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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0 · 08 · 05

280. 이병욱

Editor 메람

이병욱 (분홍이글루: iglooispink)

 

 

병욱씨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병욱입니다. 잔치의 에디터명은 분홍이글루(IG:@iglooispink)입니다.

 

분홍 이글루, 들었을 때 느꼈던 신선함이 다시 떠오르네요. 에디터 명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분홍이글루’라는 건 제가 만들고 싶은 모종의 창작물의 제목이었어요. 이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분홍이글루’라는 표현을 버리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스타아이디, 잔치 에디터 명 등에 요긴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계속 말하고 다니다보니 어감도 괜찮더라고요.

 

이번 학기는 잔치와 함께 보낸 한 학기였네요. 잔치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제가 쓴 ‘은/는’ 글을 읽고 그림님(에디터 숲)께서 직접 가보셨다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탐사하고 재밌게 쓸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는 몇 번 안 갔지만 뒷풀이가 꽤나 인상적이었어요. 근 2년 정도 일부러 사람을 만나지 않는 시간을 가지면서 왁자지껄한 자리에 있을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잔치에 가입했고, ‘뒷풀이’같은 친교활동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신기했습니다(웃음).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요즘은 대외 활동과 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우선 전자는 청년의 날 해외청년퀴즈대회의 기획단이에요. 말 그대로 퀴즈대회를 꾸려나간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방학동안 뭐라도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참가하긴 했는데, 지금은 흥미와 책임감을 적절히 느끼면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머릿속으로는 여러가지 꾸미는 일들이 많은데 실행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이 게으름을 고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후자는 약간 공부 동아리 느낌이라 특별한 설명은 없어도 될 것 같아요(웃음).

그 외에는 여러 글 쓰는 공모전에 도전 중이에요. 현재의 제가 가진 무기는 글을 쓰는 것이라, 이게 어느 수준인가를 확인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분야도 서로 달라서 작동시켜야 하는 뇌의 영역도 가지각색이고, 나름의 전문성도 요구하는 분야라 50%는 학기 중에 기말 보고서를 쓰는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상도 탔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하던 운동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실행왕이신 것 같은데요(웃음)? 이 의지라면 계획한 일들을 잘 마치실 거 같네요! 운동은 어떤 운동을 하는 지 궁금해요. 평소 액티비티한 활동을 좋아하시나요.

 우선 저는 극한의 인도어(Indoor)-파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대 직후 어느 날이었는데 하루 종일 제 방구석에만 있다가 화장실 가려 문지방을 넘었을 때, ‘나는 오늘 뭐 한 거지?’라는 자괴감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제가 2018년 가을에 한 달 조금 넘게 뉴욕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이렇다 할 활동(액티비티)를 하진 않았어요. 그냥 산책만 했어요. 진짜 딱 걷기만 했습니다(웃음). 아무튼 운동을 좋아하는데, 정확히는 땀 흘리는 걸 좋아한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몰입했을 때 나오는 성취나 재미가 저한테는 꽤 크거든요. 지금은 약 2년째 권투를 하고 있어요. 제가 여태까지 했던 스포츠 중에서 가장 재밌고 유익한 것 같아요. 제 실력에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권투를 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좀 변한 지점이 있어요. 장광설이 될 것 같아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겠습니다(웃음). 아무튼 질문에 답을 하자면 액티비티한 활동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병욱씨의 은/는에 등장했던 선인장은 잘 키우고 계신가요!

일단 죽지는 않았어요. 살아있다고 하기보다 죽지 않아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선인장이 다른 식물에 비해 큰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괜히 바라보고 있으면 노심초사해지거든요. 얘가 ‘홍기린’이라는 종인데, 할머니 말씀으로는 꽃을 피우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잘 자라서 꽃도 피웠으면 해요.

 

거리두기 상황을 잠수로 표현했던 글과 위의 선인장이 등장했던 은/는 또한 친구 집에 놀러간 듯한 기분으로 재밌게 읽었어요. 병욱 씨의 글 속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러한 다채로운 생각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평소 기록이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사실 ‘글을 쓰는 것’이나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서는 워크숍을 가서 떠들고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일단 저는 언어가 사람의 또 다른 기관이라는 사르트르의 언어관에 깊게 매료되어있어요. 이 측면에서 보면 언어를 잘 다루는 사람은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과 같죠. 결국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몸을 다루는 것보다 고차원적이죠. 왜냐면 언어에 담긴 심상(혹은 감각)은 몸과 즉각적인 관계에 놓여있지 않고, 말이란 매체를 통해서만 다뤄질 수 있으니까요. 말하다보니 신체보다는 의수에 가깝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 까다로운 기관인 언어, 그 중에서도 글을 쓴다는 것은 더욱 까탈스러운 작업이죠. 발화는 즉흥적이고 유연하지만 글로 남게되면서 응고되어 경직되잖아요. 수정(하려면 할 수야 있지만 발화에 비해서는)할 수도 없으니 조심해야 하고, 비언어적 표현이 차단되니 그것이 정당성을 얻거나 잘 읽히려면 글 자체가 매력적이거나 정갈해야 하는, 여러 조건에 얽매여 있는 게 글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니 글은 사람들이 잘 안 쓰는 소근육같기도 하네요.

