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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0 · 12 · 08

295. 잔치꾼들의 수다 ♪ (잔치편)

Editor 숲

토요일 오후, 신촌의 독수리 다방. 숲과 다슬은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때 만두와 고니가 차례로 다가와 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넷이 모두 모이니 그제서야 어색했던 분위기가 점차 풀어지는 듯 하다. 그들은 잔치로 인해 만난 인연, 잔치 이야기가 안 나올 리 없다. 각자 잔치에서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본다. 주인공이 그들이기도, 우리이기도 한 그 시간을.

 

 

고니: 잔치가 ‘잔치 연세’ 였던 시절에 활동했던 고니. 잔치가 변하는 과도기 과정에서 편집장과 플레이스 에디터를 맡았다.

만두: 고니와 같은 1.5기 멤버, 만두. 피플팀 에디터를 맡았다.

: 현재 피플팀 팀장을 맡고 있는 숲. 활동한 지는 1년 가까이 되었다.

다슬: 올가을에 들어온 다슬. 아직 왕잔치 신분이다.

 


Q1. 1.5기라니, 잔치가 막 만들어진 시점에 들어오셨네요! 모든 동아리가 그렇듯이, 처음이라 이런저런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잔치 초기도 지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했나요?

 

고니: 초기 잔치는 7~8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피플팀은 랜덤으로 진행되었고, 아티스트팀과 플레이스팀은 기획안을 쓴 후 승낙을 받으면 되는 형식이었죠. 처음부터 글 자체의 구조를 잡진 않았어요.

만두: 피플팀은 기한에 맞춰 글을 보여주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너무 변수가 많았어요. 항상 급박했던 것 같아요.

고니: 그래도 마감 기한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진 않았어요. 잔치 활동에 매몰될 것까진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만두: 잔치왕의 뜻도 그랬어요. 우리가 재밌으려고 하는 거니까. 그래도 책임감을 갖고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올렸죠.

: 두 번이요?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만두: 그래도 글 자체가 길진 않았어요.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 올릴 때도 있었으니까요.

다슬: 그럼 그때도 서로 피드백을 했나요?

고니: 그럼요. 저희가 회의를 아마 일요일에 했을 거예요. 첫 순서가 근황 토크.

만두: 근황 토크가 반절 잡아먹었지.

고니: 맞아요. 근황 토크에 진심이었어요. (웃음) 근황 토크가 끝나면, 함께 피드백을 진행했어요.

: 회의 형식은 지금과 거의 똑같네요.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서 팀원 피드백과 운영진 피드백을 받고, 회의에서 다른 팀들과 함께 피드백해요.

만두: 아직 그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게 신기하네요.

고니: 혹시 이제 영상은 안 하는 건가요?

만두: 아 맞아, 아티스트 인터뷰 같은 거.

: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이 꽤 많은데, 하필 코로나가 터져서 신촌의 버스킹이 다 사라졌어요. 이메일로도 연락이 닿지 않고… 대신 지금 잔치의 아트팀은 소설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악기도 직접 연주해요.

고니: 그럼 운영진은 주로 누가 하나요?

, 다슬: 1년 넘게 하신 분들이 주로 맡아요.

: 보통 운영과 피드백을 담당해요. 일주일에 3개의 글이 올라오는데, 운영진에게 최종 피드백을 받아요.

고니: 편집장 같은 거군.

만두: (고니를 가리키며) 당신 같은.

 

 

 

Q2. 잔치의 운영방식은 초기와 지금이 거의 비슷하네요. 그럼 잔치 사이트도 지금과 같았나요, 아니면 중간에 바뀌었나요?

 

고니: 잔치 연세에서 잔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리뉴얼이 진행되었어요. 아, 개발자 리쿠르팅때 면접을 보는 데 정말 황당한 분이 계셨어요. 잔치 사이트 보안이 취약하다고…

만두: 아악!

고니: 면접 오기 전에 본인이 해킹하셨다고…

, 다슬: 헐…

고니: 나름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겠지만, 너무 기분이 나빴어요.

만두: 완전 크리피.

