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EOPLE 2020 · 12 · 08

295. 잔치꾼들의 수다 ♪ (신촌편)

Editor 두잇

잔치는 신촌의 문화예술을 담는 웹진. 따라서 잔치꾼이 둘 이상 모이면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신촌’으로 흘러간다. 신촌에 위치한 카페 포엠에서 나름, 두잇, 수잔은 예전 잔치꾼이었던 져니를 만나기로 하였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만난 그들은 간단한 소개를 시작하며 신촌에 대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져니: 전 연세대 14학번.  현재 동(同) 대학원 재학 중. (넷 중 가장 오래 신촌을 알아왔다.)

나름: 연대생. 신촌에 4년째 거주 중. 집순이 기질이 다분해서 집 근처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다. 신촌 지박령이다.

두잇: 홍대생. 홍대만 3년 지내봤지, 정작 옆동네 신촌은 잘 모른다. 신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

수잔: 신촌 이방인. 신촌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서 신촌이 너무나 새롭고 좋다.

 


 

Q1. 아, 안녕하세요. 인터뷰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미리 듣기론 14년부터 벌써 5년 이상 신촌에서 지내오셨는데, 신촌은 져니님한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요!

 

져니: 저는 신촌에서 지낸 처음 2-3년이 정말 외로웠던 것 같아요. 신촌이 빠르게 변하는 공간이잖아요? 광주에서 올라온 저한테는 여기에 적응을 할 시간이 필요한데, 적응할 만하면 변하는 경우가 많으니깐요. 그래서 사실 전 신촌에서 학교를 다닌 걸 조금 후회했어요. 파격 발언인가요? (웃음)

수잔: 그럴 수 있죠.(웃음) 그러면 다른 동네에서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겠네요?

져니: 네. 여기보다는 조금 덜 번화한 곳에서  다녔으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잔치를 하면서 좀 이 공간에 정을 붙이지 않았나 해요. 잔치를 끝내고 나서는 또 애정이 떨어졌었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사실 신촌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Q2. 그렇게 들으니 신촌에서 사는 게 오히려 외로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갈 것 같아요. 그래도 오랜 기간 신촌에 머무신 만큼 져니님이 좋아하는 공간이 있을 것 같아요.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져니: 아…지금도 있는 곳은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술집이랑 ‘더 빠’ 라는 술집. 이 두 곳이 그대로 있는 걸로 알고요. 카페는 정말 기억도 안 날 만큼 많이 없어졌어요.

수잔: 다 개인 카페 말씀하시는 거죠??

져니: 네. 아… 지금은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더 블루스’라는 카페가 저 위쪽에 있었는데 거기도 좀 좋아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신촌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홍익문고인 것 같아요. 없어지지 않길 바라서 제 나름의 노력하는 유일한 공간 같아요. 웬만하면 인터넷이 아닌 거기서 책을 사려고 해요. 또 책 선물을 하는 걸 좋아하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산 책으로 선물을 한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떠오르는 기억도 많고요.

수잔: 진짜 홍익문고는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우연히 들어가본 적 있었는데, 홍익문고는 다른 상업적인 느낌이 나는 서점과 달리 예전의 어렸을 때 봤던 서점 느낌이 나서 좋았어요.

 

 

 

 

Q3. 지금 갈 수 있는 곳들을 말해주셨는데, 신촌은 변하는 곳이 많다 보니 그러면 없어진 곳 중에도 그리운 곳이 있나요?

 

져니: 없어진 곳이라…. 아 왜 이렇게 생각하려고 하니까 생각이 안 나죠…(웃음) 그게 좀 슬픈 것 같기도 해요.

두잇: 그쵸? 딱 떠오르는 게…

져니: 없어요! 맞아요. 딱 떠오르는 게 없어요.

나름: 가려고 하면 그제야 “아 거기 없어졌지..” 이렇게 되더라고요.

