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 신촌생활 길잡이, 김미래

[@honbob.log: 어쩌다 신촌살이 10년차의 우리동네 보물지도]
신촌러라면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계정’, 혼밥로그. 인스타그램에서 신촌을 소개해온 지 어느덧 7년째라고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처럼 신촌을 종횡무진하며, 보물 같은 공간을 발굴해내는 이 계정의 운영자는 어떤 사람일까? 혼밥로그 계정의 운영자, 김미래 씨를 만났다.
혼밥로그 계정을 보며, 신촌을 요리조리 활보하시는 운영자 님이 궁금했어요. 미래 님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포구 신수동에 사는, 엊그저께 31살이 된 김미래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퇴사하고 동네에서 지내며 쉬고 있습니다. 동네 카페 에토라에서 알바도 하고, 본업 외주도 받아 하며 여유로운 생활 중이에요. 동네와의 인연을 더 단단히 쌓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장님들, 동네이웃들과 친구가 되어 지내시는 일상이 신기하고, 또 부럽기도 했습니다. 원래부터 이렇게 주변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편이신가요? 혹은, 계기가 있으셨나요? 비결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 MBTI는 ‘I’(내향형)인데요, 그대신 낯을 가리지 않고 외부에 관심이 많아요.

(내향형이요?)
가게를 방문하면 사장님께 이것저것 여쭤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언더독 커피에 와서도 ‘왜 가게이름이 언더독인지’, ‘왜 메인스트림이 아닌 비주류 커피를 취급하시는지’ 여쭤봤었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ettorah에 갔을 때도 사장님께 ‘아무것도 없는 이 신수동 골목에 가게를 차리게 된 이유’를 여쭤봤었는데요. 사장님께서 이 동네 토박이시고, 여기에서 30여 년을 살아 오셨대요. 그래서 이 동네에 녹아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둘 알아가는 게 재밌어요.
신촌이라는 곳을 이토록 애정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촌에 사는 사람은 많지만, 이토록 동네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신촌’을 좋아하려고 좋아했다기보다, 그냥 제가 사는 곳이니 즐기게 된 거예요.
제가 성수 바이블(성수 지역 큐레이팅 인스타그램 계정)한테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요. ‘자기는 그냥 살고있는 곳을 사랑하는 거다. 어릴 땐 홍대에도 살았고 연남, 신촌, 다른데서 산 적 있는데 그때마다 자기는 몸담고 있는 곳을 사랑했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즐길 거리를 찾는 거죠. 그게 몇 년이 됐든, 내 인생의 일부를 보내는 장소인데 거기서 잠만 자고 지내기는 아깝잖아요? 이 공간에 애정을 붙일 곳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돌아다니는 거예요. 사는 곳에 정을 붙인다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해로 신촌살이 10년차시라고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신촌에서 지내게 되신 건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별다른 연고가 없었습니다. 조금 의외죠? 신촌은 학교도, 학원도 많다 보니 연고가 있어 온 사람이 대다수잖아요.
하지만 그래서 신촌을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보통 연고가 있어 오게되면, 그 연고가 없어질 때 떠나잖아요. 저 같은 경우 애초부터 없었으니 떠날 계기도 딱히 생기지 않는달까요.
많은 장소들 중 특히 애착이 가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아무래도 진심을 느낀 공간. 그 공간이 꼭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공간을 가꾼 사람의 마음이 보일 때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공간은 확실히 사람하고 뗄레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럼요.
좋아하는 공간이 오래오래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 현실 이잖아요. 아끼던 공간이 사라져서 섭섭하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죠. 저는 집 앞 스타벅스 없어진 거에도 섭섭해하는 사람이라서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던 햄버거집이 없어졌을 때는 정말 너무 슬펐어요. 그때 진짜 울었어요. 제가 햄버거 진짜 좋아하거든요…

(사진: jazzypatty)
이대 앞에 자주 가던 카페들도 많았는데 이젠 다 사라졌고요. 신촌은 사람들이 많이 바뀌듯, 가게들도 계속해서 바뀌는 것 같아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없어지는 곳들이 있는 만큼 새로 생기는 곳이 있잖아요. 있는 것들 중에서 즐거움을 찾아다니면 된다고 생각해요.
계정에 소개하지 않고,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발동하는 공간도 있으신가요? 반면, 여기는 널리 알려야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공간이 특히 그런지 궁금합니다.
옛날에는 종종 그랬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웬만하면 다 소개하려고 해요.
저뿐 아니라, 제 주변의 혼밥로그 팔로워들은 특이하리만치 혼밥로그 계정에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의견을 모아보니, ‘여기는 “진짜”다’, ‘진또배기만 알려주시는 게 느껴진다’와 같은 인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했습니다. 멋들어진 사진과 유행을 빠르게 좇는 큐레이팅도 좋지만, 상업성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는 지역큐레이팅 서비스에 다소 지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다름아닌 혼밥로그의 ‘진심’인가 봐요.
옛날에는 광고도 받아봤는데 이제는 받지 않아요. 광고를 받아 봤더니 진심이 아니라 의무감에 글을 써야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그러니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 뒤로 광고는 과감하게 접고 정말 맛있었던 곳들만 올리고 있어요. 돈은 안 되지만, 사람들이 그걸 보고 반응해주는 게 재밌잖아요.

