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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1 · 05 · 05

153. 로욜라 도서관의 공간 해석적 분석과 이해

Editor 황도

로욜라 도서관의 공간 해석적 분석과 이해

Spatial Analysis and Understanding of the Loyola Library

 

에디터 황도 Editor HwangDo

잔치 플레이스 팀 Zanchi Place team

(Received 5 May 2021)

 

0. 서론

 본 글은 신입생 시절을 되새기는 복학생의 시선을 기반으로 서강대학교의 로욜라 도서관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간 해석적(Sajin chal-kak chal-kak) 방식으로 로욜라 도서관의 내부와 외부, 그리고 전경에 대한 소개와 묘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특히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초시공적 논증 기법을 통해, 필자의 새내기 시절 라떼(is horse)가 나오는데 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힝

 

 

1. 탐구 개요

 필자가 관찰한 새내기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시간표 제작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통 1교시는 가급적 피하고, 적절한 공강 시간 만들기 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계획을 많은 부분 수정하게 되는데, 대개 수강신청이란 고비를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는 2018년도, 필자 또한 그러하였다.

 우주 공강(Space Gae-Nodap Gongang), 필자의 첫 시간표에 새겨진 3시간의 그것은 보통 그런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이것은 꽤나 큰 중대 사항이었다. 붕 뜬 시간에 던져진 새내기는 학교에서 길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허나 서강대학교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딱히 넓지도 않기 때문이다. 첫 공강 시간 필자는 토네이도를 만난 도로시 마냥 낙엽처럼 흩날리다 로욜라 도서관으로 홀린 듯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자신의 도서관을 부르는 명칭은 보통 ‘중앙’ 도서관이다. 허나 만약 당신이 중앙 도서관이라는 말을 쓰는 서강대 학생을 발견한다면, 이는 타 대학에서 파견한 간첩일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입학처에 신고를 하는 것이 옳다. (서강대 입학처: 02-705-8114) 참된 서강인이라면 ‘로욜라’ 도서관이라는 말을 쓴다. 이는 천주교의 성인을 학교 건물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학교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로욜라’는 어감도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새내기 시절의 필자가 홀린 듯 빨려 들어간 이유가 있다.

 사실 그러지는 말았어야 했다. 수업 건물 이외에 처음으로 들어가 본 건물이 도서관이라니. 필자는 기계공학도, 어차피 그곳에서 4년 동안 살아야 할 숙명을 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 관계는 필적 분석법이라는 복잡한 객체지향적 알고리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그림 1 필적 분석법

 

 보고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필자와 도서관은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결과를 통해 확신할 수 있다. 도서관에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지금 잔치꾼이 되어 로욜라 도서관에 대한 글을 쓰기까지 전부 예견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2. 탐구

2-1) 전경

 

그림 2 전경

 

 마법 대륙 오즈에 당도한 도로시도 분명 처음엔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었을 것이다. 당시 로욜라 도서관의 첫인상을 회고해보자면, 아주 산뜻했다. 실제로 도서관 입구 부근에 벚꽃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때는 좋은 봄날이었다. 하얀색 벽으로 길게 이어진 건물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계절이 학교를 지나가는 것을 여러 해 관찰한 현재 입장에서 보더라도, 로욜라 도서관은 서강대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로욜라 도서관의 독특한 점을 하나 뽑자면, 도서관이 3개의 관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관이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건물의 외관이 길게 이어진 형태인 이유이다. 따라서 1관으로 들어가 도서관을 관통하는 복도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부 통로를 통해 2관으로 이동하게 된다. 물론 외부에서도 출입할 수 있다

 

그림 3 개략도

 

 도서관의 전체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1관의 1층과 2관의 3층이 연결되어 있고, 2관의 5층과 3관의 1층이 연결되어 있다. 각 관 사이의 통로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복사하고 출력할 수 있는 복사실이 있으며, 2관의 1층에는 구내 카페 ‘도라지’ 와 연결된 통로가 있다.

