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신초너 관찰일기2- 김혜민
요즘 인기를 끄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개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포지션에서’ ‘좌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의 준비과정까지도 담아내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항상 한순간의 실수로 당락이 좌우되는 면접이 싫었던 나는, 내 인생에도 카메라가 있고 편집자가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노력했던 과정을 보이면 혹여 면접이나 지원서만으로 의지를 담지 못 했을 때, 차선의 어필수단이 되어 결과가 바뀔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면접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을 조금은 떨쳐줄, 교내동아리 지원을 준비하는 이대생 신초너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뭐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지금 동아리 지원서를 작성하던 중이에요.
동아리요? 어떤 동아리 지원하시는데요?
교내 광고동아리에 지원하려고요.
모두에게 같은 질문이지만, 그래서 모두 달라야 하는 답
다양한 동아리 중에서도 특별히 광고동아리를 지원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우선 제 전공이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인데, 곧 3학년이 되다 보니 취미생활과 관련된 동아리보다는 제 진로나 전공과 밀접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이 동아리 활동이 전공 수업만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더라고요.
단순한 전공수업을 넘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동아리네요. 모집공고는 어떤 경로로 알게 되셨나요?
사실 지금 지원하려는 동아리는 제가 1학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모집기간에 대한 내용을 수시로 확인했거든요. 보통 동아리에 지원을 할 때는 스스로 관심이 있어서 직접 알아보고 지원하거나, 아니면 주변 친구의 추천을 받아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는 전자의 경우였던 거죠.
그렇다면 혼자서 지원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친구랑 같이 지원할 거예요.(웃음) 혼자 지원하면 향후 동아리 활동이 조금 외롭고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물론 같이 붙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기왕이면 둘 다 붙어서 친구랑 같이 활동하고 싶어요.
동아리에 혼자 지원해서 활동해본 저로서는 두 분 모두의 합격을 응원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서류가 통과하면 면접을 보셔야할텐데, 예상되는 질문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동아리 면접들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인 ‘지원동기’를 지원서에 쓴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물어볼 것 같고요. 아무래도 광고 동아리다 보니 지원자의 아이디어나 창의성을 알 수 있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면 ‘이런 제품을, 또는 이런 서비스를 어떻게 광고하면 좋을까요?’ 이런 식으로요.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술술 대답하실 줄 몰랐어요. 이미 지원준비를 다 마치신 거 같아요!
사실 준비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면접 질문들은 대체로 지원서를 바탕으로 세세하게 물어보기 때문에, 일단은 지원서에 쓸 내용들을 최대한 잘 숙지하고 있으려고 해요.

준비된 인재 혜민씨
만약 동아리에 합격해서 활동하게 되면, 어떤 광고를 기획해보고 싶으세요?
글귀나 유명인 모델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광고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딱 명시하는 광고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광고의 스토리와 상황을 통해 소비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인식 할 수 있게되면 더 좋고요. 아직 구체적인 카피는 없지만요.
바쁘신데 성실한 답변 감사드려요. 끝으로 지원서 작성이나 면접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저는 그 순간들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외면해 버리기도 하거든요.
지원서를 작성하는 건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동아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걸 읽는 사람이 잘 이해하도록 글로 풀어내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면접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심사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기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가 궁금한 점을 몇 가지 물어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도 결국 저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을 테니까요.
얼마전 잔치 리쿠르팅을 진행했을 때도 ‘오랫동안’ 구독했다던가, ‘긴 시간’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지원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나는 여태껏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대해본 적이 없다. 늘 나의 노력에 지원대상을 맞추려 했고, 때가 임박하면 적당히 준비했다. 합•불 여부는 자존감과 연결돼있기에, ‘제대로 준비 안 해서 떨어졌다’ 등의 시덥잖은 핑계가 필요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예상질문까지 척척 뱉어내며 일찍이 동아리에 관심을 갖고 준비했다 말하는 혜민씨는, 면접을 그저 순발력 테스트라고 여겨 겁부터 먹었던 나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러한 혜민씨의 태도를 보며 면접이야말로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투자했는지를 가려내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혹여 에디터와 같은 생각을 갖고 함께 반성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제 그런 마음은 방금 전까지로 충분하다. 앞으로 마주해야 할 질문들이 더 많은 우리 역시, 시간과 공을 들인다면 분명 어렵지 않게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보일 수 있는 날이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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