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 예비 새내기와 정든내기, 그들의 신촌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신촌의 의미는 바뀌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여전히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곳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녹아 들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에디터에게 있어서 신촌은,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두근두근함은 사라졌지만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당신에게 신촌은 어떤 의미인가요? 파릇파릇한 예비 새내기 신초너와 어느덧 신촌에 대한 추억이 가득한 선배 신초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샌애긔와 일칠이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샌애긔: 안녕하세요. 저는 예비 20학번 ‘샌애긔’입니다. 한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중 갑자기 외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고교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어요. 올해 6월에 막 급식 딱지를 뗀 예비 새내기에요!
일칠이: 안녕하세요! 저는 17학번 ‘일칠이’입니다.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학번이 들어오네요.
그러게요, 벌써 20학번이라니…! 두 분은 신촌 몇 년차이신가요?
샌애긔: 저는 신촌에 산 지는 햇수로 3년 차인데요, 고등학교 재학하는 동안은 방학 때만 한국에 잠시 들어와서 머물다가 다시 출국하는 일상의 반복이었죠. 이제는 졸업을 하고 완전히 신촌에 정착하여 어엿한 신초너가 되었어요!
일칠이: 저는 대학에 입학하고 거의 처음 신촌에 와봤어요. 그러니까 신촌을 접한 지 3년 차네요. 현재는 군 문제로 휴학 중이지만 종종 신촌에 놀러 오곤 해요.
오, 신기하게 두 분 다 3년 차 신초너이시네요. 그동안 느낀 신촌을 한마디로 표현해주세요!
샌애긔: 개인적으로 이 질문 대답하기 너무 어렵네요. 일단 신촌은 제게 정말 특별한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뭔가 평범하고 상투적인 수식어로 표현하자니 신경 쓰이고, 또 막상 특별한 답을 내놓자니 갓 정식 ‘신초너’가 된 제가 감히 한 마디로 신촌을 표현할 자격이 있나 싶어서요. (에디터: 당연히 있습니다!) 신촌은 저에게 ‘시작점’과도 같은 장소에요. 많은 고민을 한 거 치고는 너무 초라하죠?(웃음) 신촌은 귀국 후 가족들과 새로 둥지를 튼 곳, 그리고 제가 고교 시절 마음 한 켠에 쌓아왔던 학문적 열망을 해소해줄 기반이 될 곳이기도 하죠. 또, 새로운 인연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칠이: 샌애긔씨의 말을 들으니까 제 새내기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신촌은 저에게 여러 느낌을 주는 곳이지만 굳이 한 마디로 표현하고자 하면 ‘도래지’라는 말을 쓰고 싶네요. 철새가 철새 도래지를 반드시 들려서 쉬듯이, 신촌도 제가 친구들을 만날 때 늘 찾게 되는, 그리고 쉬어 가는 안식처입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서 꼭 들러야 하는, 즉 제 대학 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는 곳이기에 도래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다채로운 신촌의 매력
신촌은 정말 다양한 매력을 겸비한 곳이죠. 혹시 신촌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샌애긔: 이건 조금 오래전 이야기인데요. 때는 바야흐로 15년 전… 매일 저녁 아버지가 퇴근하시길 기다리다 지친 저는 집 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재촉하곤 했는데, 아버지는 거의 매번 신촌에서 저녁을 드시거나 환승 차량을 기다리고 계셨어요. 이렇게 매일 신촌의 존재를 전화기 너머 아버지의 목소리로만 접했던 다섯 살의 저에게는 신촌이 식당가와 사람들이 넘치는 번화가이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미지의 장소로 다가왔죠. 그랬던 신촌이 이제는 제가 사는 곳이 되었고 제가 다니게 될 학교가 있는 곳이 되었네요.
일칠이: 제 첫인상 속의 신촌은 상상 이상으로 활발했어요. 제가 원래 지내던 곳보다 훨씬 더 번화하기도 하고, 정말 많은 맛집과 놀거리가 즐비 하는 곳이었죠. 그리고 주말마다 꼭 빨잠(빨간 잠망경) 앞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 신기했어요. 낯설기만 했던 신촌이 집처럼 드나드는 곳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답니다.(웃음)
저도 갓 신초너가 되었을 때는 시끌벅적한 신촌에 매료되었죠. 그럼 신촌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샌애긔: 늘 상상만 해왔던 신촌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요. 줄곧 경기도에서만 살았던 저는 국번이 031에서 02로 바뀌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특히 제가 머릿속에서만 그려왔던 번화가를 처음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잘 잊히지 않아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이건 불과 몇 달 전 얘기인데요, 여느 때처럼 대학 입시 결과에 마음 졸이는 나날을 보내며 신촌 근처에서 중학교 선배랑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그날이 최종 발표일 하루 전이었는데 친구한테 갑자기 조기 발표가 났다고 연락이 와서 밥 먹다 말고 식은땀을 흘리며 결과를 확인했거든요. 정말 감사하게도 합격이었어요! 신촌에서 확인해서 그런지 더 의미 있었고 주변 분들이 같이 진심으로 좋아해 주셔서 행복했어요.
