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파편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트팀입니다.
어느덧 밤이 길어지고 날도 쌀쌀해지는 12월에 접어들었네요.
크리스마스도 곧이구요.
그렇다고 여느 때처럼 연말을 즐기기에는 상황도 여의치 않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트팀이 여러분들을 위한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이 시국에 전시회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우리는 랜선을 통해 여러분을 만날 거니까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2020년 신촌의 기억들을 조각조각 모아 봤습니다.
여러분이 한 학기 동안 만나 보셨던 아트팀 팀원들이 각자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보여줄 겁니다.
그러면,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 주세요.
잔치 아트팀 1st exhibition, 신촌의 파편들. 지금 시작합니다.

렛잇비 – 에디터 이후
렛잇비
영상
2020
올해, 우리의 신촌은 차갑디 차가웠다.
겨울이 아님에도 우리는 몸을 떨었고,
끊이지 않는 불안에 잠 못 이룬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냥 두자.
생각해보면 모든 근심은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너무 먼 미래를 두려워하지 마라. 하루하루 차곡차곡 쭉 살아 보면 어떻게든 도달하게 될 그곳은, 어차피 당신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이러한 불확정성의 연속에 떨지 말고, 당신은 그냥 지금을 살아가면 된다. 어쩔 수 없이 두렵고 우울하다면 이 가사를 한번 읊어 보자.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서강대학교를 습작하다 – 에디터 닐

등굣길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2020
신촌에 대한 온전한 의미의 성숙한 기억을 만들기 시작한 날은 이 길을 등교의 의미로 걷기 시작한 날부터 이다. 이번 전시의 나의 작품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성의 의미를 전하기 미완성된 습작의 느낌을 고스란히 옮겨보았다.

로욜라 도서관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2020
서강대학교 로욜라 도서관의 야외 통로이다. 건물 안에는 이 그림처럼 완성인듯 미완성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내 인생을 작품으로 따지면 아직도 구도를 잡는 중에 있는 것 같다. 신촌이란 장소는 분명 내 인생에 4B 연필의 굵고 진한 선 정도는 그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청년 광장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2020
낮과 밤의 풍경 모두 아름다운 청년 광장이다. 청춘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모여, 별 일이 없을 때에도 웃고 구를 수 있었고, 때론 우린 왜 힘들까 한탄할 수도 있었다. 어느덧 2020년을 마무리해야하는 이 시기에 가장 그리운 장소 중 하나이며 내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기억의 파편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이다.
파편과 조각 사이 – 에디터 조각
올 한 해 신촌에서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시원했다, 불안했다, 추웠다, 피곤했다.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바이러스가 일상과 감정을 물어 뜯어가는 과정에서 신촌과, 얼마 안 되는 내 신촌에서의 기억도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내가 온전히 지켜낸 것은 신체 그리고 작은 방이 전부였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방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가장 명확한 물리적 경계였는데, 그와 동시에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전혀 새로운 통로의 존재를 넌지시 알려주었다.

벽지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2020
그 통로를 기회삼아, 답답할 만큼 흐릿해지기만 하는 신촌을 우선 텍스트 파일에 옮겨담기 시작했다. 도화지에도 옮겨보고, 모니터로도 옮겨왔다. 그 다음, 살을 입혔다. 이리저리 조합된 자음과 모음들을 붙여보기도 하고, 도형과 선, 색을 덧입혀 그 기억에 두께와 무게를 더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어리고 유치한 상상들이 은근슬쩍 자리를 꿰차 그 기억 옆에 눌러앉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것들이 한 도화지 위에 합쳐지자 마치 세상을 감싸는 한 겹의 커다란 벽지 같은 모양이 되어 나타났다. 막막한 현실의 겉모습을 잠시 가리고 서 있는 모습,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그 어두움을 잊고 설렘에 젖어보도록 하는 꽤나 사려깊은 모양새였다. 현실보다 훨씬 아름답고 빛났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이 아니기에 다소 불완전한 무늬를 띨 수밖에 없다는 점은 조금 슬프게 다가왔다.
내가 만든 벽지는 겉으론 우주의 모습을 닮았으며 속으론 내 평소 상상의 결을 닮아있다. 현실에선 살아있을 수 없는 것들이 이 우주 안에서는 별이 되어 늘 번쩍거린다. 아마 신촌의 빨간 잠망경도, 파랑고래도 각각의 이름을 가진 행성이 되어 이 안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현실이 조금은 더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수많은 생명들이 여기 존재하지 않을까? 잔뜩 물어뜯긴 시간과 공간의 파편들이 배회하는 우주에 분명 신촌의 파편들도 있다. 음, 파편보다는 좀 더 고고하며, 조각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그런 것들이 떠다닌다.
신촌, 빛 – 에디터 나무
여러모로 평소와는 다른 한 해 였지만, 곳곳에 자리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물에 시선을 빼앗겨 버리는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빼곡한 밀도의 불빛들에 분주해진 눈만큼이나 마음도 들떠, 춥지만 따뜻한 계절이 온 것을 힘껏 즐겨본다. 평소였다면 한껏 뽐내는 불빛들을 눈에 담자마자 또 분주히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갔을 테지만, 올해는 유독 한적해진 공기 때문인지 그동안 주목한 적 없던 따뜻한 빛이 시야에 들어와 눈에 밟힌다.
해가 높이 뜨지 않는 계절, 그렇지 않아도 낮게 뜬 해가 더 낮아지면서 세상을 물들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햇빛이 깃든 땅
사진
2020
일상의 권태로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길을 걷다 따스한 빛 한 줄기를 발견한다. 푸르스름한 회색빛 하늘과는 사뭇 다른 따뜻한 그 빛이 맘 속 깊은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이 빛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The mirror of these days 2020
사진
2020
신촌 대로변과 캠퍼스 주위를 거닐다보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커다란 유리를 품은 건물들. 조금은 경직된듯한 각 잡힌 격자무늬가 요즘의 우리 삶을 닮은듯하다. 그 위에 드리워진 햇빛의 따뜻한 생기가 어쩐지 꽤나 조화롭다.

