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신촌에서 두 번 정도 도망 나왔다. 계약한 집도 빼고 만나던 사람들도 두고 도망쳐 나왔다.

그전 2년 동안 나의 모든 동선은 신촌을 지났다. 나의 대학이 그곳에 있었고 나는 대학생이었다. 신촌에서 친구를 만났고 신촌에서 술을 마셨다. 처음 1년은 새내기의 분위기에 취해 내일이 없는 마냥 놀고 아침에 잠이 들었다. 그것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는 편안한 한 해였다.
스스로가 미워지면서 신촌에 싫증이 난 것 같다. 자신 있던 전공은 갈피를 못 잡게 되었고 노는 것마저 내일을 걱정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주저앉아 버린 이곳의 내 삶이 싫어, 그렇게 휴학을 하고 군대로 도망쳤다. 지나고 와서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한 학기 동안 인천에서 일을 했다.
종잡을 수 없는 걱정을 지워보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오래전 하루들을 같이 방황하다 지금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만난 회사원 선배는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었다. 학교에 묶여 신촌을 떠나지 못했던 그녀에게 지금은 무슨 이유가 남아 이곳에 머무르는 걸까. 명동에서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었을 만큼, 이곳은 힘들고 치열한 곳 일 테다. 신촌의 작은 원룸에서 벗어나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더 피곤한 선택을 하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 사람이 될 것 같잖아’ 그러고는 몇 마디를 덧붙였다. 신촌은 안주할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좋은 이유인 마냥 말하고 있었다. 이후로 이어진 우리의 추억 팔이에서도 신촌은 결코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다.
선배와 나는 인사를 마치고 각자 깜깜한 밤 속으로 헤어졌다. 저녁 길을 걸으면서 추억들을 회상했다. 잊어가는 꼬마 때의 기억부터, 수능 전날 기숙사에서의 밤 그리고 짧게는 저번 학기 아르바이트 면접 때의 떨림까지 잠시 불러보다 선배의 신촌이 떠올랐다. 힘들어하는 지난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신촌을 바라보는 선배의 시선과 겹쳐 보였다. 기억나는 순간들 중 불안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 ‘좋았었는데… 힘들어도 그때가 좋았었는데’,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이 사실 전부 좋은 순간이었음을 생각할 즈음에 집에 다다랐다. 언제부터인지 불안감에 마음만은 게을러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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