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 이수연, 에디터 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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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환대란 두 팔 벌려 타인을 내 집에 받아들이는 것을, 그리하여 타인을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 환대란 타인에 대한 사랑인 것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은, 따뜻함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용기이기도 하다.
무해한 웃음으로 상대를 따뜻하게 환영하면서도 특유의 단단함으로 상대를 품어주는 사람.
“잘 지냈어?”
무더운 여름, 산들바람 같은 글루의 인사에 우리는 이렇게 또 환대받고 만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세 살 이수연이라고 합니다. 저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고 잔치에서는 글루라는 에디터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올해 여름 정말 덥죠. 글루의 여름방학,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얼마 전까지 학회 대회 준비를 열심히 했었어요. 발표대회였는데 3등을 해서 상금도 쏠쏠하게 받았답니다. 또 잔치 전시도 하면서 그렇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글루는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하는 것 같은데, 글루가 경험한 많은 활동 중 특히 글루의 세계를 단단히 만들어주었다고 느낀 활동이 있나요?
지금 하는 학회 활동이 특히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아요. 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를 통해 냉정하게 판단하는 방법을 차츰 배워나가고 있달까요? 그동안은 저 스스로 제가 너무 물렁물렁한 사람인 것 같아서 냉정한 사람이 내심 부러웠는데 이 학회 활동을 통해서 나름대로 보완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글루가 가장 ‘글루’다울 수 있었던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나답다는 것에는 여러 정의가 있을 것 같은데, 저의 경우에는 무해하게 행복해하는 것을 가장 저답다고 말하고 싶어요. 작년 하반기에 몽골로 해외 봉사를 하러 갔었는데요. 인제 와 그때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걱정 하나 없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티 없이 행복했었던 그때가 가장 나다웠지 않았나 싶어요.

-몽골 해외 봉사라 너무 새로운데요. 몽골 해외 봉사는 어떠셨나요?
저는 원래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곳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했어요. 활동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아이들도 그렇지만 팀원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었거든요. 전 인복이 있나 봐요.(웃음) 그리고 그때 몽골은 되게 추웠거든요. 요새 너무 덥다 보니 그때 추위가 그리워지기도 해요.
글루라는 에디터 명을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되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지인이 저보고 접착제 같은 사람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주도적으로 만남을 이끌어가진 않지만 어떤 사람들이든 간에 사람들 간의 관계를 제가 끈끈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로요. 그 말이 마음에 남아 에디터 명으로 짓게 되었어요. 또 제가 성이 이 씨다. 보니 제 성과 에디터 명을 합치면 이글루가 되는데요. 제가 딱 겨울에 태어났거든요. 너무 제 깔인 닉네임이 아닌가..(웃음)
깔..어디서 많이 들은 단어인데요?ㅋㅋ
피플 팀에서 배웠습니다ㅎㅎ
잔치, 그리고 피플팀엔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어요?
이전에도 잔치는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어요. 원래도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잔치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가 마침 공고가 떠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플레이스와 피플 팀 중 고민을 했었는데, 사람을 만나서 깊게 대화할 수 있는 피플 팀을 1지망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후회 없는 선택이었죠.
지난 학기, 유일한 피플팀 신잔이었잖아요. 구잔들 사이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지난 4개월 동안 잔치, 그리고 피플 팀은 글루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지난 학기, 정말 목요일 회의가 너무 기다려졌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번 학기가 제가 조금 냉정해지는 학기였거든요. t를 부러워하긴 했지만, 천성 자체가 t스러운 사람은 아녀서 잔치가 제겐 본래의 나를 꺼내기에 편안한 공간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끼리 피드백하면서 주고받는 말들이 제겐 큰 위로가 되었죠. 잔치는 제게 낯설고 어색하기보다는 안식처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그리고 글루는 ‘신잔’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잖아요.(웃음) 사람들 사이에 금방 녹아드는 점도 그렇고, 글루의 인터뷰 글도 그렇고. 특히 글루의 글은 신잔이라기엔 너무 유려했는데요. 혹시 잔치 이전에 인터뷰 글이나, 다른 글을 써 본 경험이 있나요?