빛의 산란
사진
2020
이 빛이 결코 영원하지 못하리란 것을 알면서도, 그 따뜻함과 생기로움에 반해 감히 희망이란 이름을 붙여본다. 한동안 삭막했던 그리운 캠퍼스 곳곳에도 다시금 생기가 돌아오길, 희망의 빛을 흩뿌려본다.
막차를 타고 – 에디터 바녕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쭉 신촌 근방에서 살았다. 나에게 신촌은 하나의 덩어리였다. 학창 시절의 풋내나는 추억들과 바로 눈 앞의 일상,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불확실한 일들이 마구 엉겨 있었다.
그러다 재작년 군생활 도중 우리 집은 이사를 했고, 나는 옛 집과 작별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경기도민이 되었다. 그나마 학교라는 끈이 남아 신촌과 나를 연결했지만, 코로나란 녀석은 안 그래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끈마저 가위로 싹둑 잘라 버렸다.

단면
사진
2020.06
흑백필름
종종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러 신촌을 찾긴 했다. 신촌은 멀었지만 여전히 집보다 더 편했다. 그러나 공기에 새벽의 고요함이 스미기 시작하면, 나는 초조하게 핸드폰을 들여다 보다가 결국 신촌을 떠나야 했다.
나의 신촌은 조용하게 조각나 버렸다. 내가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시간 정도 크기의 조각뿐이었다. 그 외의 조각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친구들을 보내고 조각의 단면을 따라 잠깐 걸었다. 단면은 아쉬움과 술기운에 예쁘게 반짝거렸다. 하지만 바로 옆에는 깊은 어둠이 넘실대며 흐르고 있었다. 집에 가려면 한 시간 반 동안 이 어둠을 헤치는 몽롱한 항해를 해야만 했다.

풍차
사진
2020.11
창천근린공원
버스 창문에 잠깐 스쳤다 사라지는 풍경을 멍하니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그 날 있었던 일들은 물감처럼 번져 흐릿해졌다. 간직하고 싶은 조각을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 보려 했지만, 떠오르는건 이미 초점이 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이미지뿐이었다.
어렴풋이 남은 느낌과 감정이 조각의 윤곽선을 따라 몽글몽글하게 맺혔다. 아름다웠지만, 이들은 자고 일어나면 휘발되어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진
2020.11
어떤 건물의 잔해
하릴없이 시간이 흘러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2020년에는 신촌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조각났고, 유난히 잃어버린 것이 많은 것 같아 우울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글을 쓰려고 뒤진 사진첩에, 생각보다 많은 조각들이 낙엽처럼 쌓여 있었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순간들은 건조하긴 했지만 기분 좋게 바스락거렸다. 오히려 조각났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더 특별하고 소중하기도 했다.
그리고 살다보면 새로운 조각들이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다.
지금까지 다섯 에디터들이 수집한, 소중하지만 불완전한 신촌의 조각들을 하나씩 살펴보았습니다. 연말을 맞아 2020년 자신에게 신촌은 어떤 존재였는지 잠시 고민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이 전시가 여러분들께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신촌의 면모를 발견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길 바라며, 보다 온전하고 다채로운 신촌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이었길 소망합니다.
이상으로, Zanchi 1st Exhibition <신촌의 파편들>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From. team art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