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음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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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당신께
오늘따라 신촌을 걷는데 사랑하는 이곳의 공백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어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둘씩 늘어가는 공실을 안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건물들을 마주했습니다. 서둘러 새로운 무언가로 채우려는 문구가 붙은 유리창을 보니 이것은 꿋꿋한 것일까, 무엇이라 형용해야 할까….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움을 갈망하는 비움이 무한히 반복되는 와중에도 끝없이 이곳을 달리는 당신이 생각났어요. 내가 좋아하는 당신은 공(空)을 어떻게 마주하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더 소중히 담고 싶어, 먼저 내 이야기를 조금 해도 될까요? 내가 살아온 세상은 ‘비어 있음’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공백은 곧 결함으로 치부돼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틈과 여백마저 무엇인가로 채우기에 급급하죠. 멈추며 공백을 만드는 순간, 실패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세상입니다. 침묵은 어색함으로, 여유는 무능함으로, 주저함은 불안으로 해석돼요. 우리는 언제까지나 채워져야 한다는 강박에 묻혀요.
그런데 어쩌면 세상이 채우기를 강요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요? 비워지면, 걷어내면, 심연을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게 두려워서 꼭꼭 감추려고 하나 봐요. 나도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숨기고 덮고 채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것이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나와 세상의 공백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면 어떨까 싶어 부단히 관찰해 왔어요.
내 이야기 조금만 더 길게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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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도 밥 잘 챙겨먹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