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취존, 부탁드립니다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걸까? 언제는 사회에 평등과 다양성이 필요하다더니. 너와 나는 다르니까 라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면서도, 성인이 되어 둘러본 세상은 나와 비슷한 건 “정상적인 것”, 자신과 다른 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동년배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봤을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이해하자는 말은 아무래도 자체 필터링 때문에 걸러진 것이 분명하다. 애초에 ‘다른 것 = 비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인 건 아닌지, 혹은 사전적 의미의 차이는 알지만, 응용이 안 되는 건지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다양한 연령, 차림새,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활보하는 이곳도 마찬가지다. 신촌역을 자주 오가는 사람이라면 분명 들어봤을 것이다. 작년 2020년 8월, 신촌역의 광고판이 훼손된 사건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해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전시되었던 그 광고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말뿐이었는데, 한 달 동안 무려 7차례나 훼손이 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어느 부분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일상 속에 있다”는 말엔 어떤 비아냥도,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어떠한 요소도 없는데 말이다. 일상 속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건가. 그 누구에게도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 이들을 비방하며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는데,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인격적으로 모욕을 받고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이 상황이 참 당황스럽다.

민초파 모여라
모두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가진 것뿐이다. 요즘 핫한 민트초코를 떠올려보자. 본인이 반민초파라고 해서, 민트를 좋아하는 취향을 마치 질병인 것 마냥 취급하진 않는다. 차라리 치약을 먹으라는 등의 우스갯소리로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지 민트초코의 광고 포스터를 찢는 “비정상”적인 행동도, 생명의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그만. 지나 온 날들을 한 번 떠올려봐라. 매번 바뀌는 거, 그게 취향이다. 반민초파였던 에디터는 민트초코를 직접 사 먹기 시작했고, 귀염 뽀짝한 아이돌을 좋아했던 과거와는 달리 몬스타엑스 직캠을 보는 데에 하루를 보낸다. 안 바뀔 자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분명 있겠지만, 본인이 자신 있고 없고는 에디터의 알바가 아니다. 그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1)
잔꾼들에게 갑작스럽게 자신이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신촌의 사진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누군가는 풍경을, 인물을, 순간의 사진을 공유했다. 다른 환경, 다른 경험, 다른 외향, 다른 습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은 사진을 찍는 취향도, 셀렉하는 취향도 다르다. 사진 취향도 다른데, 사랑이라고 다를 거 있나.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진헌파가 있었다면 헨리파와 유희진파도 있었던 것처럼.

베스트 오브 베스트 (2)
“취존 해줘”
“그게 뭔데?”
“취향 존중 좀 해달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취향 존중이 어려운 당신에게 에디터가 추천하는 하나의 방법은 의식적으로 관대해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범위에 있다면 그저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애초에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들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며, 낯설 수 있다. 그럴 땐 스스로 외쳐보자.
‘그렇구나-‘
어떤 옷차림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랑을 하든지 모두 취향 차이일 뿐. (단, 무례함과 무지를 취향 차이로 포장하지 말 것!) 의식적으로 관대해지려 노력하는 당신 덕분에, 세상은 더 다양해질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더 좋은 곳이 될지도 모른다. 흔쾌히 사진을 공유해주신 잔꾼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끝으로 우연히 펼쳐 본 책에서 에디터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문단을 공유해본다.
“진정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은 본능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세상이란 차이가 없기를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세상일 것이다. ”
-신영준, 「졸업선물」
p.s. 무지개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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