 * 코로나로 인한 외부인 통제 및 체온 측정을 위하여 현재 1관 출입문 이외 모든 출입문은 잠겨 있다. 

 

2-2) 1관

 1관의 내부는 넓게 탁 트인 라운지 구조이다. 복층으로 되어있으며, 1층에는 서적들과 학업용 컴퓨터, 그리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긴 책상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2층에는 푹신한 소파와 의자들이 구비되어 있어 자유롭게 독서를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림 4 1관의 전경 / 생각하는 숲

 

 1관 2층 라운지의 이름은 ‘생각하는 숲’(이하 생숲)이다. 처음 듣기론 어감이 좋고 뜻도 그럴싸하나, 막상 과제의 무한등비급수에 빠져 생숲에서 진짜 나무가 된 것마냥 앉은 자리에서 과제를 처리하고 있으면 다른 느낌이 든다. 마치 어릴 적 엄마가 ‘너 자꾸 떼쓸 거면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있어!’ 라고 했던 것처럼 교수님이 과제로 혼내시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어릴 적엔 울면서 앉아있으면 곧 엄마가 달래주셨지만 교수님은 별 신경 안 쓰신다는 점이다. (※ 만약 교수님이 달래주신다면 그것은 대학원 납치의 징조이니 크게 유의하도록 하자)

 대부분의 무한등비급수가 0에 수렴하듯, 밀려오던 과제도 끝이 나면 필자는 생숲 혹은 1관의 어느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현 시국에서는 자리를 제한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만 처리하고 떠나는 것이 권장된다. 코로나는 공간적 여유뿐만 아니라 심리적 여유까지 앗아간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필자의 씁쓸함을 한층 가중시켰다.

 

2-3) 2관

 

그림 5 이동 통로 / 2관 내부

 

 통로를 지나 2관으로 향하면 우선 엄청난 책의 물결들이 관측된다. 1관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공부를 하는 곳이라면, 2관은 책님들이 계시고 사람들은 그 사이사이에 낑겨 공부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2관에 소장된 책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은데, 그냥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책이 다 있다고 보면 된다. 필자가 좋아하는 함민복 시인의 대표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의 초판본부터, 실험 리포트 작성 시 필수 아이템 ‘일반물리실험’의 번역본까지 없는 책이 정말 없다. 

 새내기 때 교수님이 미적분학 수업에서 행렬을 언급하셔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가 행렬에 관한 책 10권 정도를 골라 앞에 펼쳐 두고 공부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행렬을 배우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따로 공부를 했던 것이다. 로욜라 2관은 꽃피우는 지식의 장이자 대학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갖춘 곳이며, 필자에겐 새내기 시절의 패기와 열정이 담긴 곳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다.

 

2-4) 3관

 로욜라 3관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부 출입문이 없다는 것이다. 즉 외부에서 3관으로 입장할 수 없으며, 3관에서 외부로 퇴장할 수 없다. 3관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2관에서 3관으로 넘어가는 통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며 필자가 학교를 다닌 18년도부터 이어져온 사실이다. 

 

그림 6 던전 입구 / 3관 내부

 

 3관의 분위기는 1관, 2관과는 사뭇 다르다. 새내기의 필자가 3관에서 처음으로 본 것은 공부를 하고 계신 선배님들의 모습이었다. 2관에 계신 분들과는 다른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는데,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책상에 놓인 세면도구 때문이었다. 그 옆에 놓인 과잠의 학번은 0으로 시작했다. 걸음을 내딛을수록 더 많은 커피잔이 보이기 시작했다.

 RPG 게임을 좋아한다면, 실수로 레벨이 높은 사냥터에 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레벨이 낮은 캐릭터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다. 고로 게임사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게임을 갓 시작한 초보 유저가 실수로 무섭고 험난한 고레벨존에 가지 않도록 장치를 설계한다. 3관의 외부 출입문이 없는 이유는 아마 그러한 것과 맥락이 같을지도 모른다.