잔치 이전에 리듬 오브 호프라는 동아리에서 글을 썼었어요. 연세대 기반으로 한 연합동아리이자, 네이버 해피빈같은 곳에 올라가는 인터뷰 글을 쓰는 동아리였죠. 그 곳에서 시나리오팀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을 인터뷰했었어요. 사실 그 때는 코로나랑 맞물린 시기였어서 대면 인터뷰가 아닌 전화 인터뷰로만 진행했었고,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랑 많이 인터뷰를 했었어요.그래서 잔치의 인터뷰와는 조금 결이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그것 역시 저에겐 되게 좋은 경험이었고 잔치에서 글 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리듬 오브 호프에서 했던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2년 전에 했던 활동이라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운 증후군을 가진 따님과 어머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어머님과 통화를 오래 하기도 했고, 비록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인터뷰를 하며 정말 내 이웃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인터뷰나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나,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글을 리듬 오브 호프라는 동아리에서 처음 쓰게 되었어요. 그 글의 특성 자체가 사람들에게 모금을 독려해야하는 글이다보니, 인터뷰이를 잘 알지 못하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읽었을 때도 그 사람이 잘 이해되게끔 쓰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잔치에서 글을 쓸 때도 그런 부분이 최대한 녹아들게 글을 썼고요. 그래서 저는 인터뷰를 할 때 명목상으로라도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질문을 꼭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심너울 작가님 인터뷰를 했을 때, 작가로서의 작가님도 여쭤봤지만 인간 심노을에 대해서도 여쭤봤었던 것처럼요. ‘내 글을 매개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네요.
지난 학기, 글루가 했던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은 인터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쓰면서 가장 재밌었던 글은 첫 글이었어요. 첫 글이라서 특히 애정이 가는 것도 있었고,
인터뷰이가 원래도 너무 좋아하는 지인분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유명하거나 화제성이 있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고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의외로 주변에선 그 글을 좋아해 줬던 것 같아요.
인터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저는 대화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그 사람한테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이게 머릿속에서는 바로바로 정리가 안 되니까 집에 가서 막 후회할 때도 있단 말이죠. 뭔가 이 사람이랑 만났을 때 이런 걸 더 물어볼걸…. 평소에 대화할 때 그런 아쉬움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적어도 인터뷰는 준비하는 과정이 있으니까, 상대방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점이 인터뷰의 큰 매력이죠. 또 그렇게 만들어간 우리의 대화를 글로 한 번 더 정제해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인 것 같아요.

잔치를 하면서 다른 에디터들의 글들을 참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은 제가 가장 처음 본 피플팀의 글이 뉴사운드의 글이었잖아요. 글 구성 자체도 그렇고, 인터뷰 흐름도 되게 신선했어요. 이 사람은 본인의 색깔이 뚜렷하고 그것을 인터뷰랑 잘 어우러지게 녹여낼 줄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리고 지금 생각나는 건, 현이가 쓴 히메지 글이 생각나네요. 사실 제가 그 글을 보면서 많이 울었거든요. 그 때가 힘든 시기이기도 했고, 워낙에 뭉클한 글이기도 했었어서.
아~앞에껀 연막이었군요.
인상 깊은, 그 느낌의 종류가 다르다. 너의 것은 너무나 강렬하고 존경심..분발..
그만하세요.
네.
2024년 ,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죠. 얼마 남지 않은 2024년에 글루가 꼭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얼마전에 제가 쓴 글을 다 되돌아보며 느낀 건데, 의외로 현생에 지친 사람 마냥 쓴 글이 많더라고요. 다음 학기에는 조금 더 말랑말랑한 글을 써보고 싶어요. 사랑을 주제로 한다던지, 그런 글들을 좀 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또 이번에 토크콘서트에서 더코님 말씀을 듣고 느낀 건데, 신촌의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신촌은 대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잖아요. 상인분들과 같이 신촌의 뿌리가 되는 분들에 대한 인터뷰를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플 팀이면,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안 해볼 수 없겠죠. 글루에게 ‘사람’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사람은 너무 좋은데 너무 어려운 존재예요. 저도 저 스스로가 모순된다고 느끼는데, 저는 사람이 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리 편한 사람이라도 가끔 정말 이 사람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지, 이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거든요. 그렇지만 전 절대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새 사람 노릇하기 참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글루가 생각한 사람의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이라면 이래야한다…?
