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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3 · 04 · 11

383. 신촌의 스타를 만나다

Editor 쿠이

 

 잔치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회의 시작 때만 해도 어스름하던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글감 아이디어 회의에서 ‘뉴진스할배’의 인터뷰를 꼭 싣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최신 여자아이돌 무대를 선보이는, 신촌 화제의 버스커 ‘뉴진스할배’. SNS 상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그의 숨겨진 이야기가 늘 궁금했다. 다소 사심에서 비롯된 나의 야심찬 인터뷰 기획에 다른 에디터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흥미롭겠다는 호응 반, 섭외가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 반.

 

어려우려나, 아무래도 그렇겠지.

워낙 신출귀몰하시니, 정식으로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듯했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끌리는 마음을 접는 일 또한 여간 쉽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섭외도 전에 이미 씁쓸해진 입을 다시며 신촌을 걷던 중, 내 눈앞에 보이는 건

 

 

다름 아닌 ‘뉴진스할배’

 

꿈일까?

홀린 듯 관중들 틈에 들어가 무대를 지켜보았다. 관중의 성원에 앵콜까지 이어진 버스킹이 마무리되자마자, 성큼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 드렸다. 기대감와 간절함을 가득 담아서.

감격스럽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흔쾌한 “YES!”

 

“그런데,”

“네?”

“내가 지금 막차를 타야해서. 지하철 타고 가는 동안 얘기하죠!”

 

그렇다. 급작스레 성사된 인터뷰였기에, 미리 짜 둔 인터뷰 질문은 물론 정해진 장소도 없었다. 내일의 일상을 살아나가야 할 할배의 막차는 놓칠 수 없기에. 인터뷰는 왕십리로 향하는 2호선 지하철 열차 안에서 진행됐다.

 

 “에디터 님, 우리가 오늘 인터뷰를 하게 된 게 정말 웃겨요. 어떻게 제가 오늘 거기서 버스킹을 할 줄 알고 오셨어요? 제가 한동안 버스킹을 안 나오다 오늘 오랜만에 나왔거든요. 이건 말이 안 돼요.”

할배의 말마따나, 정말 ‘말이 안 되게’, 운명적으로 성사된 인터뷰였다. 영광스럽게도 이 인터뷰가 할배의 ‘첫’ 인터뷰라고 하신다. 당신의 ‘첫’ 인터뷰어로서, 또 팬으로서. 여쭙고 싶었던 질문들을 하나둘 꺼내 보았다.

 

 

버스킹을 언제부터 해오셨나요?

버스킹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9년 6월이에요. 신촌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해 왔어요. ‘이태원 피카츄아저씨’로 이름나기도 했었죠.

 

(출처: YouTube @musicbox00)

 

버스킹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삶의 역경을 여러 차례 겪으며 우울감에 시달렸고, 알코올에 의존하기도 했었어요. 그러한 삶을 반전시키고자, 예전부터 좋아했던 음악을 버스킹을 통해 해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음악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즐겨서, 목포가요제부터 시작해,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 무대 경연에 출전한 경험은 많았어요.

 

쇼미더머니 8에 지원한 당시 뉴진스할배의 모습. (출처: YouTube Channel 뉴진스할배)

 

 어릴 때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미쳐 살았죠. 가수를 열렬히 꿈꿨지만, 자아도취에 빠져 제 노래 실력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실패했었어요. 하지만 2019년부터 술을 끊고 버스킹을 시작하면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아무리 무대를 즐기신다고 해도, 막상 길거리 버스킹을 처음 시작하려면 두렵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시작하실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아무래도 너무 오랜만에 노래를 하다 보니, 실력이 정말 떨어졌어요. 그렇지만, 그냥 꾸준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깨질 만큼 깨져 보고. 망해도 봤고. 솔직히 내 나이까지 밥은 먹고 살았잖아요. 그럼 뭔 걱정이냐. 그냥 ‘Challenge 하자!’

 

버스킹을 시작하신 건 최고의 선택이셨던 것 같아요. 요즘 청년들에게서 최상급의 인기를 누리고 계시는데요. 인기의 비결이 스스로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은 당연히 제 무대를 신기해 하겠죠.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일 테니까요. 제가 하는 무대는 생소한 광경일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내 또래 사람들 중에 뉴진스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그게 먹히는 거죠. 남들이 안 하는 것이기에 특별한 거예요.

동시에, 저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상황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일이 구독자를 많이 쌓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우연히 보고 찍어 올린 영상이 저를 스타덤에 올렸잖아요. 

