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음의 무게
공허함의 무게
완전무결한 공백은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에 자리하기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가 있잖아요, 내가 만나 보지 못한 세상을 머릿속 한가득 그려보고 싶을 때. 무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의 갈망은 인간의 본능인가 봅니다. 마냥 궁금하기만 했던 순수한 공백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모순처럼, 만져본 적이 있을 겁니다. 마음 한구석에 끝도 없이 비어 들어가는 굴을, 당신도 느껴본 적이 있겠지요? 상상만 하던 형태의 공백이 줄곧 내 안에서 망망하게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가상의 진공이 내 세상을 지배합니다.
나를 둘러싼 텅 비어 있는 방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곧이어 온갖 복잡한 세상살이로 가득했던 머릿속도 비어 들어갑니다. 오로지 나와 침묵만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느끼는 이 무상의 이름이 공허함일까요. 빈틈을 내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치열하게 맞물려 돌아가던 톱니바퀴의 톱니 하나가 톡 하고 빠져 모든 것이 멈춰 버린 공간이라니. 그 하나의 톱니가 나인 듯합니다. 나와 세상을 연결하던 모든 끈이 끊어지며, 눈에는 초점이 사라지고 침묵을 그저 느끼고만 있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큰일이 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구르라는 대로 열심히 구르다가 너무 힘들어서 딱 한 번 멈췄어요. 그러다가 공허함을 마주했고,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마구 침묵의 벽을 찢고 세상의 소리를 겨우 마주했는데, 내가 잠시 없었어도 세상은 꽤 멀쩡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당신이나 내가 없어도 되는 존재라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숨이 차면 멈춰도 된다는 것이랍니다. 공허함이라는 이름의 방은 어쩌면 익숙함을 깨어주는 존재일지도요. 지나치게 반복돼서, 사실은 엉망진창으로 설켜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던 일상에 변주를 줄 수 있는 타이밍이었던 거예요! 신촌의 공실 유리창에 비치는 내 모습은 흐릿합니다. 그때 순간 느껴지는 적막함이 크게 휘몰아치며 내 안의 무언가가 빠져나가 버리는 듯한 공허함에 사로잡혀요. 무언가의 부재와 내 공허함이 닮아 있다고. 그래서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신촌과 신촌을 살아가는 우리가 같이 쉬는 것이라고 여겨 볼까 봐요.
공허함의 공백을 마주하는 것이 대담하게 도전을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용기 있는 당신이 좋다고, 이런 이기적인 말 한마디 건네봐도 될까요?




영원도 밥 잘 챙겨먹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