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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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4 · 05 · 27

개, 벌, 죽에 누워라!

Editor 삼식

쏟아진다

 

그렇게 느끼던 때가 있었다. 어떤 것에 힘을 쏟는다는 것은 그냥 쏟아지는 것 같았다. 고요히 잘 담겨 있다가, 갑자기 쏟아진다.

그릇 때문이었다. 애초에 담겨 있지 않았다면 쏟아질 일도 없었다.

 

그릇!

 


아민 이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31]

/ 색다르게 담아보기

 

아메리카노 세 잔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때 드는 생각, 조마조마한 긴장.
그릇을 볼 때마다 그런 것들이 재생되었다.

 


티앙팡 오후의 홍차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34 2층]

/ 쏟아지거나, 흔들리거나, 깨질지도 모른다

 

유리잔이 흔들린다! 아메리카노도 같이 흔들린다!
이번에는 찻잔이 들썩인다! 웨딩 임페리얼 혹은 뭐더라, 어쩌고 엘리판트. 아무튼 그것도 들썩인다!

그런 심심한 상상을 하며 웹진 <잔치>에 접속한다.
사방으로 그릇이 한가득 늘어선 디저트 가게에서.

 

신촌을 흔들자

신촌을 아주 거머쥐고 휘둘러보자

그러면 우리가 들썩인다

 

 


베지밍베이크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11길 7 1층]

/ 처음 먹어보는 비건 케이크, 케이크를 내어 온 그릇

 

여담이지만, 성당 부근에서 케이크를 닮은 사람을 본 적 있다.

 


베지밍베이크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11길 7 1층]

/ 그가 담긴 곳은?
/ 그를 내 앞에 내어 온 그릇은?

 

흐르는 것들은 쏟아버리고

멈춘 것들은 으스러뜨리자

신촌을 뒤집으면 누가 꺼떡댈지 실험해 보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릇은 이렇게 센다고 한다.

 

개, 벌, 죽

 

그릇 세 개는 그릇 세 벌.
그릇 열세 개는 그릇 한 죽 하고도 세 벌.

죽이 척척 맞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란다.

 

담는 것, 쏟는 것, 죽이 맞는 것?

어려운 말이다. 화면 속 글자들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이것이 담긴 것이다

너희를 뉠 자리는 신촌

내가 발 뻗고 누울 자리도 신촌

 

다음, A에게 뛰라고 시킨다

경의선 숲길을 빈틈없이 들쑤시자고 선동한다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자

 

자고 있던 너희는 눈을 번쩍 뜬다

나는 발 뻗고 깊이 잔다

 

그릇이 흔들린다!

이것이 담긴 것이다

 

 


쏟아지는 것을 주저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 벌, 죽에 눕기로 한다!

무슨 말이냐 함은,

 

그릇이 신촌이라 명명된 것일 뿐, 생동은 무한하다.

겪는 모든 것의 한계가 명확해 보이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무한한 우리는 신촌에 담겨 유한한 양태로 나타날 것이므로

 

그래서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 해 줄 수가 있다.

언젠가 쏟아질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함께 담겨 있고

사실 떨린다는 것은 생동의 증거라서

 

우리가 신촌을 울리면 신촌은 우리 표면을 흔들고

그렇게 쏟아지거나, 들쑤시거나, 깊이 자거나, 상상하거나, 실험하기로 정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것은 신촌을 뒤집으면 우리

우리를 뒤집으면 신촌이라는 뜻이라서

 


북카페 파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34 신흥빌딩 3층]

/ 뒤집지 않기로 정할 수도 있다

 

우리 형태를 잡아주는 그릇이 신촌이다.

흐무러지는 우리 어깨를 붙잡고 드러내는 것이 신촌이다.

 


클로리스 신촌본점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4길 38]

/ 평화로운 그릇도 존재한다

 

웹진 <잔치>에는 이런 프레이즈가 적힐 예정이란다.

 

나는 발 뻗고 깊이 잔다

이렇게 담겨 있어서 쉬이 쏟아지지 않아서

설령 쏟아지더라도 그것은 생동이라서

 

너희도 개, 벌, 죽에 누워라!

 

 


티앙팡 오후의 홍차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34 2층]

/ 신촌에 담겨 생생히 살아가자
/ 바닷가 창공에 담긴 갈매처럼
/ 부절히 움직인다는 지구에 담긴 숨들처럼

 

 



우체통

/ 무엇을 담은?

 


포스트 – 그릇

/ 이런 상상도 해 볼 수 있겠다

 


이화여자대학교

/ 에디터가 담긴 그릇

 


우리의 생동을 좀먹는 그대야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고 열망하고 분노하고 사랑하는 진실로 신촌다운 수천 죽의 그릇일지니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그치지 않는다 꿈을 꾸는 기분으로 거닐고 춤을 추는 기분으로 정신없이 비틀거리더라도 무엇이든 나름의 의미가 있으니 어떤 것이든 잡아서 신촌에 푹 담가 보는 것이 기어코 우리 생동

우리는 신촌을 담고 신촌은 우리를 담아 세계는 따스하고 우리는 비록, 비록, 비록, 당장에 참으로 우습고 비통한 ‘꼴’일지라도 A처럼 뒤흔드는 이가 있고 모두 제 자리에서 자신 몫의 투쟁을 하고 싸워 이기고 가끔은 져 주기도 하니 이렇게 복잡다단한 신촌에서 우리는 기뻐 뛴다

우리는 평안히 담겨 뒤척인다
우리는 여기 담겨 어영차 신촌을 움직인다!
이렇게 향긋한 것이 생동 그리고 이것이 신촌을 담는다는 것

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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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

하루에 밥 세 끼 먹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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