 

인기비결은 ‘신선함’이라는 것에 저도 동감합니다. 뉴진스의 ‘Attention’, 에스파의 ‘Black Mamba’, 르세라핌의 ‘Anti-fragile’ 등 최신 걸그룹 노래를 어떻게 알고 하시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경로로 이 노래들을 접하게 되셨으며, 왜 이 노래들로 무대를 하게 되셨나요?

저는 배달 라이더인데요, 어느날 제가 버스킹을 하는 걸 아는 bhc 매장의 알바생이 저에게 그랬어요. “할아버지, 언제까지  블랙핑크만 하실 거예요? 요즘은 ‘아이브’의 시대라구요!” 그걸 계기로 아이브의 무대를 시작했더니 관객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뉴진스 노래는 한 관객이 신청곡을 받을 때 요청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자감이 어렵게 느껴져서 작년 10월부터 연습한 거예요.

 

지금의 인기와 상황에 행복하세요?

당연히 행복하죠! 스타가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더 이상 성공 안 해도 상관없어요. 사랑받고 있잖아요! 단지 케이팝 하나를 잘 한다는 이유로요.

 

버스킹 장소는 왜 늘 신촌인가요?

그야 신촌이 ‘버스킹의 메카’니까요. 신촌과 홍대는 지금까지 버스킹을 통해 많은 스타들이 배출된 곳이죠. 스타가 되겠다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예요!

 

(출처: YouTube @NCTkiss)

 

버스킹 공연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시나요?

돈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나는 버스킹을 통해 내 한계에 도전하는 거예요. 제가 버스킹을 한두 번 한 게 아닙니다. 그밖에도 정말 많은 도전을 했어요. 예전에는 버스킹 도중에 ‘가사도 못 외우는 게 버스커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 될 것 같더라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결국 이런 날도 오는 거예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자신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는 게 즐거움이시라는 뉴진스할배.
129만 뷰 릴스를 자랑스럽게 소개하셨다.

 

베테랑 버스커이신 할배만의 공연 철학이 있을까요?

저에게도 ‘부성애’ 비슷한 게 있거든요. 청년들이 다 딸들, 아들들처럼 느껴져요. 제가 아버지 또래보다 나이가 많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텐션 등 뉴진스 노래를 부르고, 자유자재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저의 이런 공연을 보고 희망을 가지기도, 도전하기도, 자신의 노력을 돌아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작용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중 어떤 게 됐든 간에, 제 공연이 그러한 하나의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거죠. 대한민국 모든 애기(청년)들의 ‘아빠’가 되어, 희망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할배의 무대를 즐기는 신촌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청년들에게 인생의 힌트를 줄게요. 이런 말이 있어요. ‘100명이 똑같은 곳을 향해 달리면 1부터 100등까지 순위가 매겨진다. 하지만 모두가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리면 모두가 1등이다.’ 자기만의 길을 찾아 달려야 해요. 도전하고 싶은 게 있나요? 그럼, 최선을 다해 도전하세요.른 길을 걷는 사람은 제가 걷는 길의 힘듦을 몰라요. 똑같은 길을 걸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나도 청년들도 각자의 길에서 노력해서, 최고의 꼭짓점에서 만나기를 바라요.

 

뉴진스할배의 무대를 즐긴 후 사진을 요청하는 글로벌 팬들.
과거 통역 업무를 하셨다는 할아버지는 글로벌 팬들과의 소통에도 능숙한 ‘프로페셔널’ 버스커셨다.

 

스타가 되겠다는 할배의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를 너무 사랑해줘서, 더 이상 바라는 것 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알코올 중독자에서 더 심해지면 큰일날 뻔 했거든요.

 

 

지하철 환승역에서까지 이어진 인터뷰는 ‘찐 막차’가 떠날 때에서야 종료되었다. 듣고 싶었던 할배의 이야기를 한가득 안고 돌아가는 신촌이 그날따라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뭘까. 할배가 열띤 격려를 보내는, 청춘의 공간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빨잠(빨간 잠망경)’ 앞에서 Anti-fragile을 열창하는 뉴진스할배는 ‘한계를 깨부수는 과감한 도전정신’의 표상이다. 꿈을 향해 주저 않고 뛰어드는 그에게는 나이도, 과거도 중요치 않다. 그렇게 열정 하나로 연세로를 들썩이는 그의 무대 앞에선, 바쁜 신촌인들의 발걸음도 멈출 수밖에.

 삶을 덮쳐온 여러 번의 좌절에도 꺾이지 않은 그의 열정은 신촌 청년들에게 희망의 말을 전한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 우리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의 구간은,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아있다는 것.

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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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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