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19 · 03 · 20

107. 마라와나

Editor 몽실

신촌은 여러 대학이 몰려 있는 대학가다. 비교적 방학에는 좁은 골목도 괜스레 허전하다고 느껴지는 반면, 개강 후에는 연세로가 넓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복작복작하다. 그렇다. 신촌은 방학을 타는 것이다. 그리고 3월을 맞아 신촌과 함께  ‘개강빨’을 받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마라탕 집이다.

이제 대학가 앞 마라탕 전문점들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온다. 신촌만 해도 약 5개 이상의 식당이 떠오르고, 개강과 동시에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는 마라탕 인증샷이 쏟아진다. 이 정도면 마라탕은 대학생의 소울푸드라 해도 어색함이 없다. 하지만 마라탕은 아직 전 세대에 걸쳐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대학가를 벗어나면 마라탕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유독 20대에 인기가 많은 탓에 부모님 세대에서는 마라탕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방학 기간을 본가에서 보낸 에디터는 개강 전까지 마라탕을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마라 맛이 그립기도 했고 학교로 돌아온 울적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에 개강 맞이 마라탕을 개시하기로 했다!

에디터가 선택한 마라탕집은 ‘마라와나’이다. 시끌벅적한 골목에 위치한 보통 마라탕 전문점들은 붉은색 계열의 화려한 간판을 자랑한다. 이와 달리 마라와나는 한적한 뒷길 구석에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간판 또한 검은색에 가게 이름만 적혀 있어 전체적으로 깔끔해 보인다. 마라와나는 이렇게 다른 식당들과는 다른 차분한 매력을 드러낸다.

 

 

내부 또한 외관과 거리 분위기에 맞게 단순하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밖에서도 한 눈에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넓지 않다. 한 쪽에는 마라탕이나 마라샹궈의 재료를 담을 수 있는 셀프바가 마련되어 있는데, 20여 명 정도 식사할 수 있는 좁은 매장이기에 들어가자 마자 가방만 내려놓고 바로 재료를 고르면 된다.

재료를 내 맘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마라탕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이다. 가리는 음식이 있더라도 기호에 따라 원하는 만큼의 재료를 담을 수 있다. 마라와나는 타 식당에 비해 재료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재료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만큼 어느 정도의 다양성은 갖추었다.

 

두부도 담고,

배추도 담고,

넓은 중국 당면도 담고,

…….

 

에디터의 최애 재료는 푸주와 건두부다. 둘다 평범하지 않은 생김새로 인해 마라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국물 속에 빠져 마라 소스가 잔뜩 묻은 푸주와 건두부는 항상 여러 건더기 중 최고의 선택이 된다.

 

계속해서 재료를 담아보자.

이것 저것 담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당면 5개는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

소시지도 넣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버섯이 조금 부족한 거 같다.

 

그렇게 참지 못하고 정신 없이 담다 보면 뜻하지 못한 ‘띠용’스러운 가격이 나올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3000원짜리 고기 추가도 해야 하니 항상 가격을 유념하며 재료를 담자! (고기 추가는 항상 양고기로! ^__^)

 

오랜만에 먹다 보니 절제하지 못해 목표인 9000원을 넘겨버렸다..

 

여기서 문제! 신촌에 다른 마라탕 가게들도 많은데 왜 하필 마라와나를 선택했을까?

바로 여러 가지 요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게에서는 마라탕뿐만 아니라 탕수육, 마라롱샤 등등 여러 중국 음식을 함께 팔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라탕을 통해 중국 특유의 알싸한 향신료 맛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달고 짜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야말로 중국의 맛을 즐겨 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마라와나에서 마라두부를 매우 맛잇게 먹은 경험으로, 새로운 메뉴 도장 깨기를 진행 중이다. 가지볶음, 볶음밥, 향라닭날개 등등.. 이 작은 가게에서 다양한 종류의 중국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마라 맛을 강하게 느껴보고자 오늘은 야심차게  2단계 맵기로 주문을 했다! 더불어 많고 많은 중국 요리 중에서 마라탕의 동반자로 오늘은 단순한 계란볶음밥을 선택했다. 단일 메뉴로 먹기에는 삼삼한 계란볶음밥이 자극적인 마라탕을 만나면 맛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맵기 참고용 (2단계도 신라면보다 맵다 =에디터는맵찔이가아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간단한 tmi를 덧붙이자면 마라탕에 사용되는 주재료인 마라는 산초나무의 열매로, 혀가 얼얼하게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얼얼할 마(麻)와 매울 라()가 결합되었다고 한다.  그 얼얼하고 화(火)한 맛이 맛있다기에는 살짝 부족한 듯 하여 처음 먹을 때는 ‘이게 뭐지?’라는 말이 나오는데 안 먹으면 또 계속 생각이 나게 만든다. 자고로 마라탕은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은 사람은 없게 하는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 중독성에 이끌려 에디터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주 n회 마라탕’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새빨간 마라탕과 새하얀 볶음밥이 식탁 위에서 대조를 이룬다.

 

먼저 주인공인 마라탕부터 한술 뜬다. 역시나 맵다. 그럼에도 맵다는 말은 2% 부족한, 엽기떡볶이와는 또 다른 매운 맛이다. 그 맛을 정의할 수 없어서 그런지 자꾸 국물을 뜨게 된다. 일반적으로 마라탕에 땅콩소스가 들어가서 가끔 땅콩소스의 고소함이 국물의 얼얼함을 상쇄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마라와나의 마라탕에서는 땅콩소스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 국물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볶음밥은 계란, 파, 당근 외에는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집에서 볶은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한 번 맛 보면 자꾸 손이 가게 되는 마성의 음식이다. 집에서는 왜 이 맛이 안 나는 걸까? 마라탕을 신나게 먹다가 그 얼얼함이 살짝 지겨워질 때 쯤에 볶음밥을 한 입 먹어주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렇게 먹고, 먹고, 또 먹으면 어느새 생각은 사라지고 그릇마저 깔끔히 비워진다.

 

이열치열. 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이 되면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더 뜨거운 음식을 찾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왜 그다지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껴지기에는 애매한 음식인 마라탕이 요즈음 2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을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답은 그 이열치열 문화가 아닐까 싶다. 더우면 더 뜨거운 음식을 찾듯이 화나는 일에 더 화한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닐까? 성적, 봉사, 대외활동, 자소서, 스펙, 장학금 등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이 난무하는 대학생활. 고등학교 시절에는 신날 것만 같았던 대학생활이 그리 즐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개강과 동시에 학교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마라탕을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고 땀을 빼며 더위를 잊은 이열치열 문화처럼 맵고 얼얼한 마라탕을 먹으면서 화를 잊게 되는 것이다.

어찌 됐든 이 또한 잊어버리기 위해 오늘도 마라탕 한 그릇 어떠한가?

 

 

 


마라와나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4길 33

영업시간: 매일 11:00-23:00

연락처: 02-312-3056

몽실
AUTHOR PROFILE
몽실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