(질문지를 미리 제공하지 않은 뉴.사를 노려보면서)
음. 사람이라면 굴곡이 있어야 한다? 저는 감정적으로 굴곡이 있는 게 사람다운 것으로 생각하고, 전반적인 인생사에서도 굴곡이 있어야 사람다워지지 않나 생각해요. 그냥 일직선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으로도 심심한 인생이지 않을까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높낮이에 있어 봐야 시야도 넓어지고 다른 사람을,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지 않나, 그리하여 진짜 사람다운 사람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건 사심이 듬뿍 담긴 질문인데요, 글루는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나요? (메모할 준비를 한다)
저는 앞의 대답과도 이어지는 것 같은데,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야 감히 사랑할 용기를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더 이상 이 사람에게 채워줄 부분이 없겠는 데라는 생각이 들면 사랑할 자신이 없을 것 같네요.
-보통은 자기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잖아요. 글루는 왜 이 사람으로 인해서 내가 채워지는 것보다 상대를 채워줄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할까요?
그러게요…. 채우면서 사랑을 느끼나? 뭔가 멋진 답변을 하고 싶은데 모르겠네요. 그냥 본능인 것 같아요.
상대를 채워주고 싶은 본능을 지녔다는
말보다 더 멋진 답변이 있을까요?
또 막상 끊임없이 보답을 원할 수 있어요.
저는 모순된 사람입니다.ㅎㅎ
글루.
네?
저 결핍 엄청 많아요. 어때요?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네요. 강렬한 이끌림으로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했던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수능이 딱 끝났을 때. 갑자기 할 게 없어 공허하고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때 유튜브에서 어느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갑자기 ‘나 바다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까지는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데, 그날 여수 가는 새벽 기차표를 끊고 냅다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혼자 여행하는 것의 묘미를 깨달았던 것 같아요. 혼자 바다도 보고, 너무 추웠는데 길바닥에서 빵도 뜯어 먹고 인생네컷도 찍고…. (웃음) 심지어 라섹 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모자 푹 눌러쓰고 거지꼴로 다녔는데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나 홀로 여행의 재미는 어떤 것인가요? 저는 아직 느껴보지 못해서 궁금해요.
누구 하나 신경 쓰거나 배려하지 않고 내 멋대로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게 마음 편했던 것 같아요. 내 속도대로 그곳을 둘러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죠. 저는 되게 별거 아닌 거에 감동하는 편인데, 휘황찬란한 건축물보다 자연환경 보는 게 저한테는 더 와닿거든요. 여수에서 편안하게 제가 원하는 것을 보고 원하는 만큼 있고 그랬던 것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그때를 계기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두려움도 많이 없어졌어요. 아, 여수에서 아쿠아리움도 갔었어요. 제가 원래 물고기 보는 것을 되게 좋아해요. 수험생 때도 갑자기 너무 힘들어질 때면 독서실 불 꺼놓고 유튜브 아쿠아리움 영상을 틀고 멍을 때렸거든요. 그런데 여수에 매우 큰 아쿠아리움이 있어서 물고기도 많이 보고 정말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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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게 반드시 그것을 다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사랑은 공백을, 어떤 사랑은 여백을 남겨두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루가 궁금한걸요.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부록) 질척거리는 TMI, 그리고 대화
내가 인터뷰어라면 나에게 꼭 했을 것 같은 질문은?
한 학기동안 피플팀에 있었는데, 교류가 많은 편이었잖아요. 피플팀 팀원들과 즐거우셨나요?
네, 그럼 다음 질문하겠습니다. 피플 팀 팀원들과 즐거우셨나요?
네!
알만한 분이 왜 단답으로 대답하실까? – –

(웃음) 그런데 나는 정말 즐거웠어.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게 우리 황토길 걸었던 거였거든. 내가 자연을 좋아하지만 혼자서는 황토길이나 등산가기도 쉽지 않잖아. 마음 맞는 팀원들을 만나서 같이 자연에서 노는 것도, 그 곳에서 나눈 대화들도, 입구에서 만난 노부부분들처럼 우연히 만난 사람들도, 하산하고 먹은 막걸리도 다 하나같이 너무 좋았어서 너무 행복했어.
-우리 피플팀끼리 인왕산 등산도 갔잖아. 그 날 피플팀 공식 체력 최약체가 되었는데 기억하지?
네. 저 스스로에게 되게 실망했습니다.굉장한 반성과 함께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이루지는 못했네요.
-그 당시 먼저 하산하시면서 생긴 재밌는 일화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시죠.
