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EOPLE 2023 · 11 · 28

405. 사랑, 사람, 삶.

Editor 연두

 

하늘을 향해 입김이 흩어집니다. 성큼 다가온 겨울을 기대하는 이들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모두 찬 숨을 뱉기 마련입니다. 한 해를 살아가게 했던 뜨거움도 어느새 연말을 맞아 차차 식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올 해를 돌아봄에 따라 저마다의 반성을 하나 둘씩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자괴감이 뒤를 따릅니다. 그를 수용하고 어떻게 승화시키는지는 개인에게 달렸겠지만, 어쨌거나 영 부정적인 감정 투성이임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지치지 않은 이들을 찾는 게 더 힘들 것입니다. 유독 시끄러운 한 해였습니다.  “피곤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지 오래입니다. 합리화가 그른 것임을 알고 있어도, 온전히 내 자신에게도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저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예상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무력감. 맞습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상황이 유독 쓰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주로 그런 상황에서 나의 단점은 더 부각되기 마련이었지요. 눈코 뜰 새 없이 몸이 혹사 당해, 나를 잃어버렸다고 깨닫는 순간에도 피로감이 훅 느껴집니다.

어릴 적 읽은 동화에서는 보통, 이 시점에서 주인공이 성장을 하지 않던가요. 그들은 역경과 고난을 딛고 결국 사랑 속에서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되니 말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던데, 어째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겁이 많아졌습니다. 무작정 나를 외부에 노출시킨다고 해서 자연스레 맷집이 강해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많은 사람과 삶을 만나자며 호기로운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책은 읽다 지치면 잠시 쉴 수라도 있지.
삶은 멈출 수도 없고, 그저 속도를 늦춰 저벅저벅 걸어가는 것도 급급합니다.

 

천천히 걸어야 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주위를 잠시 둘러보고, 숨을 고릅니다.
빠진 기운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나마 생각들을 모아봅니다. 나는 언제 힘이 났었지, 하면서요.

 

 

한 숨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봅니다.
분명히 못 견디게 생생했던 순간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서늘하기 짝이 없는 이 공기가 유독 달았던 순간들이요. 

기억을 하나 둘 꺼내다보니 유독 반짝거리는 시간들도 떠오릅니다. 혼자 있던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삶은 동화도 소설도 아닌 그저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라 했습니다. 그것만으로 사실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이제는 듭니다.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와중에 만나는 사랑들이 결국 우리네 삶을 이루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쉬움을 느꼈던 것도, 지치게 된 것 역시도 다 내 자신 안에 사랑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요.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결국 내 삶의 활자와 활자 사이 여백에 스며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 세상은 쉽지 않고, 나의 사랑이 당신의 사랑으로 되돌아온다는 확신은 없습니다. 또한 나의 사랑이 당신의 사랑만큼 성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지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을 추구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이니까요.

 



.

.
.
.
.

 

사랑과 사람과 삶을 입속에서 중얼거려 봅니다.

이들이 닮아 있음은 아마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사랑이 사람과 삶을, 사람이 삶과 사랑을, 삶이 사랑과 사람을 지탱함으로써 오롯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내년에는 사랑이 당연해지는 새로운 한 해이기를. 우리 모두가 좀 더 다정케 살 수 있기를.

연두
AUTHOR PROFILE
연두

연두해요

COMMENTS

댓글 1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