고니: 그 이후로 개발자 공고는 없었고, 그때그때 문제 터졌을 때만 다른 개발자분이 도와주셨어요.

: 그럼 잔치의 원래 이름이 잔치 연세였던 거에요?

고니: 맞아요. 맨 처음 시작은 ‘잔치 연세’ 였어요. 1기 멤버들의 목표는 연세대를 중심으로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거든요. 그 당시엔 인터뷰 대상도 연세대학교 학생들 위주였어요. 일반적인 질문이 아닌 음악에 관련된 질문을 한다든지. 그런데 학교, 게다가 음악으로 한정을 짓다 보니 취재에 한계를 느꼈고, ‘연세대학교로 한정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범위를 ‘신촌’으로 넓혔어요. 그래서 연세를 뗀 지금의 ‘잔치’가 되었죠.

만두: 잔치로 넘어가면서 여러 가지가 개편이 많이 되었는데, 로고가 변경된 것과 홈페이지 주소가 웰컴투 잔치로 바뀐 것도 여기에 속해요.

고니: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어요. 범위를 넓히지 않길 원하는 의견도 있었고, 일부는 잔치가 더 큰 커뮤니티로 발전하길 원했어요.

만두: 오손도손과 야망의 대결이었죠. 그래도 초기 잔치 멤버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요.



 

Q3. ‘잔치 연세’에 대해서는 방금 처음 들어봤어요. 지금도 즐겁지만 초기에 잔치에 들어왔어도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 혹은 현재 잔치에서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고니, 만두: 너무 많은데? (웃음)

고니: 초반엔 음악이 메인이었다 보니, 분기별로 장소를 대관하고 아티스트를 섭외해 공연했었어요. 그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았고, 잔치 구독자들과 만나 뵈어 소통도 하는 것도 좋았어요.

만두: 저도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후에 친해진 아티스트끼리 협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 일이 제일 뿌듯해요. 촬영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다들 처음 해보는 거라 어설프긴 했어요. 급하게 빌려오고 준비하고. 그런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더 재미있었어요.

고니: 아, ‘피망과 토마토’라고 만화카페에서 펍이 된 공간을 취재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사장님과 친해져 아직도 인사를 드리러 가요. 졸업 후 신촌에 올 용무는 없지만, 고향 같은 지점이 하나 남아있다는 게 좋아요. 이제 신촌과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인데,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만두: 저도 인터뷰를 자주 진행했는데, 신촌의 곳곳을 걸을 때마다 그때의 추억들이 떠올라요. 건강한 방법으로 이 공간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 저도 비슷해요. 원래 신촌은 제게 애증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잔치 지원하면서 ‘친해져 보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다 첫 인터뷰를 아이와 진행했는데, 아직도 신촌의 곳곳에서 그 아이 생각이 많이 나요. 그때 이후로 신촌이 애증보다는 ‘애(愛)’가 더 많은 공간이 되었어요.

다슬: 저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추억할 만한 건 없지만, 잔치꾼들을 만나 놀고 술 먹고.. 추억할 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재밌어요.

 

 

Q4. 활동했던 시기가 달라도 즐거운 순간은 비슷하네요. 잔치 덕분에 신촌에서 좋은 기억이 많이 쌓인 것 같아요. 그럼 잔치에 들어와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만두: 저는 피플팀이었기 때문에,

: 아…(깊은 공감)

만두: (웃음) 진짜 취재로 인한 어려움이 늘 있었어요. 항상 취재할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도믿맨처럼 보일까 봐 랩 하듯이 인터뷰를 진행하곤 했어요. 그 외에는 괜찮았어요.

고니: 전 잔치 연세 시절에 음악에 관련된 장소나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게 힘들었어요. 또 초반엔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당시 운영진이 서대문구나 문화기획사 프로젝트 등에 지원했고, 다행히 공간 대관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어요.

만두: 이렇게 지원금을 받으면서 잔치의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연세대와 음악 중심에서 조금 더 지역 밀착형으로. 물론 갈등은 있었어요. 제 경우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학업을 이어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긴 했는데, 이 분야가 아닌 분들에겐 조금 당황스러운 전환이 되었던 것 같아요.