져니: 뭔가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정말 많이 없어졌거든요. 아…응답하라 1994에 나온 굴다리  계단 쪽에 미니스톱이 있었어요. 신촌에서 술을 먹고 가다가 우연히 그 계단을 봤는데 ‘어! 여기 드라마에서 촬영했던 장소다!’ 라는 생각이 났어요. 그때 그 공간을 잔치에서 한번 촬영도 했던 곳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신촌의 여름’ 하면 딱 그 곳이 떠오르거든요. 근데 미니스톱이 나중에 세븐일레븐으로 바뀌었거든요? 저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두잇: 진짜요?

져니: 네. 웃기죠? 사실 편의점이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으로 바뀐 것뿐인데…근데 간판만 바뀌었다고 가지 않는 제 자신이 간사하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웃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건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수잔: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뺏긴 느낌 아닐까요?!  뭔가 “내 미니스톱 돌려놔!” 이런 느낌?(웃음)

져니: 그런 것 같아요. 또 그곳에서 아이스크림 사 먹던 기억이나 이미지가 강하게 있으니까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나름: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그 대포 찜닭이 자리를 옮겼잖아요. 제 기억 속에 대포 찜닭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을 때마다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져니: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맛이나 친절함 이런 것보다도 그 공간에서 뭘 경험했는지가 되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4. 앞에서는 장소의 변화를 주로 이야기했는데 그 외에도 느낀 변화가 있을까요? 노는 문화나 생활패턴 등 아무거나요!

 

져니: 뭔가 노는 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는 친구들이랑 맛집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그거 아세요? 한국에 항상 몇 년 주기로 강타하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그런 음식문화가 빠르게 변하니까, 그거에 맞춰서 음식을 먹으러 갔던 것 같아요. 제가 입학했을 때는 치즈 등갈비, 시카고 피자 막 이런 음식들이 인기였어요.

나름: 하하 맞아요. 생각나요. 요즘은 마라탕이 인기 있잖아요! 

수잔: 달고나라떼도요!

져니: 네네. 그리고 저는 이대에 아트하우스 모모에 영화 보러 자주 갔었어요. 또 연대 동문 쪽에 필름포럼이라는 극장이 있는데 거기도 갔었어요.

수잔: 필름포럼…거기 옛날 영화 하는 곳 아닌가요?

져니: 네 맞아요. 독립영화관이에요. 전공 건물이 그쪽이랑 가까웠었는데 약속을 기다리거나 조 모임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 시간이 뜰 때 자주 갔던 것 같아요.

수잔: 그러면 요즘은 뭐하고 노세요?

두잇: 근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밖에 잘 나갈 수가 없잖아요.

져니: 그러니까요. 사실 저는 대학원생이라 매일 연구실에 있어요. 또 저는 신촌에서 항상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어요. 서대문 03에는 주로 대학생들만 타고, 세브란스 병원에 가는 버스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타고 가거든요. 신촌이 젊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병원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쩌면 내가 20대이기 때문에 나랑 비슷한 나이의 또래 학생들만 보여서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나름두잇수잔: 오 그럴수도 있을것같아요!

두잇: 그것도 어찌 보면 신촌에 대한 생각의 변화네요!

 

 

 

 

Q5. 앞에서 저희가 경험한 신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럼 이렇게 신촌에서 많은 변화를 느꼈지만 반대로 그중에서 변하지 않거나 않을 것 같다고 느끼는 게 있을까요?

 

져니: 약간 어려운 것 같네요.

두잇: 연대생인 제 친구는 독수리 동상 그리고 변함없는 과제의 양을 얘기하더라고요.(웃음)

나름: 과제의 양은..(웃음) 늘으면 늘었지 줄어들 것 같진 않네요.  

져니: 음.. 저는 신촌에 다른 건 없어져도 약국은 안 없어질 것 같아요. 주변에 병원이 많아서인지 약국이 많아요. 사실 처음에는 친구들이 약국 앞에서 보자는 게 이상했어요. 제가 새내기 때는 빨잠이 없었던가 그랬거든요.

