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EOPLE 2024 · 02 · 05

412. 강은성, 에디터 도리

Editor 유니콘

글은 내면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어느 새부턴가 말보다 글을 가까이 믿게 됐다. 글은 말보다 미세한 뜰채라 본인도 모르는 마음이 걸러진다고 한껏 오해한다. 구태여 여과된 마음을 보는 건 힘들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감사한 유희다. 애써도 숨길 수 없는 순수한 본질은 취약하도록 소중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존재들은 서로를 직감적으로 알아본다. 데칼코마니처럼 완전히 포개어질 순 없어도, 어느 한 조각이라도 누군가와 겹쳐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이상한 감각이 있다. 은성 역시 그러할 수 있는 사람임을 직감했다. 그게 아니라면…어쩔 수 없을 일. 오랜 감촉을 믿고 그녀에게 무작정 접근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통합디자인학과 22학번 강은성, 에디터 명은 도리입니다. 대학에 오고부터 자기소개를 할 땐 늘 학과, 학번, 나이를 얘기했는데요. 이것들이 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인가 고민이 들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제 전공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방향을 볼 것 같아 이렇게 소개합니다.

 

에디터 명 ‘도리’는 어떻게 짓게 됐는지 궁금해요.

 

내 이름은 스스로 못 짓지만, 에디터 명은 내가 지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정말 엄청나게 했는데, 의미를 담아보려니 오글거리고 계속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 꺼려지더라고요. 결국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펭돌이 닮았으니까 펭돌이로 하라고… 그래서 ‘펭’ 빼고 ‘도리’입니다. 아 근데, 펭돌이라고 쓰면 저작권 걸리는 거 아니죠?

 

디자인 학과라 그런지 저작권을 걱정하네요. (웃음) 잔치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지도 궁금해요. 그때의 도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문을 두드렸을까요.

 

우선 잔치를 오래 보고 있었던 사람이었어요. 입학할 때부터 봤었거든요. 잔치 플러스에서 맛집 찾아보면서 직접 가보곤 했었는데, 알고리즘으로 올라온 잔치의 글까지 읽게 되면서 더 깊은 인상이 남았어요. 오랜 구독자였습니다. 

또 이런 글을 쓰는 사람 뒤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까 궁금증도 들고, 평소에 보고 지내는 관계랑은 완전히 다른 결의 사람을 만나보고 싶기도 했어요. 결국 사람이 궁금해서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전엔 글을 쓰는 스타일은 아니었나요?

 

사실 글을 잘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 편이에요. 글을 쓰려는 목적만으로 에디터가 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글을 쓸 때 어려움도 있었고요. 

 

맛집 찾기로 잔치를 알게 됐으니 플레이스팀에 들어간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까요. 아트팀, 피플팀, 플레이스팀, 디자인팀, 네 가지가 있는데 다른 팀은 고민이 되지 않았나요?

 

플레이스팀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팀이 다양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고민을 했는데, 제 전공이 디자인이고 고등학생 때는 미대 입시를 하다 보니 아트팀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추가 모집으로 들어왔거든요. 본 모집 기간엔 할 일이 많은데 괜한 시간 쓰지 말자고 포기했었어요. 그러다 추가 모집 글을 보고 운명이라고 느꼈죠. 해야 할 일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도 해보라는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미션글도 거의 러브레터를 써서 보냈어요. 추가 모집이니까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느껴서 잔치 플러스 인스타에 올라간 포맷 그대로 디자인해서 글과 같이 제출했고요. 디자인 팀에서 스카웃해도 되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광기로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플레이스팀을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항상 궁금했어요. 이 팀에 소속된 사람들은 공간과 장소를 좋아하는 건가.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맛집보다는 장소 자체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요. 저는 변하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편이거든요. 사람의 관계도 그렇고, 나조차도 어렸을 때와 1년 전 그리고 지금이 다르다는 사실에 그리움을 짙게 느껴요. 변하는 것들이 참 많은데, 공간이라는 장소는 영원할 것 같은 영속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떤 공간이 마음에 들면 안정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나중이 되어도 변하지 않고 비슷한 느낌을 줄 것 같으니 꼭 다시 찾아와서 쉬겠다고 생각하죠. 예를 들면 대학교 1학년 때 매일 가던 산책로의 중간 지점, 딱 저곳에 있는 벤치 같은 것들이요.