아, 제가 먼저 하산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하산을 하다가도 잠깐 쉬었거든요. 거기에 할아버지 두분이 앉아계셨는데 본인들의 나이를 굉장히 어필하시면서 ‘나는 80살인데 76살인 너가 뭐가 그렇게 힘드냐. 아직 한창 젊은데.’ 저에게 가시방석이 되는 말씀들을 하셔가지고 급히 일어나서 내려갔던 일화가 있습니다.
아까 인터뷰 전에 하양씨의 질문, 물어봤잖아. 하양의 질문은 ‘평생 한가지만 하고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실건가요?’이었는데, 글루라면 무얼 할 것 같아?
하양님은 그림을 그리기로 했으니까. 나는 글을 쓰기로.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하거든. 조금 더 오랜 시간을 가지고 내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도 글이 많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 잘하면 글로 밥도 벌어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좋은 것이 아닌가.
-하민수(하양손민수) 아닌가요?
네.인정하겠습니다.
그냥 살기 vs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불시착해서 다시 살아가기 (단, 어느 시점인지는 알 수 없음)
나는 그냥 살기.
꽃보다 누나들이었나? 그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 다시 돌아가도 이렇게 살 자신이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나도 이제껏 살아오면서 열심히 살기도 했고, 운도 좋았고, 다시 돌아간다고 한들 이보다 더 낫게 살 자신이 없거든. 이보다 낫게 살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극한으로 행복할 것 같지 않고. 그래서 잔잔하게 지금 살던대로 살고 싶어요.(웃음)
평생 인터뷰어가 되는 삶 vs 평생 인터뷰이가 되는 삶
나는 인터뷰이가 되는 삶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 그런 면에서 듣는 게 편하지. 또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닌 거에도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더라고…. 그게 어린아이가 됐든 어르신이 됐든 간에 그 사람 개개인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평생 회견자가 되는 삶이 더 좋을 것 같네.
최근 인상깊게 읽었던 책에 대해 소개해줘.
현생에 치여서 본의 아니게 절독했는데,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러브,좀비 라는 책이 인상 깊었어. 내가 한 자리에 앉아서 뚝심있게 읽는 것을 잘 못하고 또 한 책을 뚝심있게 읽는 것도 잘 못하는, 병렬 독서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책은 진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거든.
-조예은 작가의 트로피컬 나이트는 읽어봤어? 거기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어머, 아직 안 읽었어봤어요. 뭔데요?
-단편 중 하나에서 나온 대목인데, ‘‘넌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 거야.’ 나는 이 말이 너무 사랑같더라고. 대단한데 사랑스럽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한심한데 사랑스럽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사랑처럼 느껴지잖아. 너에겐 이런 너만의 명대사가 있니? 잊혀지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대목말야.
노래가사도 될까? 사실 이번 잔치 전치에서도 한 줄 소개로 썼던 말인데. 한로로라는 가수의 비틀비틀짝짜쿵에서 ‘이마 위 상처는 청춘의 징표!’라는 가사가 있어. 비틀비틀 흔들려도 상처를 받아도 청춘의 징표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아픈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특히나 요즘 내 마음에 와닿는 가사인 것 같아. 또 그 분이 국문과 출신이셔서, 노래가사들이 진짜 주옥같거든. 정말 추천합니다.

이 세상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감히? (웃음) 감히 바라자면, 착한 사람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
-어떤 사람이 착한 사람인데?
옛날에는 ‘착함’에 대한 기준이 높았는데, 지금은 영악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그런데 생각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더라고. 그런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벌을 좀 받았으면 좋겠어. 망해라. 몽땅 망해라.
웃기다. 망해라!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건 없어?
너는 처음 봤을 때는 되게 밝은데 너의 글을 읽다보면 문득 문득 느껴지는 차분한 분위기가 나에겐 되게 흥미롭게 느껴졌었어. 네가 생각했을 때 현실의 너와 글을 쓸 때의 너는 좀 다른 편이야?
-내가 다른 편이라.. 그런 것 같아. 난 좀 조증이 있어. (웃음) 농담이고. 나는 글을 쓸 때는 무조건 각 잡고 쓴는 편이거든. 가벼운 블로그 글이 아닌 이상은 노트북으로 쓰는 편이야. 일상생활할 때는 풀어져있다면, 글을 쓸 때는 생각을 정리해서 쓰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사실은 그렇게 다른지도 몰랐어.