제 계정은 멀리서부터 오시는, 맛집 좋아하는 분들보단 여기 동네사람들이 보시더라고요. 혼밥로그는 “여기 새로 생겼는데 가보셨어요?” 하는 말을 이웃들에게 건네는 계정인 것 같아요. 재밌는, 즐거운 동네 생활 길잡이 느낌이랄까.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가끔 다른 지역을 쓰긴 하지만, 결국 신촌을 주로 쓰게 되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아요. 동네 사람들이 좋아할 것들을 쓰게 돼요. 광고를 안 받으니 돈은 안 되겠지만, 친한 가게 가면 감자튀김이라도 하나 주시니까 그걸로 먹고 사는 거죠.
모두 동네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오프라인 번개, 카페와의 이벤트(ici 나타 따봉도치 이벤트) 등도 하시더라고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이렇게 로컬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신다는 점이 너무나 대단해 보입니다. 저희 잔치의 지향점도 여기에 있으니까요!
미래 님께서 궁극적으로 꿈꾸는 신촌의 모습이 있으신지, 그 모습을 위해 앞으로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으실지 들어보고 싶어요.
‘의무감은 없지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딱 그정도의 거리감.’ 이웃이 주는 편안함은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이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해줄 방법이 있다면 혼밥로그 계정을 통해 여러 시도를 해 보고 싶어요.
맛집 지도 발간이나, ‘블루리본 스티커’와 비슷하게 ‘혼밥로그 스티커’를 단골집에 나눠주고 다닌다거나 하는 활동을 생각해봤어요. 꼭 맛집과 관련된 게 아니어도 좋아요. 많은 사람들을 모아보고 싶네요!

혼밥로그의 pick! 경의선 숲길 피자 맛집 셔우드
이 날은 ‘혼밥로그 계정의 구독자들 중 아직 셔우드를 못 가본 사람들의 번개 모임’이었다.




8월의 감자대소동
절친한 카페 사장님으로부터 감자를 선물 받은(?) 미래 씨는
에토라에서 감자샐러드샌드위치를 만들어 혼밥로그 구독자 분들을 비롯한 주민들께 나눔이벤트를 열었다 🥔
지금까지 혼밥로그를 운영하면서 생겨난 소중한 인연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가벼운 듯, 무거운 듯 지내는 인연이 정말 많죠. 가게에서만 해도 사장님들부터 옆 자리 손님들이랑도 알게 되잖아요. 그리고 다 동네 주민이니, 우연히 다시 보게 되는 일이 금방 생기기도 해요. 그렇게 아는 이웃이 되는 거죠. 얼굴만 봐도 반가워지는 사이가 생긴다는 건 참 좋다고 생각해요.
가까이에 있고, 또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이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이 좋아요. ettorah에서 일하고 있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겠죠?

한낮의 ettorah와 미래 씨
혼밥로그 계정으로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동네에 제 또래가 많은데, 대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되고 나면 외로운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집-회사만 반복하는 생활 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모르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가끔 밖으로 데리고 나와 맛있는 음식, 즐거운 시간을 경험시켜드리고 싶어요. 넷플릭스, 유튜브, 집에서 쉬기 말고도 퇴근하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걸 느끼셨으면 해서요. 그게 좋으셨을 수도, 싫으셨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경험은 해볼 수 있잖아요.

신촌 주민들로 구성된 러닝 번개
무엇보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으로서 동네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경험을 시켜드리고 싶어요. 저도 그 경험으로부터 많은 힘을 받은 사람이니까요. 저도 신촌에 왔을 때 동네 친구 하나 없었지만, 이제는 전화하면 나와주는 사람이 있고, 단골 카페에 가면 아는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어요. 다들 이런 경험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어쩌면 삶이 조금더 재밌어질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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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야! (언더독 카페)커피는 언제 드셨대.”
미래 씨는 오늘 인터뷰를 하러 오기 전, 촌 청년푸드스토어(구 박스퀘어)에서 가게 사장님들과 수다를 떨고 오셨더랬다. 인터뷰 장소로 ‘언더독 커피’에 갈 예정인데, 거기 커피가 아주 맛있고 사장님께서 청년푸드스토어 사장님들을 궁금해하신다고도 말씀 드렸단다.


타코는 신촌 청년푸드스토어의 facherito taco
그 말을 들은 신촌 청년푸드스토어 사장님들께서 언더독 카페에 전한다며 두 손 가득 당신들이 만든 타코를 싸 주셔, 오면서 언더독 커피에 드렸다고. 그리고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사이, 언더독 커피에서 보답으로 커피를 전해 드렸나보다. 청년푸드스토어사장님께서 언더독 커피를 맛있게 드신 인스타 스토리가 업로드 되었다. 그들은 이렇게, 미래 씨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신촌 이웃이 되었다.
손 뻗으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리. 다시 안 볼 남처럼 생각하기엔, 우리 모두 당분간 이 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이다. 남보다는, “이웃”이라는 따뜻한 호칭으로 서로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것 하나만으로 이곳 신촌에서의 삶이 몇 배는 더 즐거워질지 모른다.
미래님 앞으로도 지금처럼 멋진 일들을 계속 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