 

본인은 스스로가 빠르게 변한다고 느끼는 편인가 봐요.

 

순간순간의 변화를 스스로한테 자주 물어보고, 또 잘 캐치하는 것 같아요. 중학생 때는 엄청나게 활발하다가 고등학생 때는 좀 소심해졌고,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서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고. 사람도 너무 좋다가 어느 순간에는 질려서 혼자 있고 싶고. 성격 자체가 변하는 것이랑은 좀 다른 것 같네요. 

 

그럴 때마다 편안한 공간을 어떻게 찾고 있는지 궁금해요. 요즘은 공간을 찾기는 쉬워졌는데 그렇다고 아무 데나 무턱대고 들어가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 복잡한 느낌도 들고요. 자기한테 맞는 공간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음… 어렵네요. 제가 마음에 들었던 곳을 돌이켜보면 일부러 찾아서 간 곳보다는 우연에 이끌렸던 경우가 더 많아요. 저는 ‘여기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별로 없는 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연히 찾은 게 더 소중한 느낌이 들어요. 

여기(카페, 트리클)도 처음 발견했을 때 비가 오는 날이었어요. 다른 카페는 너무 시끄럽고 스타벅스는 사람이 많았죠. 그냥 집에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우선 비를 피하려고 생각없이 들어왔어요. 그렇게 앉아서 창밖을 보며 카푸치노 한 잔을 먹는데, 이 순간이 갑자기 너무 좋은 거예요. 

 

 

거리를 다닐 때 사방팔방으로 보고 다니시나 봐요.

 

맞아요. 그래서 친구가 맨날 해주는 얘기가 있어요. 제가 항상 이러고 다닌다고.

(도리가 고개를 거북이처럼 빼고 코브라처럼 빠르게 두리번거린다. 귀한 풍경을 나만 봤다.)

 

좀 집어넣으라고 핀잔도 받고요. (웃음) 그래서인지 관찰을 잘해요. 골목 다닐 때도 이 가게 생겼네, 여기 간판 바뀌었네 하면서 걷고요. 

 

그렇게 아는 공간을 넓히면 성취감이 생길 수도 있고 아까 말한 것처럼 안정감이 들 수도 있겠네요. 

 

저는 본가가 서울이 아니다 보니 딱히 마음 둘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책에서 봤는데, 아는 공간을 넓히는 게 자신의 안전지대를 넓히는 일이래요. 저도 특정 장소와 친해지려면 아는 장소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만약 이사를 가면 ‘저 빵집은 식빵이 맛있어’, ‘저 식당 불고기가 맛있어’ 이런 식으로 알아가는 거죠. 그게 제가 서울에 적응하는 방식이었어요. 

 

공간이 도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아까 평상시에 글을 잘 안 썼다고 했잖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글을 쓴 건 잔치가 처음인가요?

 

본격적으로 쓴 건 작년… 아니 재작년 9월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예요. 해가 바뀐 게 적응이 안 되네요.

 

블로그에서 자유롭게 쓰는 글과 팀에서 주제를 잡고 쓰는 글은 분명히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떤 점에서 차이가 느껴지던가요?

 

딱 말씀해주신 부분에서 많이 헤맸었어요. 어쨌든 블로그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고, 저 자체도 새로운 곳을 발굴해서 인상을 적는다기보단 과거의 경험이나 하고 싶은 말로부터 장소를 찾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장소에 대한 정보가 적다거나 공간에 대한 소개가 더 있으면 좋겠다, 글과 신촌이 더 긴밀한 관계였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주가 됐었던 게 저만의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플레이스팀 글의 정체성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말들이었죠. 

많이 헤매다가 마지막에 썼던 ‘고삼이’ 글에서 방향을 찾은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와 공간을 어떻게 엮어야 할지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글의 앞부분만 따로 떼어내서 깊이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글을 보면 사람이 어느 정도 보이잖아요. 거칠게 구분하면 불안과 우울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과 벗어난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도리의 글은 전자에 속한다고 느꼈고, 본인도 ‘불안이 늘 원동력이었다’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죠. 그건 아직도 유효한가요?

