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스탠바이키친
일주일은 여러 가지 다채로운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등굣길에 버스를 타고, 수업을 듣고, 친구와 함께 하루의 끝을 치맥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그중 식사 시간은 매일 반복되지만 매일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다. 밥 먹을 때도 어떤 상황인지, 누구와 먹는지에 따라서 식사에 대한 생각과 기억이 달라진다. 같은 장소일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날은 간신히 끼니를 때운 것 같은 식사, 또 다른 날은 잊을 수 없이 행복했던 식사로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어느 하나 같은 시간이 없다. 모든 시간이 각각 다른 기억이 된다.
요즈음 에디터의 기억의 조각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바로 이대 후문과 연대 동문으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 스탠바이키친이다. 이곳에서의 이야기를 신초너들과 나누려 한다.

모든 일정이 끝난 금요일, 여유로운 한끼
에디터의 수업은 금요일 2시에 끝난다. 일주일 동안 팀플, 과제, 수업 등에 지쳐 있던 에디터. 드디어 주말이 시작되기 전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그리고 그 여유를 즐기기 위해 스탠바이키친에 방문했다.
일반적으로 샌드위치 가게라 하면 적당히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가게일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무채색 골목 길가에서 스탠바이키친의 통유리의 널찍하고 환한 매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겉으로만 봐서는 샌드위치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제공되지 않아 이렇게 눈에 띄는 매장이 어떤 메뉴를 파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길을 한번쯤 오다닌 적이 있는 신초너에게는 단번에 기억에 남을 것이 분명하다.
2시라는 이 애매한 점심 시간에 샌드위치는 아주 적합한 메뉴 선택이다. 아침, 점심, 저녁, 브런치 모두에 어울리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6시에는 저녁을 먹을 에디터에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적당히 배를 채워주기 좋다.
이곳의 샌드위치는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메뉴가 없다. 평범한 샌드위치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사타이 치킨 반미, 필리 치즈 스테이크 등 이름만 들었을 때는 그 맛이 잘 상상이 안 가기도 한다.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비교적 자세히 나와있어 나의 취향과 얼마나 맞을지 예측해볼 수 있다.

연어를 좋아하는 에디터는 연어 크림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연어, 크림치즈, 유자드레싱의 상큼한 조합이 신선한 잎채소와 잘 어울린다. 이 샌드위치의 주인공인 연어가 생각보다 크게 들어있어 충분히 연어 맛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연어 덕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맛있게 식사를 즐기며 주변을 둘러본다. 화이트톤으로 가뜩이나 밝은 실내는 햇빛까지 비쳐 더욱 환해진다. 휴양지에 온 것 같기도 하다. 천장 위에서 끊임 없이 돌아가는 실링팬이 나른한 느낌을 한층 더 더한다. 맛있는 식사와 이 느긋한 분위기가 꽤 오래 기억 한편에 자리잡을 듯 하다.

엄마와 함께하는, 조금 더 특별한 한끼
어느 화요일 저녁. 엄마와 신촌에서 저녁 식사를 약속했다. 엄마와의 약속은 항상 메뉴 선택이 더 조심스럽다. 친구와의 식사에서 가성비와 맛을 고려한다면 엄마와 먹을 때는 가격보다 퀄리티와 맛을 더 고려한다. 어쨌거나 맛은 포기할 수 없는 필수 고려 요소다. 이러한 고민 끝에 에디터는 스탠바이키친을 떠올렸다. 음식의 완성도도 높고 저녁을 가볍게 먹기를 원하는 엄마께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샐러드를 좋아하는 엄마는 메뉴에서 샐러드를 포착하셨고, 아보카도를 먹고 싶다는 에디터를 위해 닭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기꺼이 닭가슴살 아보카도 샐러드를 주문하셨다. 엄마는 역시 ‘우리’ 엄마다. 메뉴 주문이라는 사소한 사건에서도 새삼 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에디터는 저번에 맛있게 먹었던 연어 샌드위치 재주문했다.
스탠바이키친은 가로로 긴 매장 내에 노곤하게 만드는 창가 테이블부터, 혼밥에 적합한 바테이블까지 다양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중 왼쪽 구석의 짧은 계단으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은 스탠바이키친만의 숨은 명소다. 다른 공간과 분리되어 있고, 그 공간에서 전체적인 공간을 조망할 수 있기에 혼자만의 비밀 아지트에 온 것만 같다. 엄마와 서로 지냈던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곳의 샌드위치는 항상 싱싱하다. 채소나 빵, 연어 등 모든 재료에서 싱싱함이 느껴진다. 바게트라 하기에는 조금 더 부드러운 빵도 하루 2번 매장에서 굽는다고 하니 이조차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날도 연어 샌드위치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샐러드는 역시나 산뜻했다. 하지만 닭가슴살과 아보카도라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에도 불구하고, 샐러드 소스가 좀 적은 데다 닭가슴살과 아보카도가 약간 삼삼한 탓에 샐러드가 다소 싱겁다고 생각됐다. 오히려 짠 음식을 꺼리시는 엄마는 샐러드를 만족스럽게 드셨다. 엄마가 맛있게 드셨으면 나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이날의 식사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업과 수업 사이 공강, 든든한 한끼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까지 한시간이 비는 시간이었다. 이미 3연강으로 인해 기운이 다 빠졌지만 아직 수업이 더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알차고 배부른 식사가 간절한 마음으로, 에디터는 스탠바이키친으로 향했다.
다소 가벼운 샌드위치만으로는 묵직한 식사를 완성할 수 없다. 스탠바이키친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감자튀김인데, 샌드위치와 함께 세트로 2500원이면 주문할 수 있는 이 메뉴는 감자튀김으로서의 기본 소양인 크기와 바삭함을 필수로 갖췄다. 거기다 치즈까지 뿌려져서 나오기 때문에 든든한 식사를 원한다면 빠뜨려서는 안된다.
파프리카, 토마토, 샐러드야채가 닭가슴살과 함께 곁들여진 피멘또 치킨 샌드위치와 짭짤한 감자튀김의 만남은 음과 양의 조화처럼 하나로 어우러졌다. 평소 2인 1 감자튀김을 추구했었지만 오늘만큼은 혼자서 감자튀김 하나를 다 해치우는 것이 전혀 무리가 되지 않았다.

기분 좋은 식사 후 잠시 매장을 둘러보던 에디터의 눈에 여러 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천장, 통로 등 꽤 다양한 행잉플랜트들과 화분들이 매장 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식물들. 이들은 그 자리에 없었던 게 아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밝은 조명과 창밖에서 비치는 햇살을 머금은 듯한 잎사귀들. 따사로운 햇빛에도 선선한 바람 덕분인지 유독 멋들어진 야외 테라스. 이들을 바라보다 보니 스탠바이키친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더 천천히 흘러가는 듯 했다. 잠깐의 공강이 이곳에서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매주 돌아오는 같은 길이의 공강 시간이지만 오늘따라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진다.
하루를 즐기고 싶고, 만남을 추억하고 싶고, 짧은 휴식이 필요할 때. 이러한 순간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기억이 되고, 그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거대한 성을 이루고 ‘나’라는 존재가 된다. 그렇게 이 잠깐의 식사가 나의 일부분이 될 때,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시간이 이곳, 스탠바이키친에서 채워진다. 그렇게 스탠바이키친은 신촌 한 구석에서 신초너들을 기다리며 잠잠히 기억의 조각을 담는다.
STAND BY ( )
STAND BY KITCHEN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대동문길 49
매일 10:30-21:00, break time 15:00-16:30
02-365-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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