일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딱 하나만 꼽기 어렵네요. 1학년 때 학교 축제, 과 주점 등 여러 순간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행복했을 때는 시험 기간에 공부하다가 때려치우고 동기들과 함께 술 마셨을 때가 아닐까요?(웃음) 원래 공부할 때 노는 게 제일 재밌잖아요.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여서 행복은 배가 되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을 일탈이어서 그런지 더 짜릿하고 즐거웠어요. 근데, 그래서 제 학점이 이 모양이겠죠?(울음)

원래 시험기간엔 다들 이런 거잖아요.
샌애긔씨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곧 있으면 일칠이씨와 같아질 거에요! 왜냐면 저도 그랬거든요. 일상적인 순간들도 음악이 어우러지면 영화나 드라마 속 한장면처럼 특별해지곤 하잖아요. 특별한 신촌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신촌’하면 떠오르는 음악 추천해주세요!
샌애긔: 신촌 거리를 걷다 보면 아무래도 포스트맨의 ‘신촌을 못 가’라는 노래가 자주 생각나요. 실제로 신촌 쪽 노래방을 가면 이 노래를 자주 부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솔직히 이 노래가 왜 생각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제목 때문이겠죠…?
일칠이: 노래라… 노래는 잘 생각이 안 나지만… 아! 혁오의 ‘Tomboy’가 생각나네요. 점점 낭만보다는 현실을 생각해야 하는 신촌에서 이 노래가 먼저 떠오르는 거 같아요. 제가 원래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구요. 나이테가 잘 보이지 않는 젊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는 2019년을 그리워하겠죠? 새삼 신촌에서의 순간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두 노래다 신촌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혹시 신촌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자주 가는 장소가 따로 있으신가요?
샌애긔: 제가 치킨을 좀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한동안은 신촌 갈 때마다 ‘대포 찜닭’이랑 ‘교촌치킨’만 갔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다른 맛집을 많이 추천해 주시더라구요. 최근에는 많은 지인분의 가르침 덕분에 닭갈빗집, 파스타집, 그리고 베트남 쌀국수집 등 다양한 곳에 가보는 중이에요.
일칠이: 저는 여자친구가 기숙사 살 때 종종 데려다주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함께 걸었던 북문 쪽 길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그 근처에 이쁜 카페가 보여서 같이 가보자고 했었는데, 이제는 여자친구가 기숙사 방을 빼서 그쪽에 갈 일이 없네요. 사실 이런 질문 받으면 막 맛집 생각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그러지는 않네요. 아, 그리고 또 신촌 기차역을 거쳐서 현대백화점으로 가는 길도 즐겨 가는 편이에요. 제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장소를 좋아하거든요. 그 길로 걸어가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계속 가다 보면 타코야끼 파는 곳이 있는데 진짜 맛있어요…(츄릅)

좌: 안가본 신초너 찾기가 더 힘들다는 ‘대포찜닭’ (에디터 피셜)
우: 신촌을 밝혀주는 노을
확실히 학교 다니면서 다양한 곳에 방문하다 보면 자신만의 스팟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러면 당신에게 신촌이란?
샌애긔: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년 시절의 신촌은 저에게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상상 속의 장소와도 같았다면, 현재의 신촌은 제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해줄 곳이며 저희 가족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해요.
일칠이: 지금까지의 신촌은 저에게 추억이 가득한 곳인 거 같아요. 많이 놀고,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많이 마시면서 여가를 많이 즐긴 그런 장소였죠. 그런데 앞으로의 신촌은 제 꿈을 찾기 위해서 학업적이고 자기 개발적인 면이 더 강한 장소가 될 거 같네요. 이렇게 변하는 게 조금은 슬프기도 하지만 어떤 신촌이든 저에게 의미 있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궁금한 게 있다면 말해주세요!
샌애긔: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예비 20학번 샌애긔에요. 제가 대학 동기 중에선 아는 사람도 많이 없고 그렇다고 잘 모르는 선배분들께 선뜻 다가가기엔 조심스러워요. 저도 교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겠죠? 혹시라도 학교에서 뵙게 된다면 잘 부탁드립니다!
일칠이: 일단 대학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고등학교 시절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행복한 대학생활 되시길 바라요. 그리고 제가 대학 와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만약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재밌게 놀면서 공부도 더 열심히 했을 거 같아요. 그때 저는 알바와 과외를 해서 돈을 벌고, 술 마시는데 돈을 탕진하느라 학교생활은 뒷전이었거든요. 새내기 여러분들은 할 건 하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셨으면 해요. 기숙사 방에만 있으면서 하루를 보내기보다는 근처 학교 근처에 있는 다양한 장소를 가보면서 더 많은 추억을 쌓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험 기간에는 공부도 하고요.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시험 기간에만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놀아도 충분했을 거 같거든요. 여러분들의 한 번밖에 없는 새내기 생활을 더 가치 있게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정말 달랐던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의 신촌에 대한 애정만은 똑같게 느껴졌습니다. 에디터 역시 약 3년이라는 시간을 신촌에서 보내면서,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펑펑 울며 추억이라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휴대폰 지도 어플을 켜고 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발짝을 내딛던 새내기가 어느덧 마음이 이끄는 대로 신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어엿한 신초너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당신에게 신촌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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