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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3 · 05 · 16

386. 서울은 누구의 고향도 될 수 없다

Editor 우주먼지

 소설, 드라마, 영화… 세상의 이야기가 형태를 바꿔 변주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그 힘에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진실되게 가리키는 힘. 때론 허구는 사실보다 더욱 강한 법이다.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곳은 공간이다.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나는 꿈을 꾸듯 사실과 이야기의 경계를 넘나들고 그 시차에 몸을 떤다. 익숙하고 명확한 실체로 존재하는 현실의 신촌 말고, 이야기 속 신촌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가지고 신촌살이 24년차 서강대 국문과 김유빈(24)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소설 줄거리 간단 소개*

‘나’는 선술집에서 엘리트 대학원생 ‘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의미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선술집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무기력한 사내가 어울리려 한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있던 아내가 죽고 그 시체를 팔았다는 사내. 그 사실에 우울함을 느끼는 사내는 아내를 팔고 받은 돈을 ‘나’와 ‘안’과 함께 써버리려 한다. 돈을 모두 쓴 후 밤을 보내기 위해 여관에 도착한 셋. 오늘 밤 함께 있어달라는 사내의 부탁을 거절한 ‘안’과 ‘나’는 각방을 쓰고, 다음날 약을 먹고 죽어있는 ‘사내’를 발견한다. 자살 사건에 휘말리기 싫은 ‘안’과 ‘나’는 여관에서 도망치며 ‘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멍하니 서있는 ‘안’을 뒤로한 채 ‘나’는 버스에 몸을 실으며 소설이 끝난다. 

 

다소 부끄러움이 많은 김유빈 양

 

소설에서 공간적 배경이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진 않습니다. 남영동이나 종삼 같이 부분적으로만 언급되고. 또, 신촌 세브란스 병원도 등장합니다. 소설 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나요?

유빈: 1964년이면 강남이 뜨기 직전일 거예요. 여기 나온 장소들, 종로, 신촌이 그 당시 권위 있는 장소였을 거란 말이죠. 신촌 또 특히나 세브란스 병원이면 서울에서 가장 큰 병원인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1960년대 신촌로터리 (출처: 경향신문, 1969.05.16., 3면)

 

병원이라는 곳이 어쨌든 사람들이 심하게 아파서 가는 곳이잖아요. 당시 서울의 중심지 신촌에 있는 병원을 콕 집은 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하려고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큰 대학병원이고, ‘정말 죽도록 아프면 세브란스 가야지’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니까요, 서울 사람들에겐 가장 와닿는, 위독할 때 가는 곳인 거죠. 그런 면에서 당시 서울대 병원보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 더 컸을 거예요. 제 예측엔. 소설도 전반적으로 우중충하니까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곳이죠.

대학생들에게 신촌은 마냥 노는 거리로 생각될 수 있지만 신촌 하면 병원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개인적 경험을 덧붙이면, 요즘 집을 떠나와있어서 신촌 기차역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냈거든요. 거기서 생활하면서 저는 학교가 가까워서 좋다는 생각만 했는데 네이버 맵 리뷰를 보니까 세브란스 병원에서 왔다 갔다 하기에 편한 곳이었다는 걸 봤어요. 부엌도 없는 곳에서 가스버너 하나 사서 생활하는 모습이더라구요. 아마 주변 지인이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을 했거나 본인이 아파서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요. 그 리뷰를 보면서 세브란스 병원이 가까워서 숙소로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신촌이 마냥 즐거운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 맞아요. 스무 살 땐 신촌에 그냥 놀러 나왔는데 또 세브란스 병원을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른 각도로 신촌을 바라볼 수 있는 거 같아요

 

1960년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 (출처: 연세의료원 홈페이지)

 

소설에 나오는 아저씨에게 신촌 세브란스 병원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저씨에겐 아내가 죽은 곳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 아내의 시체를 해부실습에 팔아버린, 냉혹한 현실에 절망하게 만드는 장소기도 하잖아요. 앞의 대답에서 좀 더 나가서 아저씨의 입장에 더 감정이입을 해보자면 신촌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유빈: 결국 본인이 살기 위해서 죽은 사람을 한 번 더 판 거죠. 우리나라는 특히 장례문화를 끔찍이 여기는데도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서울이라는 곳이 그만큼 사람의 죽음마저도 돈의 가치로 환산시키는, 인간성이 상실된 장소라고 보이네요.

하지만 서울은 이런 면, 민낯을 숨기고 싶어 해요. 당장 신촌의 메인 도로, 연대가 보이는 일직선 도로만 봐도 왁자지껄하고 쾌적하잖아요. 노래방, 피어싱 가게, 패스트푸드점이 있고…. 하지만 가지가 뻗듯 나있는 왼쪽 옆 골목에 가면 술집이 쫙 있어요. 거기서부터 환락의 거리인 거죠. 모든 게 다 소음이고, 술자리뿐이고… 정신이 없어지더라구요.

