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신촌문화관의 촌장님을 아시나요?
신촌문화관의 촌장님을 아시나요?
혼밥, 혼술, 혼영(혼자영화보기)등. 이러한 신조어들이 나올 정도로 어쩌면 요즘 시대의 우리는 ‘개인’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옛날과 달리 어느새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현대인들에게 제법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혼자 하는 거에 거리낌이 없는 에디터는 여느 때와 같이 혼자 전시회를 보기 위해 신촌문화관으로 향했다. 두 번째로 전시회를 보러 가는 길에 속으로 다짐했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시키며 개인이 운영하는 건지 물어봐야지!’ 신촌의 모든 것이 언제 잔치 글의 소재로 다가올지 모르기에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관이 이때도 발동한 거다.
전시공간 옆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키는 겸 QR 체크인을 하자, 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분이 물었다.
“전시회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아…저번에 왔었거든요.”
“그러셨구나. 맞아요 한 번만 보러오기에는 아쉽죠. 다들 몇 번씩 들르시더라고요”
태생적으로 내성적이고 낯가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에디터의 대답 한마디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오는 길에 열심히 되뇌었던 다짐을 실천시킬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전시만 즐기고 왔던 기억이 이번 글을 쓸 때 다시금 떠올랐다. ‘신촌문화관’ 이름부터 신촌의 문화예술을 담는 잔치와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 한번 꽂힌 생각에 고민 끝에 인스타를 통해 신촌문화관 측으로 연락을 드렸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으며 이 인터뷰를 실을 수 있게 되었다.
독서 스타일은 관심이 생긴 분야가 생기면 찾아 읽는 편.
안녕하세요. 임상완 대표님. 인스타를 통해서 본인을 촌장으로 칭하시는 걸 봤어요. 저희가 어떻게 불러드리는 게 나을까요? 그리고 간단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촌장은 별명처럼 부르는 거예요.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대표라고 하면 흔하기도 하지만 어려워 보이잖아요. 근데 촌장이라고 하면 재밌어 할 것 같았어요. 제가 사실 잡다하게 많은 일을 해요. 입주하는 사람들 상담이나 테라스 화초 관리, 전시기획 그리고 청소 등 신촌문화관의 모든 일을 하다 보니 약간 관리자 같은 역할이죠. 그러다 보니 촌장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것 같네요.
촌장이라는 호칭이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 잔치에서도 오늘 하루 촌장님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웃음) 아무래도 신촌문화관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신촌문화관에 관해서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신촌문화관은 문화 교류 공간이에요. 문화교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요. 필요한 행사나 목적에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교류할 것인가를 정할 수 있죠. 하지만 저희는 우선 사람들이 모여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련된 이 공간들 전체를 통칭하는 게 신촌문화관이에요. 신촌문화관이 추구하는 문화교류에 목적을 두고 각각의 공간마다 주로 하고자 하는 것을 정하여 거기에 맞게 다시 구성했어요.
그렇군요. 그럼 개인으로 운영하시는 건가요? 작업실 입주자도 구하시고, 문화복합공간이라 들어서 처음에는 어느 특정 단체에서 운영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네. 개인으로 운영해요. 누군가의 지원 같은 게 없는 프로그램이죠. 기본적으로 카페 옆 공간은 대관을 위주로 합니다. 일정 기간 공간을 빌려주고 비용을 받아요. 또 위층의 작업실도 들어오는 사람들이 임대합니다. 아무래도 개인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 공간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이지요.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자 하는 촌장님의 마음이 담긴 커피
그럼 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카페도 여기 임대해 들어와 있는 건가요? 아니면 직접 운영하시나요?
카페는 저희가 직접 운영해요. 이 카페는 약간 로비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거나 입주인들이 작업이나 미팅을 하거나 전시회 오는 사람들도 잠시 들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좋은 카페를 초청할까 했는데, 그러면 원래 생각한 목적인 여러 공간의 베이스이자 센터의 역할을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벤치커피스튜디오’ 브랜드를 만들어 열었고, 이곳에 오시는 분들에게 좋은 커피를 제공하려 해요.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인 ‘싱글오’라는 브랜드를 사용해요. 호주에서 직접 마셔본 커피 중 맛있다고 느낀 커피를 선보이게 되었죠. 여기 바리스타분들도 시드니에서 바리스타 했던 분들이에요.