 

여전히 불안이 원동력이고 우울감이 사고의 기저인 것 같긴 한데, 오히려 스스로 그렇다는 걸 알고 있어서 더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생 때 모습이 조금 우울했어서 밝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사람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사랑받은 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강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  친구들이 ‘너 정말 밝다’, ‘재밌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때론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속은 그렇지 않은 적이 더 많았으니까.

 

저도 처음 도리를 보고 밝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것이 굉장히 부각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글을 보니 반대되는 면이 보여서 신기했어요. 

 

그런 글을 쓸 수 있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학창 시절에 우울하거나 속상한 감정을 거리낌 없이 얘기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그게 약점을 꺼내 보여주는 기분이 들어서 늘 밝고 좋은 점만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저에게 밝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처음엔 엄청 숨고 싶고, 부정했죠. 아닌데, 나 밝은데, 행복한데. (웃음) 물론 다음엔 인정을 했지만요. 

그래서 첫 번째 글이었던 실물 잡지 글도 ‘말하고 싶은 비밀’에 대해서 썼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에게 나도 이런 우울하고 찌질한 구석이 있다는 걸 말할 수 있는. 그 타이밍이 저에겐 굉장히 좋았어요.

 

 

 

말하다 보니 대화가 심리상담처럼 되는 것 같은데…

 

재밌는데요, 깊은 얘기. (웃음) 저는 일기 진짜 많이 쓰거든요. 손으로요. 

 

손으로 쓰면 답답하지 않나요? 생각의 속도를 손이 못 따라가니까.

 

그래서 글씨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예요. 손으로 쓰는 게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컴퓨터로 쓰면 속도가 빨라서 머리에 없는 말을 손이 쓰고 있는 경우가 좀 많아요. 이렇게까지 쓸 건 아니었는데 싶을 때가 있죠. 

 

정말 맞네요. 손이 거대한 걸 만들고 그걸 나중에 믿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웃긴 건 밝은 쪽으로는 잘 안 커지고 어두운 쪽으로만 계속.

 

세상을 비관하게 되고. 또 쓸 때는 논리적으로 잘 써지니까요. 그래서 일기는 손으로 쓰자!

 

분위기를 좀 바꿔볼까요. 불안이 보이는 글을 보면 친밀감을 많이 느끼곤 하는데요. 그런 사람들에게 항상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일상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지요.

 

저는 하루가 24시간이면 3분의 1은 자동으로 굴러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정적으로 하는 습관이나 루틴 같은 것들이요. 나이트 루틴, 미라클 모닝 같이 갓생을 살자는 마인드는 아닙니다. (웃음)

예를 들어 저는 밤 11시가 되면 무조건 자요. 그날 할 일이 너무 많아도요. 처음엔 잘 안됐지만 지금은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일정한 시간에 자면 지금 갖고 있는 고민, 우울 같은 것들이 엄청 커다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우울하고, 오늘 하나도 이룬 게 없고, 완전히 하루를 날렸다는 비관이 끼어들 새가 없이 11, 12시면 자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나요? 할 일이 정말 많잖아요. 그럼 개인 시간이나 여유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나요.

 

11시에 무조건 잔다고 세팅을 해놓으면 그전에는 결국 일을 끝내게 돼 있어요. 늦게까지 일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버리는 순간 엄청 늘어지게 되고 집중력이 사라지거든요. 물론 가끔 안 될 때도 있어요. 특히 디자인과니까 시간을 더 들이면 잘 될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고요. 그래도 1시에는 무조건 자려고 해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 단 3시간. 달려라…하면서.

 

어쩜 매번 그렇게 채찍질하면서…

 

절대 잡생각이 안 드는 방법이죠. 아, 질문이 쉴 때는 뭘 하느냐는 거였죠. 저는 쉬는 시간을 의식하기보단 차라리 회색지대로 남겨두면 좋지 않을까 해요. 의미 있게 쉬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뭐 하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흘려보내요. 쇼츠를 2시간 본다고 해도 잘 쉬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쉰 거죠. 말하다 보니 재미없는 사람 같네요. (웃음)

 

                     

 

아니요. 저는 처음 보는 유형의 사람이라 신기하고 재밌어요. 확실히 안정감 있어 보이고요. 도리는 루틴적인 사람인데, 잔치도 고정된 루틴 중 하나잖아요. 다음 학기 잔치 활동에서 새로운 걸 바라는 게 있는지, 이대로 비슷하게 가도 좋은지 묻고 싶어요.