또 오른쪽은 모텔촌이 있어서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죠. 한 번은 생얼로 그 거리를 걸은 적이 있는 데 괜히 사람들이 말 걸고 붙잡아서 느낌이 쎄하더라구요. 이런 걸보면 서울, 신촌이 욕망이 넘치는 곳이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신촌 메인 도로에서 볼 수 있듯 전면에 드러나진 않는 거죠.

: 서울이 욕망과 어두움을 감춘다는 말에 백번 동의합니다. 서울에 4년째 살면서 문득 그런 지점을 마주하면 이때까지 봐왔던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에 금이 가면서 혼란이 오더라구요.

 

소설에서도 ‘서울은 욕망의 집결지’라고 주인공의 술친구 ‘안형’이 말하죠. 누군가의 욕망이 드러난 걸 본 적이 있나요?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유빈: 최근에 아빠의 욕망을 본 적이 있어요. 아빠가 아침에 저와 동생을 깨워서 강남으로 데려갔어요. 아빠가 분양을 받은 아파트를 굉장히 찬양하시면서 강남 일대라는 점을 강조하더라구요. 사실 가족의 해체가 이루어져서 엉망진창인 상태인데도 아빠는 아파트의 장점에 대해서 설명하기에 바쁘셨어요. 저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의 재정을 계산하면서 ‘너네의 결혼자금 지원도 되고, 유산도 되고, 미래에 엄청 도움이 되는 곳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죠. 하지만 이 집은 페인트칠은커녕 어두칙칙한 공사장 특유의 분위기를 벗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또 마침 비도 오고 있어서 디스토피아 같기도 했어요. ‘단군 아래 최대의 아파트 단지’라는 문구와 희망찬 아빠의 말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죠. 그 침침한 공간에 서서 ‘돈이 뭘까. 강남이라는 곳이 뭐길래 가족의 해체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욕망이 있다면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는 거에요. 인구밀도가 높아서 지치네요. 또 사람들이 성공하려면 상경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서울로 집결하다 보니 이미 행복해질 수 없는 것 같아요. 욕심을 부리는 장소잖아요. 

 

아저씨처럼 절망감을 느끼게 만든 공간이 있나요?

유빈: 저는 강남이요. 최근에 강남역 자살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아이돌의 자살도 있어서 심란하기도 했구요. 여학생의 투신, 그 순간 모든 것이 찍혔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어요. 앵글이 바닥으로 잡혀서 더 리얼하더라구요. 그걸 보는 순간, 자신을 매개로 한 포르노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사회적 포르노요. 

: 맞아요. 죽음이라는 건 굉장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순간이잖아요. 그게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는 게 끔찍해요. 

유빈: 하필이면 그 죽음의 장소가 강남인 것도 아빠의 말과 대비되기도 해서 더 무서웠어요. 서울 중에서도 가장 서울 답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에요. 강남은. 괜히 외제차도 많다고 인지하게 되고, 추리닝만 입고 강남은 못갈 거 같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빌딩이 일자로 빽빽이 들어선, 깔끔하게 닦인 강남, 논현역을 보면 재미도 없고 인간미도 없더라구요. 

 

그렇다면 서울에서 가장 애착이 있는 공간은 어딘가요?

유빈: 재개발이 안된 곳이요. 옛 것을 나쁜 것으로 보고 재개발을 하는 게 서울을 재미없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익선동, 한옥, 고궁을 좋아합니다. 또 안국역 주변 동네를 좋아하는 편이죠. 높은 건물이 없어요. 거기엔. 특히 청와대가 있는 서촌엔 더더욱이요. 주택이 많고, 치안도 좋고, 거리도 깔끔하고. 이상적인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놀거리와 주거공간을 분리시키고 아파트만 지어올린 답답한 동네와 다르게 푸근하더군요. 

: 진짜 동의합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부수고 아파트를 쌓아 올리는 건 거주자를 존중하지 않는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디서 ‘서울은 누구의 고향도 될 수 없다’는 말을 본 적이 있거든요. 이런 도시 공간도 한몫하는 것 같군요.

 

유빈님은 지방에서 상경한 게 아니라 서울에서 살아오셨잖아요. 특히 신촌에서요. 신촌이 본가이자 집인데 포근함을 느끼나요?

유빈: 저는 이대 목동병원에서 태어나서 신촌 일대에 24년 살아왔어요. 2년마다 거처를 옮기긴 하지만 신촌 일대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죠. 그래서인지 이 일대는 익숙합니다. 어딜 가도 대중교통 노선을 다 알아요. 하지만 고향이 되기엔 너무 시끄럽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이런 생각은 지방으로 여행 가면 항상 느끼게 됩니다. 서울에 내 집이 있었다면 달랐을까요.

