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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4 · 09 · 18

439. 크게 할 것도 없고(With. 신촌전철역 어르신 미화원)

Editor 쓱빡

 

(우산은 거들 뿐…)

 

  신촌의 거리를 거닐다, 평범한 일상 속 묵묵히 일하고 계신 두 분을 마주쳤다. 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지나쳤을 테지만, 왠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소나기를 피해 잠시 들어간 편의점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보았다.

 

*가독성을 위해 일부 질문 및 답변들이 재구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영철: 고영철입니다. 홍은 2동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큰일은 하지 못하고, 그냥 이렇게 일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승복: 연희동 사는 김승복입니다. 주로 여기 나와서 일하면서 지냅니다. 다른 일은 크게 없고, 시간이 나면 동네 친구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 일을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승복: 동네 모임에서 일해보라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벌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그냥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리 힘든 일도 아니고, 나쁘지도 않아서요. 처음에는 적응하는 게 조금 어려웠는데, 이제는 일하는 방식도 익숙해졌습니다. 뭐 크게 할 것도 없고

영철: 저도 동사무소에서 일하라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별다른 생각 없이 했는데, 하다 보니 어느새 계속하고 있더라고요. 그만둘 이유도 딱히 없고, 그냥 계속하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 일이 제 일상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일하시나요? 체력적으로는 괜찮으신가요?

영철: 일주일에 두 번, 하루에 3시간씩 나와서 일합니다. 한 달에 딱 10번 나와서 30시간을 채우고요. 12명이서 오전, 오후로 나눠서 일하는데, 저는 주로 오후에 나오는 편입니다. 월급은 29만 원 정도 받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생활비에 조금 보탬이 됩니다. 이 돈으로 큰 걸 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도움이 되니까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 움직이니까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승복: 저도 비슷합니다. 오후반으로 일하는데, 그 돈으로 무언가 대단한 걸 하기는 어렵지만, 생활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일하는 시간 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니까, 그런 면에서 건강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보다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답변들… 예상치 못한 인터뷰 요청이었을 텐데도 정성스럽게 답해주신 두 분 덕분에, 이 에디터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이들이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일하시면서 힘든 순간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영철: 가을에 낙엽이 많이 떨어질 때가 제일 힘듭니다. 특히 은행 냄새가 정말 심하고, 바람이 불면 또 쓸어야 하거든요. 허리도 많이 아프고요. 낙엽이 떨어지면 하루에 몇 번씩 쓸어야 하는데, 끝이 없습니다. 그래도 뭐, 할 수밖에 없으니까 하는 거죠.

승복: 여름도 정말 힘듭니다. 특히 오후가 되면 덥고 금방 지치니까요. 그래서 한두 시간 일하고 쉬어가면서 합니다. 구청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아예 쉬는 날도 있고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너무 무리하면 안 되서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하다 보면 적응되고, 쉬엄쉬엄 하니까 그럭저럭 버틸만 합니다.

 

(덥지만 커피는 뜨겁게…)

 

힘든 순간도 있으셨지만,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때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보람을 많이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승복: 가끔 지나가던 사람들이 “고생 많으세요”라고 말해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참 뿌듯합니다. 아마 작년 겨울이었을 겁니다. 눈이 갑자기 많이 왔는데, 그날 저희가 눈을 치우러 나갔거든요. 그날은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바람도 매섭고, 눈도 끝없이 내리니까 금방 치워도 다시 쌓이더라고요. 그때 젊은 부부가 지나가면서 “정말 고생 많으세요. 덕분에 길 잘 다닙니다”라고 말해줬는데,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왠지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말이지만,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영철: 맞습니다. 보람이라는 게 대단한 건 아니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몸을 좀 움직이니까 건강도 챙기고, 생활비도 벌고요. 이 나이에 뭐 대단한 걸 바라겠습니까. 그래도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저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 분 덕에 깔끔해진 신촌역 공원)

 

혹시 두 분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신촌에서 추천해주실 만한 맛집이 있을까요?

영철: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주로 집에서 밥을 먹어서 밖에서는 잘 안 먹습니다.