*스페셜티 커피
흔히 스페셜티 커피는 SCA에서 자체 테이스팅을 통해 평가한 원두 중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받은 원두를 사용하여 원산지 및 생산자가 분명하고 풍미의 특징이 명확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와 진짜요? 커피 맛이 없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신촌문화관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 공간을 생각하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원래 문화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었어요. 결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면서 필요하면 서로 도울 수도 있고,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공간을 원했어요. 저 말고 또 다른 대표인 김수연 촌장은 신촌에서 미술대학을 나왔고, 예술과 문화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서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공간을 계획하고 운영하게 되었죠. 특별한 이유를 들어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웃음)
그럼 왜 ‘신촌문화관’인가요? 많고 많은 동네 중에 신촌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도시에도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바빴다 한가했다 다시 바빴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과거와 지금의 신촌은 다르죠. 지금은 사람들이 예전만큼 많이 모이진 않아요. 이름이 신촌이잖아요. 그러면 새로운 곳이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촌이 신촌이 아니게 된 것 같아요. 몇 년 전 성수동에 블루 보틀 1호점이 생겼을 때처럼 이대에 스타벅스 1호점이 처음 생겼을 때 대학교 앞까지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들어가려고 줄 서 있었어요. 한마디로 그때는 신촌이 젊은이들의 활동 중심이었던 거죠. 예전의 신촌이 그런 역할을 했으니, 충분히 문화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는 동네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신촌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죠.
저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이 주변을 알게 되어서 신촌도 여전히 사람이 많다고 느꼈는데 예전에는 더했군요. 예전의 신촌이 어땠는지도 너무 궁금해지네요. 그럼 예전의 신촌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신촌문화관이, 촌장님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즐길 것. 매력적인 것. 요즘은 사람들이 좋은 콘텐츠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신촌에도 사람들 많이 사니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그들에게 좋은 커피, 공간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동아서점 대표님이 직접 선정한 책을 보내주시는
‘북큐레이션’
정말 맞는 말씀 같아요. 그럼 얼마 전에 끝난 전시에 대해서도 살짝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어떻게 책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Books in Lieu; 여행 대신 책을> 는 올해 신촌문화관이 직접 기획한 첫 번째 전시예요. 원래 벤치커피스튜디오에 오면 책들도 볼 수 있어요. 책 큐레이션이라 하는데 역시 신촌에서 대학 나온 속초 동아서점 대표분께서 일정 기간마다 보내주시는 책 몇 권들을 카페 한편에 배치해 놓는 거예요.
카페를 열 때, 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매번 다른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한 책 몇 권을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이 본다는 게 재밌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본인이 선택한 책이 아니라 남이 선택한 책을 읽게 되면 좀 의외성이 주는 즐거움 같은 거있잖아요?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책이니깐요. 그래서 동아서점에 제안했는데 기꺼이 좋다 해 주셨죠.
반면 <Books in Lieu; 여행 대신 책을> 전시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각자 떠오르는 책들을 모으면 어떨까? 해서 기획하게 된 거예요.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많이 모일 것 같았거든요. 그럼 재밌고, 퀄리티 있는 전시가 될 거라 기대했죠. 실제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고요.
저도 전시를 두 번이나 보러 왔거든요. 직접 여행은 못 가지만 책으로나마 잠시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구나 하면서 되게 좋았어요. 전시회를 보면서 느끼는 감상들은 개인마다 다른데, 직접 기획하신 촌장님은 어떤 면이 특히 좋으셨어요?