 

24년째 가까이서 신촌을 봐오면서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의 서울, 신촌 이미지와 현재 서울, 신촌의 이미지가 다른 점이 있나요? 또는 비슷한 지점이 있다면 뭘까요?

유빈: 신촌의 위상이 옛날 같지 않고 강남으로 옮겨갔다는 건 다른 점이죠. 더 이상 중심가로서 비유적인 표현을 쓸만한 대단한 장소는 아니니까요. 홍대, 상수, 강남과 비교해 보면 한물갔다는 생각이에요. 신촌의 ‘신’이라는 글자는 더 이상 힘이 없는 거죠. 구촌이라 해야 하는 거 아닌지요. 

그래도 여전히 놀거리와 편의시설이 복합적으로 모여있는 장소인 건 여전하죠. 세브란스 병원도 그렇고요. 

 

신촌 4년 차인 저도 이젠 신촌이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유빈님은 더 그럴 것 같은데, 최근에 신촌에서 뭘했나요?

유빈: 신촌 기차역 근처에 살기도 했지만 영화도 봤습니다. 밥도 먹고요. 김광석 칼국수요 (웃음) 신촌은 당연한 곳이라는 생각이에요. 별 생각 없이 여가, 밥, 카페를 다 해결하는 편리함을 생각하고 나가는 곳이죠. 

 

신촌은 유빈님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유빈: 당연한 공간이요. 심심하면 나가는 곳. 동네 마실 나가면 근데 쓸데없이 사람이 많아서 피곤하죠. 

 

신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신촌주민 픽이요.

유빈: 독수리 다방이요!

: 역시 국문과라 그런지 감성이 비슷한가 봐요 (웃음) 제가 알기로는 연세대에 다니던 유명 시인들의 모임 장소라고 들었거든요. 저는 그런 문학인들의 정모 장소를 굉장히 좋아해요. 영감의 장소였단 소리로 들리거든요. 

유빈: 맞아요. 그런 장소가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죠. 옛 것을 남기는 방법 중 하나인 거잖아요. 깨끗하게 보존하는 게 아니라 때려 부수지 않는 것이요. 시간의 흐름이 살아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아합니다. 홍익문고도 옛날 느낌이 물씬 나서 좋아해요. 당장 간판이 바뀌긴 했지만요.

 

유빈님의 말씀처럼 신촌은 주거, 유흥, 편의 등 복합적인 공간이고, 거기서 생활하는 청춘은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신촌에 사는 주변사람들을 보면 어떤 모습이었나요?

유빈: 제 주변엔 자취하는 애가 있었어요. 주 4회를 편의점, 카페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거죠. 월세만 부모님이 지원해 주셔서 빡빡하게 살아가는 모습이었어요. 근데 이런 질문을 할 것도 없이 당장 은서님만 봐도 비슷한 모습이잖아요! (웃음)

: 맞네요 하하 기숙사에 살면서 생활비를 위해서 알바하고…. 뭐 다 비슷한 모습인가 봐요. 

 

아저씨에게 줬던 시선을 다시 소설의 결말로 돌려볼까요. 소설에선 술을 마시고 여관방에 각자 들어가서는 결국 혼자서 우울함을 감당할 수 없었던 아저씨가 약을 먹고 죽습니다. 새벽에 시체를 확인한 안형과 김형은 여관에서 도망나와 각자 헤어지죠. 버스를 타는 김형의 시선에 생각에 잠겨 멍하니 서있는 안형이 담기면서 소설이 끝이 나는데요,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유빈: 소설에선 대학생인 안형과 김형은 관찰자 느낌이 강하죠. 저는 솔직히 서울의 대학생은 부르주아 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하면… 지방 대학생이나 서울의 대학생이 아닌 20대에 비해 누리는 게 많다고도 생각하고… 소설의 안형과 김형 둘다 본인의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긴 해도 엘리트고 공부도 나름 하는 축에 속하는 거죠. 그런 인물들이 술집에서 아저씨가 다가왔을 때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여관에서 각방을 쓰자는 것처럼 거리도 두잖아요. 그런 점이 마지막의 자살의 원인으로 이어지구요. 

이런 결말은 타인에 대한 단절감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소설에선 대학생을 중심으로 보여줬지만 현실에선 서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타인과의 비교가 쉽다는 점이 단절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해요. 멋진 옷, 화려한 차… 그걸 가진 사람을 보면 동경을 할 순 있죠. 하지만 우리는 저 사람의 속내가 뭘까라는 생각은 잘 안해요. 

: 맞아요. 사실 한 사람의 외형보다 신념, 가치관 같은 것들이 중심부를 이루는 거잖아요. 중심부이기 때문에 무게감이 있는 건 당연한 건데 우린 무거움을 이유로 그런 것들에게 시선을 잘 주진 않죠. 

