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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19 · 05 · 20

홍익문고, 이로움을 전합니다

Editor 그루

작년 이맘때쯤, 아침에 눈곱조차끼지 않은 완벽한 하루가 있었다. 상쾌한 날씨에 산책으로 가득했던 하루는 경의선 책길에서 시작해서 홍익문고에서 끝났다. 창문을 열어 놓고는 침대에 다리를 쭉 뻗어 하루를 끝내는데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는 밤바람까지 완벽한 그런 하루였다.

그날 홍익문고에서 산 책은 그 하루를 기념하는 책이 되었다. 그 책은 내 책장의 한 켠을 차지하게 되었고 홍익문고는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후 신촌에서 시간이 날 때면 홍익문고에서 많이 보낸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많이는 읽지 않는다. 재미있어보이는 책을 보면 ‘나중에 읽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책 표지를 찍고 핸드폰 앨범에 고이 간직하는 편이다. 영문학과지만 내 독서  과정이 주로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조금 부끄러우니 나만 이러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면 홍익문고는 그저 서점 앞에 위치한 ‘달려라 피아노’로 서점을 기억하거나  오래된 서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홍익문고가 견딘 60년의 세월은 가치 있다.  하지만 수 차례 홍익문고에서 책을 점찍어본 사람으로서 생각하건데 홍익문고는 신촌을 대표하는 서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기에 의미있다.

홍익문고의 홍익은 인근 대학교가 아닌 ‘널리 이롭게 하다’의 홍익이다. 창업주 故 박인철씨는 ‘홍익’을 이루려면 주변사람을 챙겨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다고 한다. 신촌의 터줏대감인 홍익문고의 주변사람은 다름 아닌 신초너 아닐까? 홍익문고는 우리 신초너에게 어떻게 이로움 주고 있을까? 서점인 만큼 판매하고 있는 책들로 전하고 있을 것이다.

홍익문고는 주기적으로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책들의 주제를 바꾼다. 고정적으로 있는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섹션 사이에 매번 주제가 바뀐다는 사실만 고정적인 섹션이있다. 이번에는 Love and Cat이었다. 서점이 직접 선정하는 주제에 부합하는 책들이야 말로 서점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강조해서 전하고자하는 ‘이로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으로 홍익문고가 전하는 메세지를 해독해보았다.

 

Love and Cat이라는 말랑말랑한 주제의 책들의 파스텔 계열의 커버들 중 핫핑크의 책은 나의 눈길을 바로 사로잡았다. 제목조차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가지 방법’으로 표지 색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눈에 띄는 색 때문에 책을 잡은 손은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고,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결제하고 있었다.

 

 

이 책의 필자는 고양이이다. 그것도 자신이 가정집을 어떻게 접수했는지 앞발로 타자를 꾹꾹이 하듯이 칠 수 있는 귀엽지만 아주 영리한 고양이다. 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분석한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동물이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못참는다. 그래서 고양이는 이 점을 잘 활용해서 인간과 공존한다. 고양이도 똑같이 외롭지만 고양이는 외로움을 견딜 줄 안다. 어찌되었든 두 외로운 존재들이 만나니 사랑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한다. 책이 말하는 공존은 익숙함이다. 멍청한 인간들이 고양이의 행동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고양이는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나의 일상에서 당연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과 고양이는 서로의 일상이 된다.

책을 읽고 보니, Love and Cat 섹션에서 본 책들의 제목과 간략한 소개 문구가 퍼즐 조각들처럼 하나 둘 맞춰지는 듯 하다. Love and Cat 섹션의 표지를 찍으면서 읽은 제목과 간략한 설명들은 고양이가 썼다는 책과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모두의 연애’,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철학보다 연애’, ‘사랑의 빛깔들’…

 

결혼한 커플의 삶을 통해서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을 통찰하는 ‘낭만적 연애와 이후 일상’, 오해와 갈등이 커지는 포인트를 짚어주고 어떻게 대응할지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삐걱거리는 일상을 회복시킬 힌트를 주는 ‘당신도 내 맘 좀 알아주면 좋겠어’, 그리고 작가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험을 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을 탐사하고 싶어서 쓴 ‘사랑은 생애’

 

‘고양이가 그랬어 행복은 빈 상자 속에 있다고’, ‘오늘은 고양이처럼 살아봅시다’, ‘고양이 달력 365’…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으로서 고양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쓴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나 키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키우지 않거나 앞으로 키우고 있는 사람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애정에 대한 이야기인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가 도시의 생명체와 맺는 관계가 얼마나 다층적인지 보여준다는 ‘고양이 임보일기’까지

결국 Love and Cat 섹션은 책들은 사랑과 고양이로 일상을 얘기한다. 인간과 인간이 그리고 고양이과 인간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변화를 말한다. 공존을 얘기한다. 공존을 위해 맞춰가는 배경에는 애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니라면 애초에 공존은 가능하지가 않다. 애정을 바탕으로 변화된 일상은 만족스럽다. 책에서도 말했듯이 외로운 인간은 다른 존재들이랑 어울릴때 행복한가보다. 그리고 본인의 일상에 다른 존재들이 당연해질때 행복함을 느끼는 듯하다. 꼭 애인이 아니더라도,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책들을 보면서 나의 사람들 나의 인연들이 내 일상을 풍족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신촌은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만남의 장소인 신촌은 술 한잔과 함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신초너로서 신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된다. 약속시간 조금 전에 홍익문고를 들려서 잠시 뒤에 만날 사람과의 오늘 하루 같이 나눌 일상이 내게 주는 행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만난다면 그 시간은 그만큼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내가 누군가를 만났을때 행복한 것을 알고 행복한 것과 모르고 행복한 것에는 분명한 행복의 깊이 차이가 있고 생각한다. 만남의 장소인 신촌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특별해 지는 것은 홍익문고가 이 주제를 통해서 신초너들에게 전하는 이로움일 것이다.

주제가 Love and Cat 이 아니더라도, 책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하게 된다. 신촌의 터줏대감인 홍익문고가 신초너를 이롭게 하는 것은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들어가서 책을 통해 생각에 잠길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 일상에 풍족함이 더해지는 이로움을 누릴 수도 있다. 신촌역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5분 늦을때, 홍익문고의 이로움을 누려보자.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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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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