처음이었거든요. 그 때 들었던 그 사람만의 가치관, 소망, 경험 이런 것들이 다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모두가 동일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에 이런 곳에서 사람냄새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예림씨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죽기 전까지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의요. 제가 그렇게 정의롭게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의는 지키면서 살려고 하는 사람이거든요. 정의 없는 세상은 그 세상 자체로 너무 비참하고 두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죽을 때까지 이 세상에 ‘정의’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또 내가 지키며 살고 싶어요.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는 정의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요. 그냥 옳은 것을 말하는 게 옳고, 그른 것을 말하는 게 그른 것. 누군가를 속이고 뺏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 누군가를 믿고 선한 마음을 갖는 것은 그 자체로 정의로운 것. 이 당연한 이치들이 정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이 당연한 것들이 대단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예림씨는 잔치에서 항상 타인의 이야길 들어왔는데요. 인터뷰이로서 인터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신가요?

네. 그래서 떨리면서도 설레네요. 저는 원래도 의식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더 하려는 사람인데 이렇게 제가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게 민망하면서도 누군가 제 얘길 이렇게 들어준다는 게 고맙네요. 저의 인터뷰이들도 그랬을까요?

 

그렇지 않았을까요? 인터뷰는 진짜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잔치란 어떤 곳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나요?

잔치는 아마 제 마음에 가장 따뜻하고 뜨거웠던 곳으로 남을 거예요. 나의 마지막 대학 생활을 따뜻하게 지켜준 고마운 사람들과 공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아마 이 여운은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최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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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자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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