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EOPLE 2024 · 07 · 23

432. 정예림, 에디터 삼식

Editor 유니콘

오해 없인 이해도 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호기롭게 말했지만, 사실 쉽게 잊어버리는 전언이다. 적어도 나의 해석은 틀리지 않을 것이란 무의식 속 자만을 거쳐 상대를 마주하곤 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이해는 필연적인 오해라는 걸 여실히 깨닫게 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우리의 거리는 왜인지 아득해서 실패하는 공감만이 쌓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허무하고 쓸쓸한 법칙이지만, 숱한 실패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왜인지 퍽 웃기다. 삼식과의 대화가 그랬다.

 

이런 거지? 아니, 요런 거야. 아아, 그럼 저런 건가? 음, 그런 거에 가깝지. 아아 그럼…  응, 맞아. 

 

시도와 체념 끝에 남는 너털웃음. 그걸 받아들이고 즐기는 눈빛 앞에선 자연히 말하게 된다.

 

그래, 우리 그냥 이렇게 오해하며 살자. 실패를 거치며 거듭나보자. 어차피 우린 다 바보니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삼식이에요. (웃음)  21살입니다. 

 

보통 본명까지 말하는데 잔치꾼 이름으로만 소개한 사람은 처음이에요. 삼식이란 이름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저의 정체성이라고 느껴요. 삼식이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는 뜻이잖아요. 저는 항상 세 끼를 못 먹는데 밥을 안 먹으면 루틴이 깨지게 되더라고요. 목표를 세 끼로 잡아야 두 끼까지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삼식이라고 정했어요. 다른 목표를 세울 때도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높게 설정하거든요. 살짝 못 미치지만 평균은 갈 수 있게요. 

 

매번 목표를 높게 세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사람 바이 사람이라고 느껴요. 친구에게 추천해 준 적 있는데 목표를 못 이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어하고 자책하더라고요. 저는 목표를 못 이뤄도 상관없거든요. 그런 욕심이 없으면 좋은 방법이에요. 그런데 사실 삼식이라고 지은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귀여워. 너무 대놓고 귀엽지도 않고 딱 좋지 않나요?

 

귀여운 게 추구미군요. 동의합니다. 삼식 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요즘은 가족 일로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 정신이 없네요. 그 때문에 전시에 쓰일 글을 제출 못 해서 너무 아쉬워요. 전시 TF팀 활동도 분위기가 재밌어 보여서 들어가면 좋았을 것 같아요. 토크 콘서트 팀에는 들어가 있지만요.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에디터로 활동하기 전부터 잔치의 애독자였다고 밝혔잖아요. 

제가 애독자라고 말한 적 있나요?

 

아닌가요? 사랑한다고 했었나?

음, 저는 글을 쓰는 에디터를 사랑하게 되는 마음이 커요. 잔치는 한 명 한 명의 글을 담는 플랫폼으로 다가오고요. 특히 좋아하는 글이나 에디터들도 있는데, 그것으로 잔치를 사랑한다고 하기엔 너무 국소 부위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운영진이자 저의 친구인 연두 에디터가 잔치를 너무 좋아했고, 저는 연두를 너무 좋아해서 들어오게 된 부분이 있어요. 평소에 연두가 잔치 얘기를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참 좋다고 했거든요. 저도 거기에 끼고 싶었어요. (웃음)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군요. 에디터로 잔치에 들어오고 느꼈던 인상과 비슷했는지 궁금하네요.

말만 들었을 땐 사람들 간의 끈끈한 유대와 친밀한 관계가 주처럼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일과 관련된 부분이 도드라지더라고요.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래서 더 좋았어요. 너무 놀자판이면 안 되니까 할 건 하고 놀 건 노는 게 좋았죠. 

사실 신입 부원으로서 기존 기수들 간에 끈끈하게 형성된 라포를 비집고 들어간다는 게 부담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나 들어가겠어!’ 하면 안 끼워주는 사람들이 아니더라고요. 무조건 끼워줘요. 막상 들어가 보니 어렵진 않았다는 느낌이었어요. 우선 들어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요. 

 

아트팀에 소속되어 있는데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사실 1지망은 피플팀이었어요.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피플팀이고 실제로 하고 싶은 건 아트였죠. 중학생 때부터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고 창작도 흥미로웠고 그걸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앞으로의 나를 생각하면 피플팀이 끌렸어요.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쌓고, 그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결과적으론 아트팀에 왔지만요. 그래서 좋아요. 아트 짱. (웃음)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걸 지속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글과 글쓴이의 이미지에 부조화가 보일 때 흥미를 느껴요. 삼식도 약간의 간극이 있다고 느꼈고요. 동아리 내에서는 엄청 해맑고 모두들 귀여워 하잖아요. 그런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요?