두잇: 빨잠이 없었어요? 진짜 신기하다.

나름: 옛날부터 있었을 것 같았는데..

져니: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저한테 빨잠은 예전부터 있었던 느낌이 아니거든요. 어쨌든 신촌에 세브란스병원이 굳건히 있는 한 약국은 계속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잇: 그럼 예전에는 약국에서 보는 일이 많았던 건가요?

져니: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약국에서 보자고 할 때가 종종 있어요. 습관처럼 외국인 친구들 만날 때도 거기 pharmacy 알지? 이러거든요. 사실 그 친구들도 거기서 만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긴 한데..(웃음)

나름: 근데 지금도 그런 것 같아요. 빨잠 아니면 대학 앞?

두잇: 저는 항상 친구들을 만날 때 빨잠 앞에서 만났거든요. 그래서 신촌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빨잠이거든요. 그리고 저는 변하지 않거나 않았으면 좋겠는 게 빨잠이라 생각하거든요.

수잔: 맞아요! 저도, 저도!

두잇: 그쵸? 그래서 지금 들었던 것 중에 되게 충격적이에요!

져니: 잠망경은 거기서의 정신 사나움 때문에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에 관해서는 계속해서 이동하려는 성향이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머무르는 것보다 움직이고 변화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원 졸업 후에도 다른 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에요.

 

 

Q6. 듣다 보니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아까 신촌이 자주 변하는 게 싫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한곳에 정착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변화를 추구하는 건데, 그런 거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요?

 

져니: 이기적일 수 있는데, 주변은 다 그대로고 저만 이동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사람이 변하는 건 좋은데… 제가 느끼기에 신촌의 변화가 굉장히 자본 논리에 따라 부시고 새로 짓고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속도감이 아니니까 싫은 것 같아요. 

수잔:  저는 공간들이 늙어가는 걸 보고 싶어요.

져니: 저도요! 사람도, 공간도 나이 먹어가는 걸 보고 싶은데… 한국은 늙는 걸 안 좋아하는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그래서 뭔가 항상 사람들이 늙어지는 걸 걱정하고, 공간도 조금 낡았다 싶으면 갈아엎어 버리고 하니까 그에 대한 반감(?)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수잔: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데… 뭔가 가게 주인분들은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걸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 우리들은 그게 아니라 오히려 원래 있던 걸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져니: 맞아요. 그리고 사실 한국이 빨리빨리 변하기도 하니까요. 

나름: 그런 걸 더 느끼게 될 때가 후배들한테 저도 모르게 라떼를 말할 때인 것 같아요. 자연스레 “작년에 이런 게 이 자리에 있었다.” 이렇게 된다니깐요!

져니: 하하. 그런 거 막 10년쯤 뒤에나 할 것 같은데, 1년만 되어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두잇: 유독 여기 주위가 그런 게 더 심한 것 같아요.

져니나름수잔: 맞아.

져니: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저는 정말 쉽게 꼰대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추천하려고 해도 거기 없어진 지가 언젠데 이런 대답을 듣게 되니까 괜히 머쓱해지고 그렇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코로나까지 맞물리면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나름: 한 5년 떠나 있다가 오면 이곳의 10프로 빼고 다 바뀌어있을 것 같아요.

수잔: 그러게요. 가로등만 남아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신(新) 마을 촌(村). 신촌(新村)보다 이곳에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젊음, 매번 변하는 곳,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곳. 다들 알다시피 ‘신촌’을 떠올리면 이런 생각들이 들 것이다. 1년 만에도 가게와 공간이 바뀌는 걸 보며 종종 우리는 의도치 않게 꼰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이 많은 이 곳에서 모순적이게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빠른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 천천히 변했으면 하는 게 신초너들의 당연한 마음이지 않을까?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바뀔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신초너들이 이런 빠른 변화 속에서도 서두르지 말고, 제 속도를 찾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신촌 또한 말이다.

두잇
AUTHOR PROFILE
두잇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