아무래도 내가 사는 책은 제한적이잖아요. 여기 있는 책들은 누군가가 고른 것이니까 새로운 내용에 대해서, 나라면 사지 않았을 책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이끌 수 있어 좋았어요. 또 각자의 책들을 선택한 사연들을 책자로 모아 보다 보니 더 재미있고, 그 안에서 자극을 받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화려하기보다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었지만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제 <Books in Lieu; 여행 대신 책을> 전시는 끝이 났는데, 혹시 예정된 전시나 하고 싶은 전시가 있으신가요?
올해는 신촌문화관이 직접 기획을 하고 운영하는 전시를 분기마다 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첫 번째 전시가 <Books in Lieu; 여행 대신 책을>에요. 나머지 전시의 주제는 아이디어가 여러 개 있는데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어요.
깊은 울림을 주었던 연주회
신촌문화관이 2020년에 시작해서 아직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지만, 그동안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요.
여러 가지 이벤트를 해왔는데, 그중 1:1 음악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음악회의 연주자들은 다들 최고의 실력을 갖췄거든요. 원래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들어온 젊은이들이었어요. 공연장 자체도 없어졌고, 공연하기도 힘들다 보니 연주자들은 관객들이 그리웠던 거죠. 그래서 한 명의 관객을 놓고 한 명의 연주자가 연주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저도 너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 3층의 테라스를 공간으로 그들에게 제공해 주었죠. 저는 그때 멀리서 서서 그 음악회를 봤거든요. 공연하면서 관객과 연주자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는 그 순간이….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을 정도였어요. 뭔가 울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내고, 실제로 행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여러 생각을 준 이벤트였어요.
또 대관 공간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때도 많은 편이에요. 배우는 사람이 여럿 모여서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제공했을 때 또 다른 보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계속 발전해 가는 모습과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들. 그런 에너지가 우리의 공간 안에 커지고 전시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도 전파되는 것 같아서 우리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저 공간을 준비해 주는 차원에서 만났지만, 그들이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코로나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신촌문화관을 운영하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상황이 나아지면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싶으신가요?
이런 상황이 지속된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 뒤의 상황은 생각해 보지도 못했어요. (웃음)
원래 신촌문화관을 준비하면서 처음 기획했을 때 누군가가 임대하면 그들에게 단지 돈 받고 끝나는 관계가 아닌 서로 연결해서 도움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사실 이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이 와야 해요. 더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면 즐거운 일이 생기는 찬스가 더 많아지지 않겠어요? 또 좋은 결과물들이 알려지면서 더욱더 크고 좋은 결과물들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는 거라 생각해요.
근데 코로나 상황에서는 그게 안 되니까…. 무작정 많은 사람에게 오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이 시기에는 너무 많이 와도 큰일이니깐요. (웃음) 그러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자꾸 미루게 되는 거죠. 상황이 나아지면 많은 사람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이라 느낄 수 있는 일을 꾸미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신촌문화관은 문화교류 공간으로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 8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고, 다른 외부 사람들이 이곳에 관심을 가지고 상주하거나 방문하면서 일을 벌여야 해요. 그리고 이곳에서 벌어지면 재밌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외부 사람과 신촌문화관이 연결되길 바라요. 주변 학생들,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신촌문화관;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2마길 14
어쩌면 이 복합문화공간은 카페, 전시회 그리고 여러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들이 위치한 그저 단순한 장소로 남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촌문화관’은 이곳을 운영하는 촌장님들의 생각과 고민을 통해 여러 사람과 상호작용도 할 수 있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뜻깊은 공간이 되었다. 한 사람이 좋은 예술을 탄생시킬 수도 있지만, 문화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 더 좋은 문화와 예술을 이루는 기회가 될 수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혼밥하는 사람을 위한 식당까지 생겨나는 현대 사회. 점점 사람들은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는 이제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거에 거부감을 느낄 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신촌문화관의 촌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나오는 시너지와 긍정적인 방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 같다. 가끔은 신촌의 문화를 직접 여러 사람과 함께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신촌의 문화예술을 담는 잔치꾼이라면, 잔치의 구독자이자 신초너라면 ‘신촌문화관’을 한 번씩 들러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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