이미지가 아니라 그게 저예요!

 

그런 인식이 불편하진 않군요. 오히려 선호하는 건가요?

인식이 아니라 그게 그냥 저예요!

 

죄송해요. 귀여운 게 그냥 본인이다.

귀여운 건 아니고 해맑은!

 

그렇군요. (목을 가다듬는다) 질문을 드린 이유가, 어떤 이미지 때문에 못 꺼내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예요. 보통 고정된 이미지가 있으면 쉽게 타파하지 못하니까요.

그렇군요. 저는 앞서 말한 모습이 저의 고정된 이미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글에서도 저의 숨은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니고,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보여준 거예요. 그래서 여러 모습이 간극이 아니라 이렇게 하고 있는 것도, 저렇게 하고 있는 것도 나인 거죠. 

저는 마냥 밝은 사람을 보면 ‘분명 밝을 수만은 없는데, 어두운 면이 없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을 다 모른다고 느끼면 불편하고 불안해지고요. 제가 많이 해맑다 보니 왜인지 의미심장할 것 같다는 식의 말을 예전에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보여준 글들에서 저는 모종의 반항기를 느꼈어요. 오류, 재구성, 흔들림, 투쟁과 같은 키워드들 때문인 것 같아요. 외부의 것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본인 안에서 가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런 것들이 본인과 가까운 면모일까요?

저라기 보다는 취향이에요. 지금 보는 것처럼 전 굉장히 밝고 딱히 어둡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요. 이게 저의 모습이라면, 말씀하신 것들은 취향이죠. 나의 것이기도 하면서 나의 것이 아닌 느낌. 글로 쓰면 그것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잖아요. 그것들을 외부에서 보는 게 너무 재밌고, 다루기 힘들 수 있는 주제들을 제가 마음대로 다루고 있다는 자체가 재밌어요. 

 

탐험처럼 글을 쓰는 거네요.

맞아요. 취미고 취향이에요. 보통 글을 보고 저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딱히 그렇게 해서 이해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피아니스트라고 해보면, 곡 중엔 가볍고 밝은 것도 있고 어둡고 무거운 것도 있죠. 저는 그냥 무거운 곡을 한 음 한 음 눌러 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아요. 밝은 것도 연습하면 칠 수 있겠지만 딱히 취향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이네요. 저는 글에 글쓴이의 내면이 녹아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과 꽤 거리를 두고 분리된 글을 쓸 수 있는 거네요. 이 자리에 오해를 많이 갖고 온 것 같아요.

괜찮아요. 나에게 아예 없는 걸 쓰기는 정말 어려운 거니까 그런 부분들도 어느 정도 저에게 있는 거겠죠. 

 

이것도 큰 오해일까 봐 두려워지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키워드들을 통합적으로 묶는 또 다른 키워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저는 ‘후회’가 떠오르더라고요. 저의 필터를 거치면 그것들의 합은 후회에요. 그래서 이 사람도 평상시에 많은 후회를 할까 궁금했었어요.

제가 혹시 글을 잘 못 쓰나요? 

 

아니요?

저는 후회를 전혀 하지 않아요. 음, 제가 후회를 안 하니까 후회하는 걸 쓰는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후회를 좀 하는 편이었는데, 한 선생님이 지금의 선택이 결국 최선의 선택이니까 했을 거란 말을 해주셨거든요. 그다음부턴 후회되는 상황일 때마다 그게 최선이었으니 했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난 지금까지 최선의 선택밖에 안 한 거라 전혀 후회하지 않고 그냥 행복하게 삽니다.

 

그렇군요.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참 드물다고 느껴서 신기하네요. 자기 말을 진짜로 믿고 있는 거잖아요. 어쩌면 말씀한 것도 흔한 클리셰인지라 말하기는 쉽지만 체화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후회하는 것 자체가 그 상황에서의 최선이기 때문에 후회하는 거라서 그것도 괜찮아요. 

 

그런 짤을 아나요? 겉으로는 말랑한 두부상이 속으론 기가 세고, 겉으로 기가 센 사람이 속으론 두부 같다는. 삼식도 거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안에 단단한 기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일기 써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엔 잘 못 쓰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매일 썼거든요. 그때는 생각이 확확 바뀌잖아요. 그러니까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내 생각을 쓰는 게 의미가 컸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 고정이 되어서 똑같은 기록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또 문헌정보학과잖아요. 너무 비슷하게 양산된 기록은 의미가 없거든요. (웃음)

 

고정된 면모 중 하나만 말해줄 수 있을까요?

저 거짓말을 잘 못해요. 친구랑 노느라 밖에서 잘 때가 있잖아요. 그냥 공부하고 온다고 거짓말하면 되는데 저는 노는 와중에 10분이라도 공부를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저 절대 그 말 못 해요. 