 

바라는 게 있는데요. 제가 저번 학기 마지막 두 주 활동을 빠졌어요. 물론 한 주는 시험, 한 주는 본가에 가느라 빠진 것이었지만요. 음… 사실 마지막쯤에는 잔치에 마음을 많이는 못 붙이고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그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저는 잔치 사람들이 학기 중에 만났던 사람 중에서 가장 많이 인간적으로 대화하고 싶었고 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는데, 오히려 행동은 못하고 있으니까요.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은데 자꾸 그러지를 못하니… 미안해서 마지막에는 못 간다고 말도 못 했거든요. 변명하는 것 같지만요.

 

말조차 못 하겠다는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새해가 됐을 땐 용기를 냈어요. 플레이스팀 사람들한테 너무 고마웠는데 고마운 만큼 잘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마지막 주에 말없이 못 가서 미안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연락을 남겼어요. 그조차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요. 팀 사람들도 이렇게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알고 있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감사했죠.

또 개인적으로도 저에게 연락을 보낸 분도 있었어요. 마지막에 왜 안 나왔는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요.  네가 마음이 남았을 때, 준비가 되면 편하게 답장해달라고 와서 깜짝 놀랐죠. 

 

너무 따뜻하다.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더 잘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밝은 척하지 않고 우울을 인정하고 싶고요. 행동은 가능해도 글을 그렇게 안 되니까요. (웃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라 더 밝게 했던 것인데, 그건 솔직하지 못한 것이잖아요. 그 부분이 좀 마음에 걸렸으니 다음 학기에는 더 솔직해져 보려고 합니다. 다음 학기 파이팅. 얘들아, 기다려. 

 

 

뒤풀이 참석 많이 하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글을 공유하는 사이니까 내적 친밀감은 큰데 그에 비해 서로 교류할 기회가 부족한 게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우리 존재 아자아자 파이팅이다. 

 

소심이들아, 용기를 내자. 

(도리, 유니콘 폭소)

 

다음 학기엔 어떤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있나요?

 

지금 떠오르는 건 딱히 없는데요. 저번에 썼던 꽃집처럼 굳이 특정할 수 없는 장소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단풍이 예쁘게 보이는 자리라든지 신촌 전경을 볼 수 있는 자리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건 공통질문인데요. 지금 시점에서 삶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노래가 있을까요?

 

저희 전시에서도 적어놨었는데, 가을방학의 <취미는 사랑>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어떤 사람이 영화도 좋고, 글 쓰는 것도 좋고, 카메라도 비싼 걸 갖고 있지만, 사실 내 취미는 영화도, 글도, 사진도 아닌 그 속에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취미가 사랑이라는 식으로 가사가 전개가 돼요. 

이 가사에 100% 공감해요. 영화도, 글도,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 속에 사람들이 어떻게 얘기하고, 어떻게 사랑을 표현하는지 보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관찰을 즐기는 도리의 모습과 연결되네요.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요.

 

아까 더 솔직해지고 싶다고 얘기했는데요. 그러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칭찬을 어려워 해서인 것 같아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글을 쓰고 거기서 칭찬을 받으면 조금 무서울 때가 있거든요. 잘 썼다, 천재야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요. 누군가는 이 부분에서 좋게 느꼈나 보다 하며 넘기고 그 사람 몫의 감정으로 넘기면 되는데, 전 그걸 ‘사실 난 별거 없고 볼품없는데, 너무 과한 칭찬 아닌가’라고 받아들였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면 어때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을 애정하고 존경한다. 더 정확히는 부지런하고 정중하게 성찰하는 사람이다. 낙관보다 비관이 편리한 세상에서 자기만의 고운 세계를 만들어보려는 힘이란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 은성의 세계를 이루는 언어가 늘어갔으면 좋겠다. 어떤 자극이든 결국 소화해내고야 마는 부지런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믿지 못하더라도, 그 자원은 은성의 세계 곳곳에 박혀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소심이들아, 용기를 내자.

 

아자아자 파이팅이다.

유니콘
AUTHOR PROFILE
유니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