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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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2024 · 10 · 17

언제나 신촌: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ditor 입하

아, 살갗에 닿는 2024년 여름은 따갑다.

더위에도 신촌의 거리는 여전히 분주하다.

 

골목길 사이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작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들린다.

 

신촌역 앞에서 서로를 속삭이던 연인들

꿈을 말하던 친구들

 

모두가 이곳에…

 

흔적을…

 

전시 여는 말.

 

세기말 세기초의 신촌을 말하며 그 시절의 영광을 불러오는 어른들이 있다. 그들이 말하기를 모두의 메카였던 신촌은 옛날만치 못해졌다. 그들이 보기에 뜨겁고 살아 숨쉬던 신촌은 밤이 차면 썰렁해지는 슬픈 대학가가 되었고 공실이 쏟아지는 쇠락의 거리가 되었다. 

 

그렇대도 여전히 연세로의 보도블럭은 하루 오가는 사람들 발굽에만 채여도 닳아간다. 만사가 그렇듯 머리카락은 세어만 가지 거메지지 않고, 언뜻 바람결에 이름이 불린 것 같아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그렇게 이 우주가 절대 불가역이라는 비밀을 알아챈다.

 

작년 봄부터 잔치는 매주 신촌문화발전소에서 회의를 한다. 모종의 이유로 연세대나 대여공간을 전전하기도 하지만, 잔치의 기억은 신촌문화발전소에 머무른다. 그곳에서 지난 7월, 잔치가 신촌을 말하는 전시를 열었다.

 

〈언제나 신촌: 신촌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신촌, 이 도시에 영원이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이 순간을 청춘이라 명명하고 우리의 젊음이자 봄날이라며 마시고 노래하는 모든 이들에게.

 

 

언제나, 언제나.

잔치꾼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신촌을 사랑하는 잔치를 사랑해.”

 

무언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할 것 같지만 때로 우리는 집에 가는 지하철이 같아서 가까워지고, 막차를 놓쳐서 친구가 된다. 좌우지간 신촌에 올 일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자세히 볼 수록 험한 것 밖에 없는 신촌이지만, 오래 보아서 사랑스럽지 않은가.

 

1층 전경. 크지 않은 이 모든 공간을 어떻게 알뜰살뜰 쓸 지 여러 번의 회의가 있었다.

 

잔치의 전시는 날이면 날마다 발전한다…
(오픈 사흘 차에 나온 전시 리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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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민들레영토〉

 

이 전시의 원제는 ‘OLD&NEW’였다. 디벨롭 단계에서 제목이 바뀌고 섹션 구분도 사라졌지만, 처음에는 참여 작가들이 ‘올드’로 몰려서 ‘뉴’를 채우느라 애먹었다. 끽해야 스물을 넘긴 이들이 올드를 찾는 건 현세대가 레트로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내면의 무언가가 무르익기 힘겨운 시대에서 다시 살아나는 낭만주의의 열풍은, 다들 부단히도 성숙해지려는 발자국 같다.

 

올드 섹션이었던 ‘민들레영토’에 나오는 N 선배의 회고는, 장소와 시대만 바뀌었을 뿐 지금 어느 스무 살의 일기장과 다르지 않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에 밀려나고 바뀌었지만 우리는 잊히지 않은 것들을 계속 품고 있다. 어느 누구라도, 머지않은 훗날에 학교에 들르면 그저 외부인이 되고, 거리에는 낯설고 어린 얼굴만 가득한데 부를 이 불릴 이 하나 없다. 새로 달아 매끈한 간판이 줄지어 빛나고, 궁상 피울 때면 꼭 갔던 작은 술집은 없어져 있다. ‘그때’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 감상에 젖다보면 이제 전혀 모를 아이돌의 처음 듣는 노래가 귓가에 맴맴 돌 테다.

 

 

‘언제-나’라는 말은 달라짐 없이상, 줄곧, 늘을 의미했다.

불변은 곧 영원을 의미한다.

 

설치 만큼이나 철거도 힘들었다.

 

(사실 설치가 진짜 힘들었다. 업체가 괜히 따로 있는 게 아니야…).

 

누구는 상처 받지 않아도 모두 잘 성장했을 거라고 하고, 누구는 비가 오고 땅이 굳는다고 한다. 각자의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사랑을 담아서 말하고 다닌다.

 

창틀에 비가 마구 내리치는 텁텁한 날. 또 왁자하고 컴컴한 동동주집 한 켠에서. 나의 친구가 순진해 빠진 다른 친구에게 말했다. “끝이 있다는 걸 알아야지. 그걸 모르고, 잊어버리고, 상처 입으면 안 돼.” 듣기에 그건 선언과 비슷했다. 현재 완료 진행형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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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말했다.

 

무작정 꿈을 그리며 눈을 빛내던 친구도, 얼큰하게 취하면 들려오던 개똥철학도, 헤어짐 앞에서 떨구던 눈물도, 그렇게 찾던 ‘지한 화’와 ‘밌는 기’도, 서로 마주했던 눈빛도, 가는 걸음을 붙잡던 어느 버스커의 앳된 목소리도…

 

우리가 사랑했던 건 바래다 못해 바스라질 테다.

 

그러나 대답을 하자면, 영원이 있냐고 묻는 것은 영원이 있다고 믿고 싶은 이의 질문이다.

 

전시를 본 관람객들이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코너.

 

“당신의 신촌을 5글자로 표현해주세요.”

 

우리의청춘

너무익숙함

너와의인연

느낌있는척

백마가던길

잔치잔잔치

애증의장소

웃고또울고

나의스무살

또오고싶다

졸업합니다

.

.

.

 

“___________”

 

 

 

 

그래, 우리 달콤하고 변덕스러운 인생의 어리석음을 사랑하자.

 

지난 시간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이곳에,

그 시절의 이야기와 이 순간의 모습이 있다.

 

이 노래의 빈칸을 당신이 채워주기를 바란다.

 

언제나, 신촌.

 

 

 

 


 

 

 

 

 

 

 

 

 

<언제나 신촌: 신촌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2024.07.19 – 2024.07.28

주최: 신촌 웹매거진 잔치, 신촌문화발전소

강은성 김서정 김예린 박새솔 박서연 박수지 성수연 유솔미 이수연 이재인 정해영 정현승 최가은 최서원 최예주 한가온 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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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입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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