 

정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요.

갑자기 생각난 일화가 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내신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1점 차이로 1등급과 2등급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서술형을 약간 틀리게 썼는데 정답 처리가 되어서 1등급이 됐거든요. 그때 선생님에게 제 답안이 틀렸다고 말해서 2등급으로 내려갔던 적이 있어요. 이후에 선생님이 정직한 예림이 예쁘게 크라면서 책 선물을 주셨어요. 그게 굉장히 세게 박혀 있어서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사실 별로 안 좋아요. 딱히 좋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에요. 불편할 때가 너무 많아.

 

엄격하네요. 칸트형 사람.

친해지기 전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요, 친구들은 칸트가 절대 아니라고 해요. 저희는 아직 그 단계인 것 같네요. (웃음)

 

사실 아까부터 제가 해석하는 것과 계속 맞지 않아서 엄청 당황하고 있어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근데 얘기하면서 저, 도리, 유니콘이 비슷하다고 느껴요. 예전 도리 에디터의 인터뷰를 보면서 느낀 것이기도 해요.

 

저도 직관적이진 않고 우회적으로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도리 에디터는 제가 닮고 싶은 아우라를 갖고 있어요. 제게 아우라는 없지만 나중에 성장하면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저의 추구미거든요. 가만히 있어도 속에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본인만의 생각을 정립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해서 행동하는 느낌. 유니콘은 아니지만 도리에게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멋있어 도리 언니. 그리고 너무 예뻐. 저 예쁜 여자 좋아하거든요. 

 

삼식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있는데요. 사실 묻고 싶은 건 비는 시간에 뭐 하고 사는지에요. 솔직히 그게 제일 궁금해.

정말 아무것도 안 해서 너무 민망하네요.

 

생각 없이 하게 되는 것, 루틴, 적극적으로 찾는 것 등 아무거나 괜찮아요. 이게 오히려 어려운 질문이군요.

비는 시간에 핸드폰 해요. (웃음) 자칫 굉장히 나태해 보일 수 있는 질문이네요. 아, 저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려요. 또 종이로 뭔가를 만들거나 뜨개질도 하고 피겨(?)도 하고 간단하게 하는 취미는 이미 많아요. 실제로 시간이 많이 비지는 않고, 연애를 하니까 비는 시간에는 대부분 애인을 만나고요.

 

정말 빼곡하네요.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은데요, 다음 학기에 어떤 느낌의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한 게 있나요?

오,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지금 한번 생각해 볼까요? 우선 정보성이 담긴 글을 쓰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이번 학기 글은 너무 제 취향을 반영한 느낌이 있는데, 잔치는 웹진이니까 대중성을 좀 더 좇을 것 같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할지. 그냥 그때 가서 생각하겠지. 

 

진정한 작가예요. 작가는 마감이 주는 힘을 믿죠.

맞아요. (웃음) 아 피플팀 글을 번외로 써볼게요.

 

운영진이 좋아하겠네요.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드릴게요. 무언가에 이끌려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을 한 경험이 있을까요?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요. 일상적이거든요. 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을 항상 해요. 카페 갔을 때 원래 안 먹던 건데 맛있어 보여서 갑자기 먹는 것 같은 것들? 제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어서요. 요즘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는데, 저는 담배를 안 피우지만 일을 하면 담배 종류를 다 알게 돼요. 어떤 게 전자담배고, 어떤 걸 많이 사가고, 가격은 얼마고 등등. 아예 무지하던 세계를 알아가는 게 너무너무너무 재밌어서 다른 선택을 할 때도 몰랐던 걸 따라가는 것 같아요. 그것도 일종의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내 세계를 넓히는. 

 

ㅡ 

 

 

근데 벌써 끝나요? 재밌는데 저희 더 얘기해요. 이건 어때요? 제가 받은 질문에 유니콘도 답변하는 거요. 

 

제가 준비해 온 질문에 저도 답을 하라고요…

 

그렇죠. 제가 또 문헌정보학과라서 정보의 불균형 참을 수 없거든요. 내 정보만 너무 많이 보여진 것 같으니까.

 

인터뷰는 본디 불균형의 자리인데…

 

아까 그 질문 궁금해요. 글에서 본인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거…

 

.

.

.

 

불균형을 참지 못하는 삼식에게 되레 인터뷰를 당하고 돌아갔다. 난 영문학과인데 영어로 인터뷰할 걸 그랬나. 영어가 한없이 불편한 무늬만 영문과로서 반격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날의 대화는 상대방을 탐독하는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이렇게 서로를 적극적으로 알고자 했던 적이 얼마 만이었던지. 이럴 때면 날카로워지는 신경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 뾰족함은 상처만을 입히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선명해질 것 같아서.

유니콘
AUTHOR PROFILE
유니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