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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3 · 10 · 30

가동하는-교차하는 삶: 이질감

Editor 브리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찰나를 살아가는 행인이기에, 찰나가 지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나그네이기에. 순간을, 현재를 남겨 간사한 나의 뇌에게 뒤돌아볼 기억 조각을 남겨주는 느낌이랄까.

 

 

모든 것이 빠르게 생겼다 사라지는 이 새마을(新村)에서, 우리가 살아간다.

익숙한 것 사이에서 새로운 것을 찾다가도,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발전했다가 눈 떠보니 끊어져 있는 인연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면서.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다가도, 나 혼자 두드러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가도.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났다가도, 무작정 내딛는 발걸음이 극도로 무서웠다가도.

무계획이 낳는 낯선 것에 짜릿하다가도, 익숙한 것이 그리워지다가도.

그만 살고싶다가도, 죽기는 죽도록 무섭기도.

 

 

 

 

지독하게 간사한 나에 대한 권태가 머릿속에 가득해질 때쯤,

모든 것이 익숙하게 느껴져 삶의 한가운데 놓인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해졌을 때쯤,

죽음을 만났다. 이 새마을 한복판에서.

 

 

푸릇한 대학가에서 만나기엔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대라는 생각을 하며 들어선 이 공간.

좌측 벽에 보이는 검은 판들에는 서로 다른 죽음의 사유들이 적혀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오색빛깔의 모빌을 지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 영상을 보러 가는 길에, 각자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이 태연하게 적혀있다. 읽고 있노라면, 뭔지 모를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올려둔 기분이 들었다.

 

죽음은 다른 여러 의미들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끼어 있었고, 다른 여러 의미들은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끼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삶이 그런 걸 수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건물이 빠르게 지어졌다가 사라지듯, 사람도 빠르게 떴다가 진다.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필연적으로 사람은 죽고, 죽지 않은 사람은 살고 있으니까. 살고 있기에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그러면서 각자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거겠지.

 

 

죽음이 안내하는 통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보니 꼭대기 4층에 외로운 사진 하나가 우두커니.

행인을 바라보고 서있다.

 

 

따뜻한가.

아니면 시리게 외로운가.

 

 

사진을 보고 드는 여러 가지 감정에 또 한 번 이질감이 들어 숨을 한 번 몰아쉬고는,

 

마지막 작품을 보러 밖으로 향했다.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감정을 이고 죽음을 생각하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의 해방감.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멀리 이 새로운 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펼쳐져 있었다. 가뿐함도 잠시, 청량한 소리로 가득한 것만 같은 이 조각들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죽음을 간과하는 것만 같은 죄의식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만질 수도, 맛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이 작품을 보며 죽음을 떠올린다.

죽을 때까지, 어쩌면 죽어서도 경험할 수 없는 죽음은 마치 눈으로만 보는 이 조각들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그네는 절대 알 수 없는 죽음. 낯설다.

그럼 죽은 것들은 산 것들을 보며 이질감을 느끼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죽은 것들도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는 건데 그러면 동질감을 느끼려나.

또 한 번 정신없도록 간사한 자신의 뇌에 자조하며 이 사고를 멈춘다.

 

 

 

 

그래. 이래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사한 나의 뇌가 현재만을 생각하며 단편적인 사고를 하려고 할 때 그것을 깨우기 위해서. 방금 전에 한 생각도 잊어버리고 새로운 생각이 유일한 생각인듯 매몰되어버리는 나그네답지 않은 행동을 하기에.

 

 

움직이는, 보이는 것들은 참 바쁘게 움직인다. 그 속에서 수많은 탄생과 소멸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가동하는 이미지 속 교차하는 이야기는 사실 모든 인간사에 대한 적절한 제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것조차 잊은 채 일상을 살아가러 1층으로, 밖으로, 다시 새로운 마을로 향한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푸른, 이 새로운 마을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이 가동하는 – 교차하는 마을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라며.

매주 지나다녔던 복도에, 이런 의미들이 숨어 있었다는 것에 놀라며.

 

 

 

 

 

 

신촌문화발전소 기획전시

<가동하는 이미지 – 교차하는 이야기>

구의진, 김지현, 박호은, 윤결, 조정환

신촌문화발전소 1 – 4층

2023.9.9. – 2023.12.30.

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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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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