 

그림 7 고레벨 몬스터

 

 3관에 서식하는 책들 또한 심상치 않다. 필자의 나이 정도는 가볍게 아득히 넘어가는 책들이 옹기종기 모여 계신다. 그림7은 1897년 어느 미국 수학 잡지의 양장본이다. 로욜라의 고서는 장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¹, 아니 있으시다… 딱히 강요되어 계신 것 같지도 않으니 조용히 다시 원래 계시던 곳에 모셔 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3.결론

 새내기 시절로부터 3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로욜라 도서관은 필자에게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다. 덕분에 골칫덩이였던 공강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고, 선배님들 사이에 껴서 새내기 티 팍팍 내며 공부를 해보기도 하였으며, 까-만 밤을 새며 벼락치기를 하고 아침 시험을 보러 갔던 기억도 있다. 팡-하고 학점이 터-져² 버려 다시 시도는 안 해봤다만, 여하간 도서관에 얽힌 추억 아닌 추억들이 참 가득하다.

 코로나가 일상을 잠식하며 빼앗아간 수많은 것들 중에서, 도서관의 일상이 포함되어 있음을 이번 글 작성을 통해 명백히 느꼈다. 로욜라의 오후는 한가하고 다채로우며 포근하다. 아니, 포근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서관에선 알코올 냄새가 났다. 마스크를 쓰고, 잠시 앉아있다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바빠보였고, 필요한 일들만 처리하고 도서관을 떠났다. 실제로 학교 차원에서도 도서관 방문을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이해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 아쉬웠다.

 

그림 8 전설의 레전드

 

 패기롭게 하버드에게 도전장을 내밀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이 광고는 전설이 되었고, 포브스 선정 서강대 학생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 순간 2위에 당당히 등극하였다. (1위의 영광은 탄핵당하신 70학번 전자공학과 선배님께서 차지하셨다.) 솔직히 하버드까진 아니지만 우리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한다라며 맞받아치던 시절이 있었다. 서강고등학교가 뭐 이렇지 하며 수업 종이 치면 도서관으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꺼지지 않는 로욜라의 불빛이 자랑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기억은 휘발성이라 일부 추억들을 남기고 증발하지만 도서관에는 그 모든 궤적들이 퇴적되어 있다. 로욜라 도서관은 서강의 학풍 자체이다.

 서강대학교에 관심이 있다면, 책과 도서관을 사랑한다면, 혹은 그냥 편안한 공간을 좋아한다면 로욜라 도서관의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로욜라 3관을 한번쯤은 꼭 방문하길 바란다. (그곳엔 움직이는 화석들이 계신다) 비록 현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타교생들의 출입이 자유롭진 않으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한번쯤은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이다. 본 글을 통해 서강대학교 로욜라 도서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 수준이 한층 높아지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4. 참고 문헌 및 자료

 

1. 복학생 아저씨가 되어 반추하는 새내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

2. 되게 어색하고 수상하게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도서관을 싸돌아다닌 필자의 사진첩

3. 도서관 사진을 찍는 필자를 새내기로 오해하고 흐뭇해하는 눈길을 보내던 의문의 화석 선배님

4. 머리 식히기 용 리그오브레전드 두 판과 맥주 2캔

5. 끝까지 읽어 주신 독자님들께 드리는 감사한 마음

 


¹ 에디터 메르헨, “이른 새벽의 기록 (잔치 아트팀, 2021.03.30)”, 50-51줄

² 에디터 챌라또, “쇼콜라티끄 (잔치 플레이스팀, 2021.03.31)”, 5-6줄

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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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6

  1. 씅
    2021.08.17 17:04

    지금 로욜라에 앉아서 글 읽고 있는데 넘 재밌네요 ㅋㅋㅋ 이런 글이 로욜라 홈페이지에도 실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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