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수르 (SURU)
[비건 신촌] 01. 수르 (SURU)
채식주의 (vegetarianism):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하고, 식물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것.
비거니즘이 처음인 당신,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있는 당신,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당신! 이 모두를 위해 신촌의 비건식을 소개한다.
비건? 페스코? 채식? 비거니즘이 아직은 낯선 당신에게 이와 같은 말들은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비건은 채소만 먹는다는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하지만 최근 비건식과 더불어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여러 매체 내 비거니즘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는 추세이다. 육식 위주의 외식 산업계에서도 알음알음 비건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촌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비건 신촌’은 앞으로 몇 편의 글과 함께 신촌에서 비건식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하고 음식을 직접 맛보며, 비건 가시화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
비건 신촌이 첫 번째로 방문할 곳은 이대 앞 골목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SURU(수르)이다.
무척이나 다양한 비건식 중에 디저트를 선택한 이유는 에디터가 먹어본 바로 빵과 같은 디저트 종류가 가장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다. 모르고 먹는다면 대부분의 빵이 비건인지 모를 만큼 논비건 옵션과 비교했을 때, 맛이나 질감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 바로 디저트다. 특히나 이곳, 수르에서는 논비건 디저트뿐만 아니라 버터와 우유가 들어가지 않아도 세상 촉촉한 비건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

반짝반짝 예쁜 선물 포장 같은 수르
수르는 문을 연지 일주일이 조금 넘은 신생 카페로, 온통 분홍빛인 외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사랑스러운 색감과 빛나는 조명은 낡고 어두운 골목을 화사하게 밝혀주어 지나치던 발걸음도 되돌아오게 만든다. 약간의 웅장미를 더하는 간판의 ‘SURU’도 역시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채식은 섭취하는 동물성 식품군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누어 말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재료의 꼼꼼한 설명은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이다. 수르의 디저트의 경우 비건까지, 다양한 층위의 베지테리안이 전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쑥 팥 쌀식빵

에디터가 선택한 초코 마들렌과 녹차 마들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빵을 살펴보자.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식빵부터 마들렌, 브라우니, 비스코티까지! 밀가루와 달걀 없이도 멀끔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실 에디터가 방문했을 때는 저녁 8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라 상당수의 비건 빵이 이미 모두 팔리고 남아있지 않았다.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비어있는 쟁반들이 이곳의 저력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설레기 시작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서로 다른 맛의 마들렌 두 개를 골랐다. 사실 에디터 역시 비건 빵은 처음이라 맛과 식감이 굉장히 궁금했다. 조금은 퍽퍽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도 들었다. 조금의 걱정과 조금의 두근거림을 안고 초코 마들렌부터 베어 물었다. 초콜릿 베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달지 않아 한 입에 끝내버릴 수 있었다. 또 걱정이 무색하게,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이 만족스러웠다. 향긋하게 코를 스치는 초코 향도 입맛을 돋우는 포인트였다. 페이스가 끊기지 않도록 재빠르게 녹차 마들렌을 뜯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녹차 향기와 함께 고소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밀가루와 버터가 없어서 그런지 평소에 먹었던 논비건 마들렌과 달리 기름지지 않고 깔끔한 뒷마무리가 좋았다. 과장 없이 4개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열되어 있는 빵들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냉장실에 가만히 줄지어 있는 디저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달콤하고 귀여운 마카롱, 폭신하고 고소한 다쿠아즈, 그리고 시원한 푸딩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냉장 보관이 되어있는 디저트는 대부분 논비건 제품으로 조금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그 옆에 자리를 잡은 마요네즈는 비건식으로 샐러드는 물론 빵에 발라먹어도 아주 좋을 것이다.
음료는 또 어떠한가? 수르의 베스트 메뉴인 수제 밀크티는 오픈한지 일주일 만에 500잔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진하고 고소한 맛이 다른 밀크티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또한 수르의 직원분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고민한 끝에 비건 음료가 출시되었다. 과일 음료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녹차, 초코 라떼를 우유 없이 글루텐 프리 재료를 사용한 비건 옵션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초코 마들렌과 함께 먹은 비건 라떼는 우유를 먹지 못하는 에디터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없이 마들렌의 달달함을 라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든든하고 건강했다.

‘공간’은 생각보다 그 힘이 크다. 때로는 상위 개념의 공간에 색을 더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기도 한다. 이에 비건 음식점이 생기는 것은 비건 가시화,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선택권이 확장되는 것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수르는 단순히 ‘채식주의자들도 먹을 수 있는 빵집’을 떠나 ‘공간’으로써 존재하며 우리의 인식과 담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비건식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곳에, 가까이 존재한다. 마치 수르가 학교 앞 여느 상점과 같이 자리한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더 많은 신초너들이 ‘수르에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신촌의 비건 맛집에 관심을 붙여보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비건식은 어렵지 않다. 의심 없이 건강하고 맛이 좋다. 고민하지 말고 수르로 스르륵~ 비건식에 입문해 보자!

수르 (SURU)
이화여대7길 15 1층
010.7442.0573
instagram @suru_dessert
월-토 AM 11 – PM 9,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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