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19 · 05 · 15

113. 오코노미 프린스

Editor 라봉

나만 알고 싶은데,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모순적인 감정을 들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인디밴드의 노래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나만 아는 오솔길 따위의 것들 말이다. 그리고 에디터에게는 이 가게 또한, 그런 감정을 가지게 하는 곳이다. 처음 이 가게를 알게 된 것은 이번 시험 기간이었다.

늦은 저녁까지 시험을 보고 나온 에디터와 동기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끼니를 해결하고자 학교 주변을 배회했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Closed’라는 차가운 푯말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포기하려고 할 때쯤 운명처럼 오코노미 프린스의 불빛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다. 불빛에 홀린 듯 들어간 가게의 오코노미야키는 지친 나에게 빛과 같았고, 맛 또한 매우 감동적이었다. 가게에서 보낸 시간은 힘들었던 나의 하루에 대한 작은 위로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빠른 시일 내에 이 왕자님을 다시 만나리라, 다짐했다.

오코노미야키 나라의 왕자님을 만나러 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나와 이대역 쪽으로 올라가다가 마시그레이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오코노미야키가 그려진 입간판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입간판의 주위에는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시선을 조금만 위로 올려보면 ‘오코노미 프린스’ 라고 가타카나로 적힌 가게의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입간판 옆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가게의 입구보다 먼저 벽에 붙은 게시판이 우리를 반긴다. 게시판에는 오코노미 프린스의 내부 그림이나 정보 등이 붙어있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사진과 손그림도 일본스러운 느낌으로 작고 아기자기하다. 게시판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올라가 보면, 숨이 조금 거칠어질 때쯤 가게의 입구가 등장한다.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가면, 마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등장인물이 된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가게의 내부가 보인다. 가게에는 여러 명이 온 사람을 위한 다인석과 혼자 온 사람을 위한 일인석이 각각 존재한다. 좌석에는 야키소바와 오코노미야키를 굽는 철판이 있고, 소스와 가다랑어포 (가쓰오부시), 카레맛 김가루인 아오노리등이 구비되어있다.

 

좁지 않으면서도 아늑한 가게 내부

 

메뉴판에는 주 메뉴인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가 가장 앞에 쓰여 있고, 우동, 버터간장밥 등의 사이드메뉴와 소다, 하이볼 등의 음료가 뒤를 이어 적혀있다. 후배들에게 이 가게를 소개해주고자 후배 3명을 이끌고 온 나는 오코노미야키 2개와 야키소바, 버터간장밥을 시켰다.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의 토핑은 2가지씩 직접 골라야 하는데, 선택에 어려움을 겪던 우리를 보신 사장님은 야키소바에는 베이컨을 넣으면 풍미가 좋고, 오코노미야키에는 문어나 오징어를 넣으면 씹는 맛이 좋다고 추천해주셨다. 추천받은 것을 토대로 우리는 오코노미야키에는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야키소바에는 베이컨과 돼지고기를 추가했다.

이 가게의 특징은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 모두 고객이 직접 만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모든 테이블에는 5분짜리 모래시계와 만드는 방법이 적힌 메뉴얼이 있다. 물론 처음 온 사람에게는 친절히 사장님께서 만들어주시기도 하고, 하다가 망쳐도 사장님께서 복원해 주시니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오코노미야키의 경우 모양까지 정할 수 있고, 모양틀은 동그란 모양, 하트모양, 꽃 모양이 있다. 우리는 사랑이 넘치는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상징성을 담아 하트모양의 틀로 골랐다.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가 나오기 전에 먼저 버터간장밥이 나왔다. 버터 향이 감도는 밥알에 살짝 달달한 일본식 간장과 바다내음이 나는 카레맛 김가루, 아오노리의 조화는 일품이다. 본식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니, 버터간장밥으로 배를 달래보자.

 

익숙해서 더 손이 가는 맛

 

배를 달래주던 간장밥의 바닥이 보일 무렵, 오코노미야키 반죽과 야키소바가 나왔다. 우리는 먼저 오코노미야키 2개를 굽고, 뒤집을 때 즈음 야키소바를 볶기 시작했다. 야키소바보다 오코노미야키가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배고플 때는 두 개를 같이, 조금 참을 수 있을 때는 오코노미야키를 뒤집을 때 야키소바를 볶아보자. 각각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같이 먹을 때의 시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으니 배고픔의 정도를 고려하여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두 개의 음식 모두 익으면 마지막으로 야키소바에는 아오노리를, 오코노미야키에는 소스와 마요네즈, 가쓰오부시를 올리면 먹을 준비 완료다. 이 가게의 장점 중 하나는 소스와 가쓰오부시, 아오노리를 기호에 맞게 뿌릴 수 있다는 점인데, 자칭 가쓰오부시 광인인 에디터는 오코노미야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쓰오부시를 뿌려 먹었다. 불판 위에 올라간 가쓰오부시가 춤추는 모습은 침샘을 자극한다.

