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변하는 신촌이 서글픈 당신에게
바야흐로 수(數)의 시대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수치’의 아가미를 다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생성형 AI의 위력에 대해서는 더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지경이지만, 그 파급력에 비해 사용 자체는 클리셰가 된 지 오래다. 버스나 지하철에 앉아 별 노력 없이 입력한 몇 줄의 프롬프트만으로 그럴듯한 프로그램과 잘 빠진 기획서 한 편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니, 기술의 일상화가 이뤄진 셈이다.
어릴 적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상황실에 모여 앉은 과학자와 정부 관료, 그리고 미묘한 인지적 불쾌를 불러일으키는 외형의 로봇들이 작전의 성패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방 한복판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바뀌는 형형색색의 숫자와 데이터였다.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적절한 검색 엔진을 선택해 알맞은 검색어를 입력해야 했던 디지로그* 시대의 일원으로써, 터치와 클릭만으로 수천억의 정보를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 요원하고도 배반적이었다.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가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첨단기술을 의미하는 용어. (이어령. 『디지로그』, 생각의나무, 2008)
위 본문을 프롬프트 삼아 제작한 AI 이미지
일개 인간의 손끝에서 단 몇 초 만에 양자와 행렬의 연산이 일어나는 현실은 분명 괄목할 만하다. 기술의 발전이 세상과 일상에 다종다기한 변화를 일으킨 것도 맞다. 그러나 간혹 떠올릴 때마다 어김없이 마음을 냉하게 하는 한 가지는, 우리의 모든 일상이 매 순간 0과 1의 수치로 치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촌 새내기구나..
좋아서 뒷목 잡고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