이런 미묘함의 미학이 오락가락하는 인간인 저에게 필요해요. 저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개별적이고 제멋대로인 요소들을 꿰어서 질서를 가져다줄 체계가 필요한 거죠. 저에게는 ‘글’ 혹은 ‘글을 쓰는 행위’가 그러한 체계를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돼요. 또 비유를 하자면 글을 쓴다는 건 ‘무게중심을 잡으려는 노력’ 같은 거죠. 아둥바둥 제정신을 차리려는 노력. 그렇지 않으면 고꾸라지고 제정신이 되지 못하니까요. 이렇게 글쓰기를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찾는 여정’ 정도로 받아들이다보니 글 쓰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말씀해주신 ‘재밌는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나왔구요.

 

그 어떤 여정 가운데에서,

 

글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병욱씨의 글을 다채롭게 만든 것 같아요. 이런 의미에서 다음 콘텐츠 계획이 궁금해지네요. 혹시 다음 콘텐츠에 대해 생각한 것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가 잔치를 하면서 해보고 싶은 건 사실 너무 많아요. 아트-플레이스-피플의 연계 콘텐츠, 영상 콘텐츠, 제가 소속된 플레이스 팀의 연재 특집 호 등등. 머릿 속으로 그려본 것은 꽤 되네요. 지금 보니 앞의 아이디어들을 ‘문자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 정도로 정리가 가능하겠네요. 연계 콘텐츠, 영상 콘텐츠야 말할 것도 없고 ‘연재’ 같은 경우에는 팀원들의 언어가 공유되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과정이 될테니까요. 제 자신이 신촌을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잔치에 들어왔기 때문에 남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걸 위해선 문자라는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은연중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VR도 나오는 마당에 저희도 글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이건 콘텐츠는 아니지만 잔치를 ‘종이 잡지’로 출판해보고 싶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LP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 때 느낀 게 ‘실물의 미학’이에요. 요새는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정말 손쉬워졌잖아요. 하지만 그 수많은 음악 중에서 내가 애정하는 음악은 질적으로 다르거든요. 그런 음악 혹은 아티스트를 실물로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단순한 소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애정 표출 방식이고 관계맺음이거든요. 같은 맥락에서 1년간의 활동의 끝에 ‘내 손에 쥐어지는 결과물’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뿌듯함과 애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모든 것을 일단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게 가장 첫 번째겠죠?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처음이거든요(웃음).

 

잔치의 숨겨져 있던 폭죽이 터지는 느낌이 드는 계획들이네요. 저 또한 기대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꾸릴 콘텐츠를 눈 여겨 보겠습니다! 올 하반기에 이루고 싶은 병욱씨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매우 포괄적인 표현인데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어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뚜렷한 결과물이 남았던 방학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이번 여름방학은 제 마지막 방학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들,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좋은 결과를 낳아서 ‘아 이번 방학 바빴지만 보람찼다’를 느끼는 게 목표에요. 이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외활동, 외부 동아리 활동 등을 하고 있는 거고, 이것들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늘어놓으면 지면 낭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그 외에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거예요. 일주일에 두세 번 꼴로 ‘아 나의 일상이 너무 좁다’라는 반성을 해요. 저는 일단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거든요. 가령 2018년까지만 해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정말 커서 공연도 보러 다니고, 음반도 수집하고 그런 재미들을 추구하며 살았어요. 요즘에는 시들해져서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대폭 축소됐고, 즉각적인 즐거움이 사라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음악은 이제 한 번 거쳤으니, 다른 어떤 분야를 건들여볼까’라는 단계고,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영상 분야에 대한 관심이 꽤 컸는데 지금은 또 아니고. 학기 중에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또 아니고. 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 자신한테 하는 말인데 ‘자신을 믿자’에요. 제가 최근에 느낀 건 신앙이 삶의 핵심이라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논리, 근거 등으로 삶을 산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보기에 세상이란 구조물은 되게 약한 기반 위에 서있어서 큰 충격 한 방이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어요. 그럼 ‘이게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무한정 보수공사를 해야 하냐’ 물으면 그건 아니에요. 이건 군비경쟁처럼 끝도 없는 짓이에요. 그 대신에 그 삶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하고 비약적인 믿음, 불안에 당당히 맞서는 믿음이 답이라고 봐요. 종교도 답이라고 생각 안 해요. 자신이 자신을 믿어야지, 남의 믿음으로 대체할 수 없거든요. 심지어는 부모님까지도. 부모라고 해서 나를 믿어줄 이유나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땡큐지. 저는 그냥 제 삶을 믿으려고 하고 그래서 제 자신감이 충만해지면 남을 믿어줄 수 있다고 봐요. 정리하자면 ‘자신을 향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잃지 말자 정도가 되겠네요. 당연하지만 ‘자신을 믿자’, 이걸 잊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고 싶어요.

 

굳게 피어나는 꽃과 같이.

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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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람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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