 

아름다운 그들의 자태를 보라!

 

잘 익은 오코노미야키는 젓가락으로 찢어 먹기보다는 뒤집개로 잘라먹는 것이 좋다. 야키소바의 아오노리는 너무 많이 뿌리면 파래김 전병맛이 나기도 하니 기호에 맞게 살살 뿌려보자. 호쾌하게 하트모양의 오코노미야키를 4등분 하여 두 조각씩 그릇에 담고, 잘 볶은 야키소바를 그릇에 올렸다. 그릇이 버거워하는 게 느껴지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매끄러운 자태의 야키소바를 잠시 뒤로한 채 오코노미야키를 입에 담았다. 가쓰오부시가 소스에 젖어버리면 그 맛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입안 가득 담은 오코노미야키는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쫄깃한 오징어가 양배추와 만나 다양한 식감이 느껴졌다. 위에 올린 가쓰오부시와 소스의 풍미는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했고 한 조각을 다 먹어갈 때가 되어서야 담아놓은 야키소바의 존재를 깨닫고 부랴부랴 야키소바를 집었다. 약간은 삼삼한듯한 야키소바는 아삭한 양파와 양배추에 고소한 면발, 베이컨의 향이 더해져 더욱 아름다운 맛을 냈다. 그렇게 각각의 메뉴를 즐기고 나서 이들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두 개를 같이 먹는 것이다. 입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오코노미야키를 잘라 숟가락에 올리고, 그 위에 야키소바를 올려 한입에 담으면! 이럴 수가! 홀로 있을 때 맛보지 못했던 맛들이 입안을 강타한다. 맛의 완벽한 하모니이다. 팝 음악과 재즈 음악이 합쳐져 재즈 팝의 음악이 태어나듯,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두 개의 맛은 입안에서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그렇게 쉴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빈 철판만이 우리 앞에 남게 된다. 조금은 아쉬운 이때, 사장님은 우리에게 물으신다.

‘후식은 녹차 아이스크림과 커피 중 무엇으로 드시겠습니까?’

우리의 아쉬움을 채워 줄 후식의 등장이다. 원래는 본 메뉴 (야키소바와 오코노미야키) 에만 후식이 포함되어 있어, 4명이 온 우리는 3개의 후식만을 받게 되는 것이 맞는 일이었지만, 사장님의 배려로 4개의 후식을 받았다. 겨우 두 번 째 방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나를 알아보신 것이었다. 녹차와 아이스크림 모두 매우 좋아하는 에디터는 고민하지 않고 녹차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후식으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이라고 적은 기대를 했었던 과거의 나를 비웃듯, 이곳의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전문점과 대등할 정도로 그 맛이 좋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에 담긴 짙게 깔린 녹차 향은 미뢰를 유혹한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바삭한 콘의 조화

 

물론 커피를 마신 후배에 의하면 커피의 맛도 일품이라고 하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아이스크림마저 모두 먹고, 부른 배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하면 계산대 옆에는 섬유탈취제가 구비되어 있다. 철판을 사용하는 특징 때문에 혹여 옷에 냄새가 밸 수 있으므로 사장님께서 갖춰놓은 작은 배려이다. 이런 작은 배려에 기분 좋게 계산을 하면, 사장님께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식사는 맛있었냐 물으신다. ‘완전 최고였습니다~’ 넉살 좋은 대답을 하면 사장님께서는 언제나 피드백 환영이니, 칭찬만 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웃으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사장님께서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면서도 언제나 피드백을 바라신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욱 멋있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거리는 오색빛깔의 전등으로 멋을 내기 시작했고, 오코노미 프린스 역시 전등을 켰다. 다음번에는 어둑어둑한 시간에 홀로 가서 옥수수와 관자를 넣은 오코노미야키와 하이볼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첫방문이었던 때에도, 두번째 방문인 이번에도 나는 이 가게를 나설 때마다 다음번의 방문을 예정하곤 하는데, 아마도 이곳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가지수의 음식을 파는 곳은 아니지만, 다시 떠오르는 신비한 매력이 있는 곳. 미소가 잘 어울리는 사장님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작은 배려가 있는 공간. 나만 알고 싶은, 그렇지만 알리고 싶은 보물 같은 이 곳을 당신에게만 공개한다.

 


 

 

 

 

 

 

오코노미 프린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26

전화번호 : 010-2907-5548

영업시간 : 월~토 11:30~22:00

라봉
AUTHOR PROFILE
라봉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