: 저는 힘들었던 점보다는 고민이었던 부분인데… 저번 학기까진 피플팀 글의 형식이 고정되어 있었어요. 딱 질문과 답이 있는 인터뷰 형식. 그래서 이번 학기에 이 형식을 벗어나 보려고 줄글로도 써보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봐서 좋았어요.

다슬: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첫 글을 쓸 때 줄글 형식으로 쓰려고 찾아보았는데, 이전에는 대체로 인터뷰 위주의 글이다 보니 참고할 만한 글이 적었어요. 또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Q5. 그래도 함께 여러 일을 겪었기에 잔치가 점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잔치에서 얻은 것이 정말 많으실 것 같은데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만두, 고니: “사람”

만두: 맨 처음에 떠오르는 건 사람이에요. 아직도 매년 만나고 있고, 오랜만에 만나도 가족 같아요. 얼마 전에 구잔치꾼 한 명이 그랬어요. 열정을 부을 수 있는, 소위 또라이였다는 걸 기억해준 증인들이라고. 지금은 모두 사회인이다 보니 안정된 트랙에 올라서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한때 돈도 안 되고 뭣도 안 되는 일을 재밌다는 이유로 했다는 걸 서로가 기억하고 있잖아요.

고니: 특히 유니버스를 촬영할 때 날씨, 분위기 등 진짜 모든 것이 완벽했어요. 잔치하면서 그런 아름다운 장면들이 남는 것 같아요.

만두: 맞아요. 또 저는 잔치에 대한 프라이드가 커요. 잔치에 진심인 편이에요.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기고, 80명까지 늘어난 단톡방을 보며 ‘뭔가를 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껴요.

다슬: 사람을 얻은 건 진짜 맞는 것 같아요. 다들 1학년 때 MT도 가고 밤새 술도 마시고 하는데 저는 그때의 추억이 별로 없어요. 근데 잔치에 들어와 보니 동갑내기가 제일 많더라고요. 그런 생활을 못 할 줄 알았는데 동아리 멤버들 덕분에 내가 즐기지 못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 맞아요. 잔치멤버 중 누구랑 대화해도 말이 통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사실 잔치하면서 글을 처음 써봤는데, 그동안 몰랐던 제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Q6.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잔치에 대한 애정이 더 샘솟는 것 같아요.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릴 차례에요. 잔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나요?

 

만두: 그 당시에 하고 싶었던 게 너무 많았는데 지원이 없었어요. 지금의 잔치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전시회나 굿즈나.

다슬: 와 굿즈 진짜 괜찮다.

: 책 같은 것도 만들면 좋겠다.

고니: 운영진분들이 먼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유 있게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도 괜찮아요. 다양한 활동을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세속적일 수는 있지만 스펙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도 너무 좋아요. “과거에 이렇게 해보니 좋았다” 정도에요.

만두: 그저 추천사항일 뿐 강요가 아니에요.

고니: 더 중요한 건 아까 잔치에서 얻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둘 다 사람이라고 말한 것처럼, 지금 활동하시는 분들끼리 끈끈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야 나중에 홈커밍 할 때 융합 시너지가 뿜뿜…!

만두: 저도 같은 말을 하고 싶어요. 제일 감사한 게 사람이에요. 이 집단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그 뒤의 미안함과 아쉬움이 있어요. 제겐 이 사람들과 시절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모든 잔치꾼들이 똑같은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고니: 사실 잔치가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기엔 이미 너무 잘하고 계셔서 감히…

만두: 너무 잘하고 있어. 퀄리티가 엄청 좋아.

고니: 맞아. 그러니까 아까 말한 것처럼 지금 잔치꾼들끼리 그저 재밌게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잔치꾼들을 향한 애정을 끝으로 우리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잔치라는 유일한 공통점으로 모인 우리 네 사람은 두 시간 동안 각자의 추억과 그 안의 사람들을 쏟아냈다. 다른 활동시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열정적이었고 서로에게 그리고 잔치에게 진심이었다. 잔치와 잔치꾼은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2014년과 2020년의 잔치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의 잔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숲
AUTHOR PROFILE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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