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신초너 알바생 – 우승욱
어느덧 시간은 9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에디터의 통장 잔고는 0원에 수렴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구해볼까?’ 하는 마음에 아르바이트 구인 어플을 기웃거려보지만, 힘들어보이는 걸 하나씩 지우다 보면 역시 남는 건 없다.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특히 대학가이자 번화가인 신촌 지역에 빈번히 올라오는 구인 글은 대부분 술집 아르바이트다. 얼마나 힘들길래 일할 사람을 이렇게 자주 찾는걸까 궁금하지만 직접 해볼 용기는 부족하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에디터는 직접 체험 대신 용기 있는 신초너와의 대화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해보기로 한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우승욱입니다. 현재 학내 주짓수 동아리의 부회장을 맡고 있고 신촌에 위치한 ‘젊은 소나무’라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뭐든지 열심히-!
우와, 복수전공에 동아리에 아르바이트까지 하신다니, 엄청 바쁘시겠어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주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것을 보고 나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부모님께 용돈만 받고 생활하는 게 죄송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친구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생활비를 충당하신다니 새삼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저도 얼른 아르바이트를 구해야겠어요. 초보 알바러에게 추천해주실만한 아르바이트가 있을까요?
젊은 소나무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사무보조, 편의점, 레스토랑 주방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이 중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가장 추천해요! 폐기 음식을 먹는 재미도 있고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는 시급 받기가 죄송할 정도였거든요.(웃음) 사무보조는 컴퓨터 앞에서 정말 시키는 것만 하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주방 아르바이트는 랍스터와 킹크랩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에서 했는데 전반적인 기본 손질법과 요리법, 식자재 관리법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근데 대부분의 주방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에 비해 페이가 약해서 인력이 늘 부족하거든요. 제가 일했던 곳도 하루에 11시간 넘게 일을 시키고 페이가 너무 야박해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헉 11시간이라니, 저는 하루도 못 버틸 거 같아요.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는 좀 어떠세요? 술집 아르바이트도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거 같아요.
지금 제가 일하는 곳은 이자카야라서 술집하면 흔히 생각하는 죽을 때까지(?) 술을 마시는 곳은 아니에요. 그나마 다행이죠.(웃음) 그래도 매장 크기에 비해 메뉴 종류와 술 종류가 많아서 적응하는데 거의 한 달 정도 걸렸어요. 특히 사케 종류가 많은 데다가 다 일본어로 쓰여 있어서 알아볼 수가 없거든요. 또, 사케를 마시는 법이 다양해서 주문받을 때 조금 까다롭다는 점이 힘들어요. 차갑게, 따뜻하게 뿐만 아니라, ‘히레 사케’라고 복어 지느러미를 넣는 사케도 있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대부분 마셔본 적 없는 술들을 만들고 서빙하는데 손님들께서 맛이 이상하다고 하시면 저는 드릴말이 없습니다.

내가 바로 히레 사케~
전국 모든 아르바이트생님 힘내시길 바랍니다… 혹시 진상 손님도 겪어 보셨나요?
아무래도 술집이다 보니까 진상 손님은 많아요. 카드나 돈을 던지는 분들도 많고, 반말을 듣는 건 이제 익숙할 정도예요. 유독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위아래로 훑어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는 겪어본 적은 없지만, 같이 일했던 친구는 술 따르라는 말도 들었다고 해요. 전에는 한 번 단체 손님이 오셔서 서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테이블을 다 치우고 다시 깔아 달라고 여러 번 말씀하셔서 설거지를 엄청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손님 부탁이니 사실 진상이라고 하기는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이게 반복되면 엄청나게 할 일이 많아지고 동선이 꼬이기 때문에 힘듭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군요…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술 생각이 간절해질 것 같은데요, 저만 그런가요?
사장님이 일이 많이 힘든 날은 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공짜로 맥주를 마시게 해주셔서 가끔 마셔요! 근데 성격상 일할 때 술을 마시면 멘탈이 흐트러질수 있기 때문에 자주는 안 마셔요. 그래도 한창 더운 여름에 식기세척기 옆에 있으면 시원한 맥주가 가끔 생각납니다.
공짜 술을 주시는 사장님이라니,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사장님, 그리고 가게 자랑해주세요!
일단 사장님께서 아르바이트생 한 명 한 명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게 느껴져서 좋아요. 아르바이트 시간도 최대한 맞춰 주시고 저녁을 직접 해주시는데 좋아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어요! 그리고 사장님이 피규어 수집이 취미 셔서 가게에 들어오시면 건담, 스타워즈, 마블 등 온갖 피규어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꼭 방문해 봐야겠어요. 혹시 젊은 소나무에 오면 이건 꼭 먹어라! 하는 메뉴가 있을까요?
가장 추천해 드리는 메뉴는 1. 쇠고기 스끼야끼, 2. 쇠고기/참치 타다끼, 3. 메로구이입니다. 좋아하시는 사케나 하이볼이랑 같이 드시기에 딱 입니다. 그리고 장사를 시작할 때 사장님께서 당일에 식재료를 다 준비하셔서 신선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승욱씨의 넘바원 추천메뉴 – 스끼야끼
방문하면 꼭 먹어볼게요. 앞으로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세요?
네, 계속할 생각입니다. 저는 자본주의의 노예라서 시계를 보면서 ‘돈이… 돈이 들어온다!’ 생각으로 살아가거든요. 돈 좋아요.

저 멀리서 돈이 들어온다…!
간접 체험을 성황리에 마치고 에디터는 새삼 느꼈다. 힘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내가 외면하고 피해왔던 일들을 누군가는 묵묵하게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힘든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그걸 견뎌내는 승욱씨, 그리고 모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글을 마무리 짓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에디터의 잔고는 0원에 더욱 더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르바이트는 간접 체험으로 만족하련다.
다음 달에는 돈 아껴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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