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빨잠 앞 다섯 사람
신촌 만남의 메카라는 빨잠(빨간 잠망경) 앞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릴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바쁜 걸음을 제외하곤 같은 점이 하나도 없어 조금 웃음이 난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만 멈춰있는 것도 같다. 그러다 문득 다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6월 5일 오후 6시, 빨잠 앞에 서 있는 각기 다른 다섯 명을 붙잡고 물었다.
오늘 밤에 뭐 하세요? 내일은요? 10년 후는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B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웃음) 저는 신태욱입니다.
C 저는 국가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D 신촌에서 일하고 있는 30살입니다.
E 저는 일산에서 일하고 있는 25살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으신 것 같은데, 오늘 저녁에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A 특별한 계획은 없고 저녁에 수업이 있어요.
B 친구 만나고 공부하러 갈 것 같아요. (어떤 공부요?) 해부학 공부요.
C 이글가드라고, 연세대학교 자치순찰대 활동을 하고 있어서 밤에 순찰하러 가야해요.
D 일할 것 같아요. 자영업 하고 있거든요.
E 오늘 밤에는 남자친구를 만날 거예요! 아마 저녁을 먹겠죠? 특별하지는 않네요.
내일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공휴일이잖아요!
A 리포트 쓰고 ppt를 만들어야 해요. 모레 발표가 있거든요.
B 내일도 공부… 시험이 얼마 안 남았어요.
C 친구랑 밥 먹고, 내일이면 시험이 17일밖에 안남아서 시험공부 해야죠.
D 내일도 일해요. 자영업에는 공휴일이 없어요.(탄식)
E 내일은 휴무라서 딱히 큰 계획은 없는데, 내일도 아마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치 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번 달 잔치의 주제가 ‘WILL’이에요. 혹시 올해 초 세우신 특별한 목표가 있었나요?
A 여행 많이 다니기랑 일본어 공부하기였어요.
B 개인적으로 공부를 좀 열심히 하자고 생각 했었어요.
C 시험 합격?
D 딱히 없어요. 제가 ‘원래 될 대로 돼라’는 주의거든요.
E 목표는 따로 없었고요, 내년에 여행을 갈 계획입니다.
한 해의 반이 지난 지금, 목표를 얼마나 이루신 것 같으세요?
A 거의 반정도 이룬 것 같아요! 아직 제대로 수업을 들은 건 아니지만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B 완전 이룬 것, 못 이룬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절반정도?
C 잘 모르겠어요.
E 지금 반 정도 돈은 모았고, 내년 초에 유럽으로 가려고 친구랑 계획 세우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10년 후, 2028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A 지금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거든요. 10년 후에는 제가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능 프로그램이요. 요즘 하는 프로그램은 다 식상해서 색다른 저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B 치과의사요. 소송 안 당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네요.(웃음)
C 공무원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외국에 출장 나가 있길 바랍니다.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으세요?) 중요한 사무를 처리하면서 국민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는 공무원이 되었으면 해요.
D 10년 후에도 이렇게 지내고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꿈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 사는게 시시각각 바뀌니까 굳이 한 목표를 정해서 나아가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자는 주의예요.
E 10년후면 35살인가요?(한숨) 딱히 10년 후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는 않았지만 바라는 게 있다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외국에서요. 뭘 하던 간에 무조건 외국이요!
특별한 건 없었다. 친구를 만나고, 공부를 하는 소소한 일상들이 다였다. 하지만 모두 ‘10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눈을 반짝였다. ‘WILL’의 힘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 굳이 구체적일 필요도, 거창할 필요도 없다. 그저 우리 마음 속 한 켠에서 반짝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낯선 이방인에게도 보이는 그 반짝임이 영원하길 소망한다.
*Will : 잔치는 2018년 신촌의 봄부터 매월 SHOW 중 하나의 알파벳을 메인 테마로 선정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왔는데요. SHOW프로젝트의 마지막 ‘W’는 바로 ’Will’입니다. 오로지 당신의 클릭만이 잔치의 SHOW를 이어지게 합니다. 끝이나지 않을 잔치를 기대해주세요, 잔치의 Will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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