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 3월의 5人2色
3월과 신촌, 새학년, 새학기, 새내기, 그리고 미팅! 서로의 소지품을 올려두고 상대가 그 중 하나를 고르면 그 소지품의 주인과 파트너가 된다는 이야기. 흑기사와 흑장미를 외치며 마음을 확인한다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간질거리는 소문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단지 처음 본 상대와 낯선 곳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로 설레지 않았나?
하지만 어느덧 고학번 반열에 오른 나로선 미팅은 이미 먼 이야기다. 대리 설렘이라도 느끼고 싶어 취재를 변명 삼아 미팅러들을 만나러 신촌으로 향했다. 3월의 신촌에서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빨간 잠망경 아래에서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다!’ 여럿이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세 사람.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선과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이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것 같아 말을 건넸다.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재학중인 17학번입니다.”
안녕하세요! 누군가 기다리고 계신 것 같은데, 약속이 있으신가 봐요?
A “이 형이 곧 군대에 가서 오늘 송별회를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다른 일행들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아뿔싸, 3월의 새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던 나에게 아득하게 느껴지는 주제가 던져지고 말았다. 그래도 떠나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모두에게 다른 새로움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군대에 가신다고요? 복잡한 마음이 크실 것 같아요.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 같은데 느낌이 어떠세요?
B “저는 3월 말에 군대에 가는데 아직까지는 별 느낌이 없어요. 군대에 가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냥 비정상적인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3월이니 새 시작이잖아요. 개강한 소감이 어떠세요?
C “작년까지는 송도에만 있다가 신촌 캠퍼스로 오고 나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바빠서 정신이 없어요. 같은 고등학교에서 졸업한 후배들이 저희 과에 많이 와서 기분이 좋기도 한데, 벌써 후배들이 어려보여요. 새 학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고 어딘가 싱숭생숭하네요.”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다는 당연함을 왜 간과하고 있었을까? 새학기의 신촌에서 송별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3월은 새로운 시작으로 대표되는 달이면서도 ‘끝’과 ‘갈무리’의 달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는 ‘끝’과 ‘갈무리’가 아니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는 생각에 신촌에서 가장 유명한 미팅장소가 모여있는 거리로 들어가 보았다.

신촌의 명물은 다름 아닌 미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설렘 반 긴장 반의 오묘한 표정과 깔끔한 옷차림으로 바삐 가는 신촌러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미팅하러 가시나요?
A “네, 17학번 선배가 주선해줘서 나오게 되었어요. 옆에 이 친구가 미팅에 대해 굉장히 많이 설레하고 있어요.(웃음) 물론 저도 미팅이 처음이어서 기대되는 마음이 커요. 같이 나온 형은 미팅을 많이 해봤다는데 여유로워 보이네요.”

“서강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18학번입니다.”
아무래도 미팅에서 만나 연인사이로 발전되기도 하잖아요. 어느정도 기대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새로운 분들과 새로운 곳에서 만난다니! 정말 설렐 것 같아요.
B “음, 미팅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나오긴 했지만, 연애를 목적으로 나온 건 아니에요. 다른 대학이나 타 지역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렇게 서로에게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나왔어요.”
그러면 상대편에 어떤 분들이 앉아 계셨으면 하세요?
B “마음이 맞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재밌게 노는 사람도 좋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는 분들이 계시면 더 좋고요.(웃음)”
설레는 마음을 담은 나풀거리는 옷을 입고, 가장 좋아하는 색의 립스틱을 바르고 상대방은 어떤 사람들일까 상상하던 내 지난 날의 미팅이 떠올랐다. 상대에게 퇴짜를 놓기도 하고 맞기도 하며 점점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마모되어 갔다.
생각해보면 3월은 그런 달이다. 항상 새로움만 가득한 날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스친다. 새로움이 반복되면 더 이상 새롭지 않듯이, 여러 번 반복되는 학기의 시작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럼에도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나는, 송별회에 가는 연대 학생들처럼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탓일까? 아니면 미팅에 나간 서강대 학생들처럼 또 다른 인연을 고대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 탓일까?
*Sinchon, new : 잔치는 2018년 신촌의 봄·여름을 SHOW라는 주제로 기록합니다. 매월 SHOW 중 하나의 알파벳을 메인 테마로 선정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릴 예정인데요. 이달의 ‘S’는 바로 ’Sinchon, new’입니다. 이곳에 숨겨져 있는 신촌 그리고 새로움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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