승복: 저도 주로 집에서 먹기 때문에 맛집은 잘 모릅니다. 아, 그나마 형제갈비가 오래된 집입니다. 예전부터 유명했어요. 요즘은 잘 가지 않지만, 옛날에는 자주 갔습니다. 예전에는 가족들과도 자주 가고, 모임도 그곳에서 자주 했습니다. 예전에는 기와집이었는데, 요즘은 건물을 새로 지어서 외관은 많이 달라졌지만, 맛은 여전할 겁니다.

영철: 맞아요, 형제갈비는 괜찮습니다.

 

(이제는 건물을 올려버린 형제갈비)

(참고로 신촌의 명물 꼬숑돈가스도 형제갈비에서 운영한다.)

 

두 분 다 이 근방에서 오래 사셨다 보니 예전에도 신촌에 많이 와보셨을 것 같은데요. 과거의 신촌과 현재의 신촌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승복: 신촌이 예전에는 정말 지저분했습니다. 80,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신촌은 지금처럼 깔끔하지 않았죠. 그때는 길가에 시멘트 더미나 공사 자재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먼지바람도 자주 불었습니다. 특히 서강대 쪽에서 신촌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항상 어수선했죠. 길을 걷고 나면 옷에도 먼지가 잔뜩 묻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이 깨끗해졌더라고요. 건물도 새로 들어서고, 예전의 그 좁고 낡은 골목들이 많이 정리됐습니다. 정말 엄청난 발전을 한 거죠. 한편으로는 그때의 번잡함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주로 다녔는데, 요즘은 관광객도 많고, 느낌이 좀 달라졌습니다.

영철: 맞습니다. 저도 70년대 후반부터 신촌에 자주 왔는데, 그때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때는 신촌 로터리 근처가 완전 시장 같았습니다. 길거리 음식 파는 리어카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몰리고, 주말이면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로 길이 꽉 차곤 했습니다. 특히 신촌 로터리 쪽에 큰 서점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 만나자고 하면 사람들 속에 파묻혀서 찾기가 어려웠어요. 지금은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으니까, 가끔 허전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신촌이 사람 냄새 나는 곳이었죠. 지금은 많이 정리되고 세련되긴 했지만, 그 시절의 활기와 혼잡함이 그리울 때가 있긴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학생들이나 주민들이 걷기 편하게 길도 정비되고, 나름대로 새로운 매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구 신촌역과 현 신촌역)

 

  최근 신촌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두 분에게는 신촌이 여전히 크게 발전한 곳으로 보이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는 변화를 너무 짧은 시각에서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이 대화가, 이 만남이 끝나가는 게 더 아쉽게 느껴진다.

 

이제 끝으로, 저희 매거진의 독자들이 주로 2030 젊은 세대인데, 혹시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승복: 요즘 젊은 분들 보면 다들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제가 뭐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고생하면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계시잖아요. 그래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너무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혼자 살기 정말 힘들거든요. 저도 젊었을 때는 내가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살았는데, 나중에 보니 결국 주변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들, 직장 동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서로 도우면서 살면 되는 겁니다. 더불어 사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도움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 보면 그때의 고생이 큰 힘이 되는 법입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혼자서 다 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옆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가면 좋겠어요.

영철: 맞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 보면 정말 잘하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가끔 너무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분들도 있는 것 같더군요. 살아보니 젊을 때는 조금 더 여유를 가져도 괜찮습니다. 인생은 길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슨 일이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결국 보상이 따르게 된다는 겁니다. 당장은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실패도 겪고, 힘든 일도 있겠지만, 그게 다 인생의 일부입니다. 결국 그 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 앞으로의 인생 목표나 계획이 있으실까요?

영철: 허허, 이 나이에 목표랄 게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프지 않고 사는 게 제일입니다. 요즘은 그게 가장 큰 소망이에요.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지금처럼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승복: 맞습니다. 건강이 제일이지요. 돈도 이제는 별로 필요 없고, 건강하게 살면 그게 충분합니다. 다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입니다.

 

(일하시는 모습 촬영을 요청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시는 어르신들) 

 

  도심 속에서 다양성을 찾아내는 건 마치 낡은 책 속 숨겨진 페이지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오늘 대화를 통해, 이곳 신촌이 단순히 젊음의 공간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삶의 교차점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무심한 듯 흘러나오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깊은 가치를 지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쩐지, 오늘의 대화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에디터 쓱빡 올림.

쓱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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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빡

잘 될 겁니다. 아님말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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