유빈: 진지한 것들에 대한 공유, 즉 대화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죠. 나와 비교하면서 정신은 피폐해져가지만 그걸 치유해 줄 곳은 없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이런 감정을 유독 느끼는 건 서울이 ‘욕망’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목표 성취에 집중하느라, 불필요한 곳에 힘을 소모하기 어려운거예요. 사회 전반적으로 그런 측면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런 점이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죠. 최근에 들은 ‘서울 촌놈’ 얘기가 생각나네요. 서울 애들은 자기소개하면 ‘~~동 살아요’하고 당연하게 나오는데, 지방 멀리서 온 사람들은 못 알아듣잖아요. ‘중구 살아요’하면 각 지역마다 중구는 하나씩 다 있잖아요. (웃음)

: 맞아요 대구도 중구 있어요 (웃음) 제 서울 사촌은 대구를 시골이라고 하더라구요

유빈: 제 주변인만 해도 서울, 제주도, 독도. 그외 지역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자기 중심적 사고가 자신의 주거지 얘기를 할 때 드러나는 것 같더라구요. 서울에 인프라든 뭐든 몰려있고 편하게 조직되어 있어서 그런가 다른 건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해요. 타인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잘 못해서 서울깍쟁이, 서울 촌놈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 같기도 해요.

 

소설 막판에 안형이 김형에게 ‘우리 좀 늙은 것 같다’고 물어보잖아요. 안형의 말처럼 본인도 ‘늙었다’고 생각하나요?

“두려워집니다.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유빈: 물론 나이로 치면 늙은 게…

: (웃음) 소설에서 ‘늙었다’는 말의 의미가 있잖아요 그 점부터 짚어주세요! 

유빈: 서울의 무뚝뚝함을 가중시킨 건 기성세대라고 생각해요. 기성세대의 입장에선 치열하게 살아서 그 위치에 도달한거 니까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힘듦을 방관하는 쪽이죠. 그런 점에서 기성세대와, 소설에서 데모, 운동권을 언급하는 젊은 세대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운동권이 한창이었던, 운동권을 지향하는 학생에서 한 사람의 죽음을 방관하는 현대인으로의 늙음이요. 죽음에 통탄하기보다는 외면하고, 도망치기 바쁘다는 점에서 삶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걸 ‘늙었다’고 표현하는 것 같네요. 

: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운동권과 나 살기 힘들다고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 이 둘의 대비가 그러고 보니 보이네요. 

유빈: 그런 의미에서 저도 늙은 거 같아요. 사회적 부조리를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고, 용기도 부족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본의 개인주의를 우리나라가 따라가는 거 같아요. ‘정’도 옛말이고 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하고. 남에게 말 한마디 걸어볼 용기조차도 없는 것 같아요. 불확실하고 통제불가능한 상황 대신 경험론적으로 삶을 풀어보려는 모습이 나타나는 거 같아요. 시행착오는 피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이요. 진로도 고시가 짱이고 앞길이 훤히 보이는 게 좋고 그런 거 있잖아요. 

 

타인과 사회에 대한 무뎌짐이 고립감을 더 키우는 거 같기도 해요. 서울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빈: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그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대면이 아니더라도요. 저번 학기에 ‘문학과 문화콘텐츠’라는 수업에서 ‘원미동 사람들’*을 패러디해서 ‘신수동 사람들’이라는 콘텐츠를 다른 학우분이 만드신 걸 봤어요. 신수동과 관련된 각자의 이야기를 쓴 포털을 열어서 다른 사람도 각자의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했죠. 

(*원미동 사람들: 원미동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80년대 소시민의 삶을 그려낸 양귀자의 연작소설)

: 공감과 공유의 측면에서 이야기 즉, 허구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수호하는 국문과로서 이런 순간에 활력이 돈답니다!!

유빈: 맞아요. 저는 최근에 집과 관련해서 많은 일들을 겪었어서, 기회가 된다면 집이 없는 삶에 대한 좋고 나쁜 점을 담은 글을 써보고 싶네요. 저는 서울, 특히 신촌에 살아왔으니까 서울 얘기는 무조건일 거구요. 때론 이야기가 사실보다 더욱 강력할 때도 있으니까요. 

: 저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간 설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빌딩을 깔끔하고 높게 쌓아 올리기보다는 역사, 그러니까 시간의 흐름 속 흔적을 살리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대화 중 마셨던 커피의 텁텁함과 함께 ‘서울 이곳은’의 한 구절이 목구멍 뒤로 넘어가지 못한 채 혓바닥 위를 굴러다녔다. 최면을 걸듯이 서울의 외로움을 곱씹으며 소음으로 가득 차 시끄럽고 혼잡한 거리 속으로 휘적휘적 다리를 내저었다.   

우주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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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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