물론 같은 부분도 있는데 네 글을 읽다보면 너를 만났을 땐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크지 않을까. 또 말이라는 건 상황에 대한 반응처럼 나오는 거지만, 글이라는 건 정리하고, 생각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감정이 나올 수 있어서 더 다양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런데?
-이건 다 글을 밤에 써서 그래. 대부분 밤에 써서. 새벽 감성이지.(웃음) 너는 어때? 글 쓸 때의 너와 평소의 너가 다른 편이야?
나는 현실의 나도 그렇게 엄청 밝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서 글 쓸 때 엄청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 그래도 너가 말한 것처럼 글을 쓰다보면 다양한 감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글을 쓸 때에는 딥해지는 감이 있지. 그러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 같아. 내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그게 어려우니까.
인터뷰를 하다보면, ‘이거다!’싶은 순간이 있잖아. 인터뷰이의 대답을 듣다보면 이 글의 핵심은 이거다라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는 것 같은데. 너도 느낀 적이 있어?
첫 글을 쓸 때, 정말 아무런 틀 없이 냅다 인터뷰를 했거든. 그 때 인터뷰이 분이 아마추어의 근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어. 사실은 내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인터뷰 도중에 해주신 이야기인데. 그게 진짜 이 분이 하는 말과 이 분의 인생사를 관통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 정말 ‘아, 이거다!’ 느꼈던 것 같아. 그래서 이후에도 잔치 인터뷰를 할 때 내가 뭔가를 미리 써두고 이런 형식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미리 하기보다는 인터뷰 자체에서 좀 많이 뽑아내려고 했던 것 같아.
-맞아. 나도 왕잔치 글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상경러들의 불완전한 터전, 신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쓰다보니까 전혀 다른 맥락으로 흘러가는 거야. 그 때 정말 이게 내 글인데도 내 글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느꼈던 것 같아.
아, 나 그거 궁금했어. 우리는 사실 아트나 플레이스에 비해서 개인의 색을 막 드러내면 안되는 글을 써야하잖아.인터뷰라는게 우리의 색이나 개성보다는 인터뷰하는 사람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야하는 장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었어?
-와, 어제 다른 피플 팀원이랑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웃음) 신기하네.
정말? 대박이다
-사실 나는 처음 인터뷰 글을 썼을 때는 이 글이 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인터뷰어의 역할은 편집자 정도로만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제 이야기하면서 나온 말이, 피플 팀의 글 하나하나가 너무 자기 색이 뚜렷하다는 거야. 각자가 인터뷰이를 보는 그 시선이 결국은 각자의 시선이라서 인터뷰 글에 필연적으로 자신의 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나는 그냥 내가 인터뷰이의 대답을, 이야기를 듣는다고만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다른 관점으로 질문했으면 그 사람은 또 다른 대답을 했을 거라는 거지.
그래. 사실 나는 내가 피플 팀이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는데, 피플 팀 글을 읽을 때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보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가 더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 실제로 그 생각이 글에서 보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말야. 그래서 사실 인위적으로 내 색을 빼고 인터뷰이를 돋보이게 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내가 이 사람을 궁금해하고, 이 사람에게 정말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그게 곧 내 개성이자 좋은 인터뷰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이미 다들 알게 모르게 그러고 있지만 말야.(웃음) 우리 서로 글 볼 때마다 그러잖아. “너무 네 깔이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한번 이야기해주시죠. 이제껏 하는 입장이셨을텐데, 인터뷰 당하신 소감은 어떠신지?
저는 사실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피플 팀 사람들이 인터뷰하는 것을 한번도 못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인터뷰 방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많이 기대됐던 것 같아요. ‘새솔이는 어떻게 인터뷰를 할까?’ 그런게 너무 궁금했었는데, 글로만 보던 걸 이렇게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 저는 항상 물어보던 사람이었는데 물어봄을 당하니까 몸둘 바를 모르겠기도 하네요. 또 던져준 질문 중에 저도 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이 있어서 저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네요. 정말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당신이 따뜻한 환대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우리가 당신을 환대하고 싶은걸요.
여기선 세상의 속도가 아닌 당신의 속도로 충분히 둘러보다가, 또 비틀대다가…
그렇게 만끽하고 가셔요.
당신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우리에게 당신은 이미 일부가 되었으니까요.
“사랑하는 글루야, 잔치에 온 것을 환영해!”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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