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다리 너머의 기쁨에게
때때로 갖은 고고한 척을 하며 상념에 빠진 채 고독을 음미하고 있노라면 역설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
지금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많은 세월을 흘려보낸 것은 아니지만, 나란 사람은 여러 의미로 어렸다.
천성이 아웃사이더인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건 다름 아닌 그들이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했던 모습으로 철없이 밀어내보기도 했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힘겹게 한 꺼풀의 탈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뒤에 남겨둔 마음 없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치가 아닐까?
사는 게 바빠 피치 못하는 나날들이 늘어가도,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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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너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조금씩 해가 짧아지는 요즈음,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던 길에 발을 맞추면 경의중앙선 서강대역에 다다른다.
그 곁의 하늘다리는 이제 너를 만나러 가는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빠르게 제 갈 길을 가는 자동차들을 내려다보며, 둥글게 솟은 다리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건넌 후 뒤돌아본다.
어렴풋이 보이는 서강대학교 로고
저 멀리 보이는 나의 시작으로부터 새삼스레 멀리도 왔구나 느낀다.
얼마 안 남았다.
밤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살벌한 비주얼
발걸음을 돌려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즐거움을 곱씹으며 걸어간다.
기찻길과 이웃한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동상에서 방향을 바꾸면,
치우친 골목길 한 자리에서 조용히 날 반기는 모습이 보인다.
“뭐하고 지냈어?”
“좀 바빴지. 그런 게 있어.”
–
조이버거
아기자기한 피규어들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이 따뜻한 공간은 말 그대로 기쁨을 뿜어내는 장소이다.
먹으면 먹은 대로 찌고 빠지지는 않는, 원시적인 몸뚱아리는 그에 맞추어 원초적인 소기름 냄새를 갈구하며 미친 듯이 기대감을 올린다.
웃으려 하지 않아도 행복한 상태지만, 벽에는 그것을 강요하는 포스터들이 일제히 배열되어 있다.
‘혼밥’ 테이블은 안타깝게도 없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2인용 테이블에 앉는다.

세트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
테이블마다 있는 메뉴판은 거대하지만 볼 것은 오직 하나, 지체없이 미소버거로 결정한다.
BBQ버거, 트러플 마요버거도 맛있지만 이곳에서 만난 대상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단연코 미소버거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고민일 세트업은 패스하는 편이다.
감자튀김은 맛없진 않지만 심히 무난한 맛이고, 나아가 미소버거를 여타 버거처럼 탄산음료로 식도에 하이패스하는 것은 신성모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염라대왕 앞에서 무릎 꿇고 싶지 않다면 그런 파렴치한 행동은 조심하길 당부한다.
날카로운 그릴 소리를 ASMR로 들으며 영겁의 시간이 지날 무렵, 그 모습을 드러낸 미소버거는 불균형 속의 균형을 갖추고 있다.
발로 찍은 사진 이슈로 인한 미소버거의 모습 제법 맛있어보이는 BBQ버거
일반적인 버거라 하면, 빵이 모든 재료를 감싸안고 어떻게든 융화시키려는 형상을 보인다.
하지만, 흡사 벙거지모자를 연상케 하는 이곳의 버거는 어떻게든 재료들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는 듯하다.
최소한의 보험으로 쇠꼬챙이 하나가 버거를 관통하고 있을 뿐이다.
이쯤 되면 대체 무엇이 특별한지 궁금할 것 같기에 의문의 해소를 위해 한 마디만 덧붙이겠다.
본인이 파인애플을 싫어한다면, 이 작품을 맛본 후에는 신념을 재고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테이블마다 강조되어 있는 대로 꼬치를 제거한 후 장갑을 경건히 착용하고, 영혼을 담아 눌러 자유를 갈망하는 재료들을 억압해준다.
한 입 베어물면, 완벽하게 마이야르된 소고기의 거친 표면과 로메인, 충격적으로 고소짭짤한 미소버터소스가 자연스러운 저작운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대미는 파인애플로, 잘 구워진 파인애플에서 터져 나오는 즙은 소고기 패티의 육즙과 뒤엉켜 착란을 유발한다.
잠시나마 육즙 혹은 과즙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Aqua man이 될 수 있다.
이 버거가 단짠단짠의 경계를 뛰어넘은 육각형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고작 햄버거에게 중도와 포용의 정신을 배우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체감상 한두 입 먹다 보면 끝나있다.
객관적으로도 양이 많은 편은 아니기에,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만족은 결핍에서 온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최상의 경험을 위해,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일보 후퇴한다.
아직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때 조이버거를 찾는 이들은 누리지 못하는 호사가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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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라는 것은 참 알 수가 없다.
너에게 감사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덕분에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끔 네 생각을 하다가도 곁에 있는 그의 생각이 나는 것에서,
너를 중심으로 한 축에서 필연적으로 멀어질 수 없음을 느낀다.
–
김진환 제과점
Since 1996, 동경제과제빵학교 출신 사장님이 이름을 걸어 놓으신 이 소박한 빵집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2시 반까지만 운영한다.
그렇다고 2시쯤 가면 대부분의 빵이 동나있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방문하도록 하자.
이곳에서 만나보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가게는 협소하지만, 기분 좋은 빵 냄새가 가득 차 있다
식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유 식빵 혹은 밤 식빵을 구매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다만, 잘라져 있는 식빵보다는 통식빵을 요청하는 것이 결대로 죽죽 찢어지는 이곳의 식빵을 즐길 수 있는 알짜배기 팁이다.
내부는 세월이 느껴지는, 오로지 빵을 만들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시크하신 사장님께 불룩해진 비닐봉지 하나를 받아들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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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은 항상 조금 아쉽다.
간만에 가면을 벗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마음 한켠이 쓸쓸한 것은 너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까닭일까.
하지만, 한 손에 내일의 활기찬 시작, 혹은 한밤중의 일탈적인 마무리를 들고 현실을 향하는 나의 발걸음에 더 이상 망설임은 없다.
만남의 의미가 된 이 다리가 존재하는 이상, 너는 나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사는 게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만나 뒤돌아보며 천진히 웃음지을 수 있는 그날까지,
잘 있어.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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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버거
서울 마포구 신촌로12길 32 1층
운영시간 화-일 11:00 – 20:00 (월요일 정기 휴무)
하루 패티 120개 소진 시 조기 마감.
전화번호 02-6403-5252
https://www.instagram.com/joy__burger
축하드릴 일로 9/13 ~9/23 휴무이다.
김진환 제과점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2길 41
운영시간 월-토 08:00 – 14:30 (일요일 정기휴무)
전화번호 02-325-0378
서강하늘다리
경의중앙선 서강대역 2번출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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